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8. 15:41ㆍ지난 글
꿈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편이다.
꿈을 이루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자신의 꿈만을 바라보고 하루 24시간 나태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고치고, 찢어 버리고, 다시 그린다. 계획을 세우는 동안 타오르는 의욕은 그 꿈을 이루는 과정 중 가장 뜨겁다.
꿈에는 가치 등급이 있을까? 좋은 꿈과 나쁜 꿈, 혹은 올바른 꿈과 올바르지 않은 꿈. 이렇게 꿈에도 좋고 나쁜 등급이 있을까? 적어도 본인은 자신의 꿈은 좋은 꿈이고 올바른 꿈이란 믿음을 갖는다. 그 누구도 올바르지 않은 꿈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이란 이상향과 같다. 뛰어도 달려도 닿기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결코 나태한 적이 없다. 하루 24시간 진한 땀을 흘렸다. 한 번도 이 꿈을 의심해 본 적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꿈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그 꿈은 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혹시 꿈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수많은 계획을 세우며, 분석하고 검토한 그 꿈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냥 막연한 그림을 그리고 그에 대한 계획을 세운 것일까?
그렇다면 시험해 보자. 우선 바람부터 살펴보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라는 바람. 이유는 100인 100색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은 바람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일찍 자겠다는 결심은 할 것이다. 몇 시간을 잘 것이라는 생각은 없이 우선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난다는 이론에 기반을 두어 되도록 일찍 잠자리에 든다. 당연히 처음엔 지금까지의 습관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잠들기 쉽게 해주는 요가, 차 등을 이용해서 겨우 일찍 자는 습관을 갖게 됐다. 그런데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알람을 맞춰둔다. 알람을 끄고 다시 잔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우리는 다시 계획을 세운다. 목표대로 일찍 일어난 날이 많다진다. 그러나 하루 종일 피곤하다. 적어도 7시간을 잤는데도 말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과를 보내고 잠자리에 든다. 하루의 피로가 몰려와서 요가도 하지 않았는데 잠이 쉽게 든다. 다음 날 아침, 알람을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잤다.
“다이어트 하기”라는 바람. 우선 평소 먹는 양을 대폭 줄인다. 단기간에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소식 혹은 절식을 했다. 그러니 다이어트의 성공 경로는 소식 혹은 절식이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하루 종일 생기가 없고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먹는다. 후회를 한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 조사도 한다.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이든 식품을 주로 먹고 탄수화물과 동물성 지방이 든 음식은 줄이라 한다. 지방은 식물성으로 섭취하라고 한다. 그래서 식단을 고쳐 다시 도전한다. 앵겔 지수가 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단을 종교처럼 따른다. 체중계에 올라간다. 그러나 바늘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한다. 개인 트레이너가 말한 대로 먹고 운동을 한다. 온몸이 피곤하다. 그렇게 한 달을 겨우 보냈다. 그동안 올라가지 않았던 체중계에 올라간다. 바늘이 내려오지 않는다.
“독서하기”라는 바람. 가장 쉬운 접근 방법을 택한다. 포털 사이트의 책 섹션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피고 1위부터 책을 사서 본다. 재미가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다 읽기 전에는 다른 책을 사지 않기로 한다. 책은 1/3 지점이 접힌 채로 책꽂이에 꽂혀 있다. 하루 종일 가방에 넣고 다닌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이용을 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음악은 매일 들으면서도 책은 펴지지 않는다. 베스트셀러에서 자신의 일과 관련된 책을 고른다. 이번엔 절반을 읽었다. 2주일 동안. 300~400 페이지 중 절반을 읽는데 2주일이 걸렸다. 더 이상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책꽂이에는 2 권의 다 읽지 못한 책이 꽂혀 있다.
결코 나태하지 않았다.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일찍 일어나지 못했고, 운동을 해도 힘이 없으며, 읽지 않은 책이 쌓인다. 나의 바람은 어디로 갔나? 나의 목표는 어디에 있나? 달성할 수 없는 어려운 것일까?
B의 사례를 살펴보자.
B는 일찍 일어나기 위해 수면과 관련된 자료를 검색 엔진에서 검색해 최신 자료들을 살펴봤다. 자료를 찾자마자 그 자리에서 읽는다. 그리고 메모를 한다. 이론적 접근을 기반으로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리스트를 작성한다. 건강을 위해 수면 시간은 하루 6~7 시간이며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는 반드시 수면 시간에 포함시켜, 신체가 스스로 정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야행성으로 살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들 수는 없다고 판단을 한다. 그래서 평소 새벽 2시에 자던 시간을 1주일 동안 하루 30분씩 앞당기기로 세부 목표를 세운다. 하루 평균 30분을 단축해 잠자리에 들어 목표한 1주일 후에는 오후 9시면 잠자리에 들었다. 이 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 일과 중 집중력을 높였다. 카페인 음료도 오후 2시 이후에는 마시지 않았다. 오히려 정수나 녹차를 마셨다. 아침에 알람을 2개 맞춰 둔다. 스마트 폰 시계에 15분 간격으로 일어날 시간을 맞춘다. 처음엔 일어나기 어려웠지만 두 번째 알람에는 일어났다. 그리고 만일을 위해 가족 중 일찍 일어나는 사람에게도 아침 몇 시까지 자신이 일어나지 못하면 깨워 달라고 부탁도 했다. 그는 계획 이행 2개월 만에 일찍 일어나기를 달성하고 이를 습관화했다. 예전보다 일상의 집중력도 높아져 일의 능률도 올랐다.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는 행운도 잡았다.
B는 체지방이 25%로 샤워를 하기 위해 옷을 벗으면 신체 여기저기가 울퉁불퉁했다.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한다. 우선 병원에 가서 종합 검진을 받는다. 현재 자신의 신체 상태를 살펴본다. 한의원에서 진맥도 받고, 몸에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도 조사했다. 그리고 1 개월 동안 수행할 첫 목표를 세운다. 체지방을 20%까지 내리는 것이다. 체지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검색을 해 자료를 살펴봤다. 예상대로, 운동과 식이조절을 병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운동은 하지도 않아 처음부터 웨이트나 격한 운동은 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그래서 유산소 운동 중에서도 하루 3Km 걷기부터 시작했다. 걷는 방법에 대해 검색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3Km를 걷는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담장 밖에서 한 바퀴를 돌면 3.5km 정도 된다는 것을 스마트 폰 앱으로 파악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매일 아침 3.5km를 걸었다. 처음엔 1Km를 걷고, 1주일 후에는 1.5Km, 2주일 후에는 2Km. 이렇게 천천히 걷는 거리를 늘려 1개월 후 3Km를 걸어도 피곤하거나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물도 많이 마시게 됐다.
B는 어느 날엔가 독서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독서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조사를 했다. 자신의 관심사는 현재 직업과 관련된 것과 건강에 관련된 것이다. 직업과 관련해서는 개론부터 응용까지 리스트를 만들었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운동과 식이조절로 2 가지 범주를 구성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각각의 리스트의 첫 번째 책은 분량이 가장 적고 가장 쉽게 집필된 책을 정했다. 하루에 한 권씩 읽을 수 있었다. 분량이 적고 쉽게 설명을 한, 청소년 정도를 독자로 하는 책들이라 이해도 쉬웠다. 그다음 세부 목표는 분량과 난이도가 약간 높은 것으로 선정했다. 대신 서점에 가서 가판에 있는 후보 책들을 살펴보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수준의 책을 골랐다. 이렇게 3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분량과 난이도를 늘리면서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책 구입비용을 절약하면서도 목표를 달성하고 싶었다. 한 번에 3권의 책을 구입하자니 4 만 원 정도가 소요됐다. 한 달에 책 값 4 만원은 크지 않다면 크지 않은 돈이지만, 좁은 집에 책을 놓을 공간도 별로 없다. 그래서 구립 도서관의 보유 책을 검색해 본다. 그리고 집에 있던 책은 중고 서점에 팔고, 도서관에 보유된 책을 중심으로 독서를 지속한다. 관할 구립 도서관에 없는 책은 인근 구립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를 통해 빌렸다. 비용도 줄였고, 책을 보유할 공간도 절약했다.
그리고 B는 운동과 독서를 함에 있어 친구를 정했다. 함께 목표를 정하고 함께 노력할 동료를 찾았다. 책을 읽고 나서는 토론 비슷한 것도 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놓친 부분도 알게 됐다. 3개월 정도가 지나니 동료와 진도 및분야가 달라 졌다. 개인차 때문이다. 그렇지만 운동과 독서는 이미 B의 습관이 됐다. 이젠 혼자 해도 될 것 같다.
목표를 이루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다. 전자가 선택한 방법이 굳이 나쁜 방법이라고 매도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그가 의지가 없다고도 말하고 싶지 않다. B의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치켜세우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가 의지 덩어리라고 칭찬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삶을 비교한 것이 나에게는 하나의 경로를 깨닫게 했다. 목표를 이룸에 있어서, 이상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최종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계단을 오르듯 조금씩 욕심내지 않고 전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리고 동료라는 존재도 이해했다. 결국 두 사람은 파트너 관계를 해제했지만, 파트너가 있는 동안 정기적으로 독서와 운동을 한 덕분에 습관화가 됐다.
인생은 결국 혼자 걷는 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다. 누군가 자신과 함께 한다면 중간에 만나게 되는 좌절과 실패로부터 일어날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 맞는 방법을 찾는 시간으로 계획의 시간을 전환한다면 세부 목표를 찾기가 더 쉽다는 것을 이해했다.
목표를 정하고 노력해야 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왜 우리는 노력을 해야 하는가? 쉽게 간다면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 아니라 즐거움의 연속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굳이 살과 뼈를 깎는 형태의 노력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은 찾으면 찾을수록 많아질 것이다. 그중 가장 쉬운 방법을 고르면 되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이러한 방식이 굳이 배짱이의 방식이라던가, 얍삽한 방식이라 폄하하고 싶지 않다. 최적의 계획으로 최고의 목표를 이루면 우리의 삶은 나아질 것이다. 수도승 같이 답답한 ‘노력’의 과정 없이도 말이다.
그런데, 이런 얍삽한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방법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이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소설, 만화, 영화, 드라마 등에서 악인들을 본다. 그들은 선인보다 재산도 많고 좋은 차와 집을 가지고 있으며 지위도 높다. 그들은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낼 정도로 자신과 주위 상황에 대한 파악이 명확하다. 우리 선인들이 배워야 할 점은 이것이다. 하나의 주의, 이론, 철학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낼 정도로 자신을 알고 있는 것, 이것이 목표를 가장 쉽게 이루게 하는 첫걸음은 아닐까?
*이미지는 여기서: Photo by rawpixel.co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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