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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라는, 관계의 동력지난 글 2017. 4. 19. 00:26728x90반응형SMALL
관계에는 2 가지 형태가 있다고 정의하겠다.
하나는 Relationship. 무언가 덕지덕지 붙어 끈끈할 것 같은 뉘앙스. 또 하나는 Interaction. 각자의 역할과 역할 수행이 존재하는 상콤한 뉘앙스.
모든 관계는 접점의 형성을 그 시작으로 한다. 접점은 또 2 가지 계기로 만들어진다 정의하겠다.
하나는 우연, 또 하나는 선택.
우연은 마주침을 동반하고 선택은 계획을 동반한다. 선택은 선발의 과정을 거치고, 우연은 느낌의 과정을 거친다.
그녀 벚꽃과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의 관계는 비밀의 공유라는 접점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의 감정 폭발로 마무리가 된다.
이 둘의 관계의 지속과 유지는 선택의 문을 거친다.
인생의, 결과로서의 모양새는 인간 각자의 선택의 결과. 원인은 강요일 수 있지만, 하기로 한 것이 강요를 못 이겨서 일 수 있지만, 결국 내가 그 행동을 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진 내 인생의 모양새는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가 이 관계를 지속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녀 벚꽃이 이 관계를 지속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이 관계를 지속한 이유는, 스스로 자기완성을 원하는 기존의 습성이 첫 발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도발적이라 움찔거리기는 했지만, 그녀의 도발은 기존 그가 피해 오던 인간관계와는 다른, 즉 받아들일 수 있는 도발이었다. 비록, 고 2 여름의 나이이지만, 두 사람이 이성 임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이성관계만이 주는 텐션을 높였고, 상대에 대한 주목과 집중, 그리고 기다림을 낳았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통상적으로 '그건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상태인가는 의문이었다.
그녀 벚꽃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상대이기에 관계를 지속했을 것이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대상 중에, 가족이 제외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 이유는 어쩌면 따져 물을 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가족도 타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을 타인이라고 정의하는 것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아무 이유 없이, 가족에게 절대적인 관계적 위치를 부여하는 사회적 통념 때문이다. 가족처럼 타인으로 느껴지는 대상도 없는데 말이다.
그녀 '벚꽃'은 가족 외에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병을, 죽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숨기며 살아가려 결심했다. 그런데 의외의 사건이 생긴 것이다. 아무리 두터운 둑이라도 작은 구멍이 생기게 되면, 그 구멍이 커지기 전에 보수하지 않으면 무너져 버리듯 그런 사건이 생겼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10대가 받아들이기 힘든(50대라고 받아들이기 쉬울까) 인생 완결의 모양이, 가족 외 속마음을 나눌 친구로서의 그를 선택한 것은 아닐까? 절친인 교코는 이런 자신을 보고 매일 눈물을 흘릴 것이므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비밀을 아는 클라스매이트에게는, 우연히 자신의 병을 알아 버린 그에게는, 인간이라면 가질 수 있는 비밀스러운 부분까지 열어 버린다. 우연을 핑계로 절친도 아닌 한 남자를, 자신의 불안과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토로할 대상으로 삼았다.
10대 아이들에게는 나쁜 짓일 수 있는 행동들의 시도. 사실 죄같이 들리는 나쁜 짓이라는 명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지기 힘든 나이에 벌인 일이니, 섣부른 행동이라 칭하는 것이 더 마음에 든다. 그런 섣부른 행동도, 최후에는 추억이 되어 버렸다.
벚꽃의 성격상, 다른 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크게 차별점은 느낄 수 없다. 다만, 숨기지 않아도 좋을 존재, 어쩌면 우리가 한 명 정도 가졌으면 하는 동반자를 벚꽃은 가지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자기 정체성이 낳는, 기존의 상식을 넘는 행동을 하게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기회를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를 통해 분출했는 지도 모른다.
스스로 밝히기도 하지만, 벚꽃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완성된다 생각하고 있으므로, 일련의 도전들은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가 곁에 남아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기로 선택했는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마지막을 아는 소녀와, 인생의 모양을 결정해 버린 소년의 만남의 이야기뿐일 지도 모른다.
내가 그녀 벚꽃이라면 어떤 시간들을 보냈을까?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했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미루다 시기를 놓쳐 마음속 다락방에, 그 먼지 속에 던져 놓은 일들을 하나씩 꺼내어, 혹은 몇 개를 한꺼번에 했을지도 모르겠다. 시한부라는 한계가 생긴 후, 내가 행동하기로 선택하지 못한 한계를 걷어 내고, 망설였던 일들을 저지르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내가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에게, 첫눈에 반하지도 않은 소녀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 그로 인해 접점이 생기고,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한 번도 타인에 의해 울리지 않은 메시지 도착음이 울리기 시작했을 때, 난 아마도 곁에 머무르는 일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인 관계를 필요하지 않다 생각한 내 정체성을 근거로, 나는 가족에게 돌아가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내가 선택한, 혼자만의 생활을 지켜나갔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안고 살기에도 버거운 내게, 타인을 끌어안을 공간이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건조한 생각이, 소설과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시한부 인생에 대한 동정마저 없는, 건조한 남자로 남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가 이성에 대한 끌림으로 이 관계를 유지했을 리도 없다고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다. 시한부 인생이란 그 슬픈 스토리를 목도하고 있으면서도, 슬픔보다는 긴장감이 늘어 그녀의 처지에 눈물 한 번 흘리지 않고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는 그녀와 시간을 보냈다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의 감정 폭발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녀의 죽음을 대면했으면서도 예의 건조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던 그가 마지막, 자신의 감정을 확인한 순간 터져 나온 눈물을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랑하게 됐지만, 그 감정을 애써 숨긴 것도 아니지만, 그가 그녀 곁에 머문 것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또 다른 외연이었기 때문일까? 어쩌면 나는(필자는) 특별한 순간에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사례들을 기억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벚꽃이 죽지 않았다면, 병이 나아 버렸다면, 오히려 친구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절친 교코와 같은 위치에 있었을 수도 있다. 인간은 스스로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잊고 이 책을 읽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하는, 스스로의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상식과 이성이라 오해한 선입견으로 가득 찬 인간이므로, 이런 독서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 역시,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와 같은 시기에 감정이 폭발했을 것이란 확신을 숨기지 않겠다. 그리고 신체적인, 농밀한 접촉 없이도 사랑은, 남을 아끼는 마음이 생기고 유지되고 내면에 쌓인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지는 않겠다. 다만, 부러운 것은, 벚꽃이 남긴 유언을 실천하는, 그것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임을 인정하는,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의 태도이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그도 시간이 필요했고, 나였어도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아는 이는 이미 이 세상에 없고, 알고는 있지만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을 눈으로 목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벚꽃의 가족들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하기엔 나도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적어도 벚꽃과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는 공식적인 연인은 아니었기 때문에, 의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의 선택과 실천을 나는 부러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공식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내가 사랑한다 정의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 대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이 내가 했으면 하는 행동들을 선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대미는 반전을 통해 전환된다. 만일 그렇지 않고, 우리의 선입견 대로의 결말을 맞이했다면, 어쩌면 마지막 비밀을 아는 클라스메이트의 감정 폭발은 나뉘고 분할되어 글의 마지막을 채웠을지도 모른다.
이 글이 추측으로 점철된 것은, 이 글을 읽고 다시 깨닫게 된, 인생은 어떤 결론으로 맺어질지 인간은 알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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