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 23:46ㆍ영화 이야기
식사는 삶의 리듬이자, 감정의 리셋 버튼이다
커버 이미지 속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요?
• 어머니와 딸
• 시어머니와 며느리
• 선생님과 제자
• 사회적 돌봄 관계 (예: 복지사와 보호자)
• 혹은 오래된 지인
당신은 왜 ‘그’ 관계를 떠올렸을까요?
—-
저녁 식사, 아니 ‘식사’에 대한 인문학적, 식문화적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중요한 사람과의 식사, 어릴 적 먹었던 음식, 계절마다 찾아오는 재료와의 만남을 통해 과거를 기억한다.
‘추억의 맛’이라는 말처럼, 식사는 기억을 소환하고, 때로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매개가 된다.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타인과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이다.
말보다 먼저 마음을 열게 하고, 언어 이전의 커뮤니케이션이자, 타자와의 공존을 연습하는 작은 공동체의 실험이기도 하다.
음식은 한 사회의 기후, 지리, 종교, 윤리, 경제, 기술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예컨대, 육식을 기피하는 인도 힌두교 문화, 발효를 중시하는 한국 식문화, 미식을 미학의 차원까지 끌어올린 프랑스의 음식문화가 그러하다.
어떤 음식을,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는 계급, 젠더, 지역, 종교 등 복합적인 사회 코드와도 맞닿아 있다.
혼밥과 만찬은 전혀 다른 사회적 함의를 지니며, 식탁 위 위치나 대화 주제마저도 위계질서를 반영한다.
명절 음식, 제사상, 첫돌 밥상, 혼례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의례적 장치이자 공동체의 상징체계다.
식사에 가장 많은 ‘따스함’을 부여한 나라
식사에 인문학적 의미를 가장 깊게 새겨 넣은 국가는 일본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서구, 중동, 유럽, 동남아 등 전 세계 모두가 식사에 의미를 부여하고 체감하지만, ‘극’ 속에서 그 감정의 결을 가장 섬세하게 다룬 나라를 꼽자면 일본이 단연 돋보인다.
영화, 시리즈, 애니메이션 모두에서 ‘식사’는 따스함이다.
그 따스함으로 서로의 마음을 여는 시간, 그리고 소원했던 관계의 회복이 그려진다.
이 모든 의미의 ‘원조격’ 작품은 단연 《심야식당》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 그리운 옛 음식을 먹으며 삶의 단면을 풀어놓는 그 공간은, 음식보다 사람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각기 다른 직업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문어 모양의 비엔나 소시지나 달달한 계란말이를 사이에 두고 다시 인간적인 얼굴을 회복한다.
야쿠자와 게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식사의 따스함이 매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 시간
- (2009-10-14~2009-12-16)
- 출연
- 코바야시 카오루, 오다기리 죠, 마츠시게 유타카
- 채널
- 일본 TBS, CH W
따뜻한 국이 있는 식사를 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시기엔, 따뜻한 국은 하루의 노고를 푸는 열쇠이자,
힘든 노동으로 굳어버린 마음을 풀어주는 열쇠다.
‘심야식당’을 뿌리로 삼은 듯한 다양한 작품들이 떠오른다.
《어제 뭐 먹었어》, 《이세계 식당》, 《이세계 주점》, 《아메리칸 셰프》, 《다카스키가의 도시락》, 《미야코네 행복한 밥상》, 《리틀 포레스트》, 《카모메 식당》, 《461개의 도시락》, 《4월은 너의 거짓말》까지.
한 나라에 치우친 나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식사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가장 진심으로 다룬 나라라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 저자
- 요시나가 후미
- 출판
- 삼양출판사
- 출판일
- 2008.11.26
- 시간
- 월 오전 1:35 (2017-07-03~2017-09-18)
- 출연
- 스와베 쥰이치, 우에사카 스미레, 오오니시 사오리
- 채널
- 도쿄TV, 애니플러스
- 저자
- 세미카와 나츠야
- 출판
- 레진노벨
- 출판일
- 2016.06.05
- 평점
- 8.0 (2015.01.07 개봉)
- 감독
- 존 파브로
- 출연
- 존 파브로, 소피아 베르가라, 존 레귀자모, 스칼렛 요한슨, 엠제이 안소니, 더스틴 호프만, 올리버 플랫, 바비 카나베일, 아미 세다리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글로리아 샌도벌
- 시간
- 목 (2021-02-25~2022-06-11)
- 출연
- 하나자와 카나
- 채널
- NHK WORLD-JAPAN, 애니플러스
- 평점
- 7.3 (2018.03.22 개봉)
- 감독
- 모리 준이치
- 출연
- 하시모토 아이, 미우라 타카히로, 마츠오카 마유, 누쿠미즈 요이치, 키리시마 카렌
- 저자
- 요시다 아키미
- 출판
- 애니북스
- 출판일
- 2019.04.24
- 저자
- 무레 요코
- 출판
- 푸른숲
- 출판일
- 2011.03.03
- 평점
- 7.5 (2021.10.28 개봉)
- 감독
- 카네시게 아츠시
- 출연
- 미치에다 슌스케, 이노하라 요시히코, 모리 나나, 와카바야시 지에이, 쿠도 하루카, 아베 준코, 노마구치 토오루, 에미 쿠라라, 크레바, 야츠이 이치로, 사카이 마키, 바이쇼 치에코
- 시간
- 금 오전 1:20 (2014-10-10~2015-03-20)
- 출연
- 하나에 나츠키, 타네다 리사, 사쿠라 아야네
- 채널
- 후지TV
한국의 대표작으로는 《식객》이 떠오른다. 비록 주된 서사는 요리 자체에 있지만, 간간이 등장하는 추억과 감정의 회복은 인상 깊다.
- 저자
- 허영만
- 출판
- 김영사
- 출판일
- 2007.10.11
한국은 전통적으로 ‘먹는 것’을 단순한 생존 행위로 보지 않았다.
‘의식동원(醫食同源)’, 즉 약과 음식은 본디 같은 뿌리라는 철학은 한국 식문화의 깊은 뿌리를 드러낸다.
된장, 청국장, 미역국, 죽, 나물… 우리의 밥상은 늘 치유와 예방, 몸과 마음의 회복을 염두에 둔 식사였다.
그 밥상 앞에서 가족은 마음을 나누었고, 말보다 먼저 온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기에 한국의 식문화는, ‘의식동원’이라는 말을 넘어,
때론 ‘관계동원’, ‘기억동원’의 식탁이기도 했다.
치유는 약이 아니라, 한 끼 밥상에서 먼저 시작되는 것이었다.
식사는 기억의 힘, 회복의 힘
추억의 음식은 단순히 맛이 아니라 감정의 회복을 호출하는 초월적 도구다.
굳어버린 마음을 풀고, ‘사람’이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하여 지금의 나를, 다시 사람다움의 자리로 데려다 놓는다.
🎞️ 이와 닮은 작품들
• 『CODA』
농인 가족 속 유일한 비장애인 딸과의 소통 회복. 아침 식사 장면이 상징적이다.
- 평점
- 9.1 (2022.04.13 개봉)
- 감독
- 션 헤이더
- 출연
-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 필로,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말리 매트린, 트로이 코처, 다니엘 듀런트, 에이미 포사이스, 존 피오르, 로니 파머, 케빈 채프만, 호세 군스 알베스, 오웬 버크, 아멘 가로, 멜리사 맥미킨, 에리카 맥더못
• 『리틀 미스 선샤인』
금이 잔뜩 간 가족이 여행 중 사건과 식사를 통해 결속해 가는 이야기.
- 평점
- 8.8 (2006.12.21 개봉)
- 감독
- 조나단 데이톤, 발레리 페리스
- 출연
- 그렉 키니어, 토니 콜레트, 스티브 카렐, 폴 다노, 아비게일 브레스린, 알란 아르킨, 브라이언 크랜스턴, 마크 터틀타웁, 베스 그랜트, 질 탤리, 훌리오 오스카 메초소, 저스틴 쉴튼, 고든 톰슨, 존 웰컷, 딘 노리스, 월리스 랭햄, 메리 린 라즈스쿠브, 제프 미드, 맷 윈스턴, 멜 로드리게즈, 제리 자일스, 세니아 자로바, 로버트 오코너
• 『달팽이 식당』
빵과 수프를 파는 시골 식당. 상처를 지닌 손님들이 식사를 통해 위로받는다.
- 저자
- 오가와 이토
-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
- 출판일
- 2022.11.01
• 『오늘도 괴롭히는 도시락』
딸과의 갈등을 도시락으로 극복해나가는 엄마의 이야기. 무언의 사랑.
- 평점
- 7.0 undefined
- 감독
- 츠카모토 렌페이
- 출연
- 시노하라 료코, 요시네 쿄코, 마츠이 레나, 사토 칸타, 무라카미 토모코, 사토 류타
• 『해피 해피 브레드』
따뜻한 빵을 나누며 손님들의 삶에 안온함을 선사하는 부부의 이야기.
- 평점
- 7.3 (2012.06.28 개봉)
- 감독
- 미시마 유키코
- 출연
- 하라다 토모요, 오오이즈미 요, 모리 칸나, 히라오카 유타, 미츠이시 켄, 야기 유키, 나카무라 카츠오, 와타나베 미사코, 나카무라 야스히, 이케타니 노부에, 혼다 치카라, 키리시마 레이카, 아가타 모리오, 요 키미코, 오오하시 노조미
• 『맛있는 청혼』
요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감정을 전하는 드라마.
- 시간
- 수, 목 오후 9:55 (2001-02-07~2001-03-29)
- 출연
- 정준, 손예진, 소지섭
- 채널
- MBC
🍽 식사가 전하는 것들
• 무언의 대화: 같은 음식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시작된다.
• 치유와 회복: 몸은 영양을 회복하고, 마음은 온기를 회복한다.
• 소통: 배가 부르면, 마음도 조금은 느긋해지고 유해진다.
• 거리 좁히기: 처음 본 사람과도 식사를 하면 말문이 트이고, 반주라도 곁들이면 친구처럼 이야기하게 된다.
식사란 무엇일까,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식사는 삶의 리듬이자, 감정의 리셋 버튼이다.
때로는 말보다 먼저 마음을 풀어주고,
때로는 소원했던 관계의 징검다리가 된다.
우리가 식사를 함께한다는 건, 서로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저 한 끼 밥상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사람다워지는 순간.
그래서 우리는 식사를 소중히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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