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떤 상황에 마음이 메말라간다고 자각할까? 지금의 흐름에 꼼작 못하고 휩쓸려 간다고 자각할 때다. 잠시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려 해도 잘 되지 않고,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자각할 때다. 정리하면, 내 마음에 물 한 모금 적실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계속 걸어갈 때다. 당신은 어떤가?
좋은 기회가 왔다. 좋은 기회이면서 높은 지구력을 요구한 상황이다. 9주 만에 체중이 9kg 없어졌다. 1주일에 1kg씩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다가 끌리듯 카모메 식당을 클릭했다.
함께 힘을 합할 때, 상대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와 표현할 때 마음이 촉촉해졌다. 상황을 단순하게 해석하는 말이 때로 막힌 생각을 뚫어줄 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빵과 스프,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원작을 읽었다. 무레 요코 작가가 원작자인지 이제야 알았다. 시리즈는 이번이 3번째 보는 것이고, 원작은 처음 읽었다.
원작을 읽으며, 단편의 영화였다면 부족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래 함께 하지 못한 반려묘에 대해 원작의 끝까지 슬픔이 연결되는 스토리는 마음을 바짝 마르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와 소중한 관계를 지속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촉촉해졌다. 사근해야 날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 지인, 애인 모두 사랑한다면 보는 눈빛은 같다.
현실에 지친 나를 대신해서, 다행히 남은 시골의 집에 머물며, 생명 유지의 기본 활동에 집중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 대리 만족이라도, 마음을 촉촉이 하기엔 적당했다.
직접 요리하는 취미를 가지고, 재료의 가격, 레시피의 과정 수 등에 고민을 한 기억이 있다. 이 이야기처럼, 철에 나는 식재료 하나를 이리저리 묵히고 조리고 끓이고 구워서, 그 과정에 참아온 마음을 결과를 먹고 만족하면서 풀어주는 모습에서 마음이 촉촉해졌다. 많지 않아도 친구가 있다. 싸우기도 하지만 서로 돕는 모습에서 마음이 촉촉해진다. 과정을 차근히 밟아간다고 슬로 라이프(Slow Life)는 아닐 것이다. 필요한 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하나씩 밟아가기 때문에 슬로 라이프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다시 영화를 볼 일이다.
이 이야기엔 내 마음을 느긋하게 하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커피 원두를 갈고 천천히 물을 내려 마련하는 커피, 반죽하고 나무를 때 오븐을 달구고, 빵을 굽고, 그것을 따스한 커피와 함께 따스할 때 먹는 모습.
5편, 4가지 영화는 각기 희노애락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음을 촉촉이 한다. 잠시 일상에서 내려와 이야기 덕분에 내 마음을 볼 기회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2시간 내외의 여유동안 마른 마음에 물을 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액션, 폭력, 전쟁 영화도 비슷한 역할을 수행해 낼 경우가 있다. 인간의 삶은 가상의 이야기든, 실제 이야기든, 마음을 적시는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지, 시청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