정신이 멍할 땐
차창 밖 간판에 눈이 가 - 미용실 PC방 헤어 살롱 편의점 치킨 피자 무슨 사무소 무슨 은행 - 눈으로 읽는데 뭔가 생략된 채 머리에 도착해 머리가 멍해지면 눈이 멍해지고 머리가 멍 해져 정신은 멀리 가고 마음은 느껴지지 않아 공기가 코로 들어와 다시 코로 나가 몸이 뻥 뚫려 모든 게 나를 통과해 그렇게 멍 해져 - 사랑해 보고 싶어 손에 닿는 네가 그리워 이별 때문에 멍해진 건 아닌데 요즘 네가 종착역이네 - 이미 초침이 분침이 시침이 달력이 한참 지나가고 찢겨 나갔는데 - 왜? 왜 왜
2020.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