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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m 내에 공원 두 곳지난 글 2019. 5. 16. 16:13728x90반응형SMALL
도착 첫날의 걷기는 아직 계속된다. 그 800m의 이야기.
Union square Park.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남쪽 광장이다. 이곳은 1985년 당시 시장인 Edward I. Koch의 공원 개선 작업의 결과이다. 광장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둥그렇게 둘러서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 여기저기 자유로이 앉아 있는 사람들. 미국을 “자유”라는 키워드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모습이 상징적인 장면일 것이다.
170년의 역사를 지닌 유니온 스퀘어 공원. 1839년 일반인에게 공개된 이후, 상거래, 오락, 노동 행사, 정치 행사 등의 모임 장소로 역할을 해왔다. 1842년 Croton Aqueduct(크로턴 송수로; Croton 뉴욕 주 남부에 위치한 강 이름) 개장을 위해 설치된 분수. 하지만 1970년대의 유니온 스퀘어 파크는 마약상들이 활보하던 곳이었다. 이를 1985년 개선 작업으로 남쪽 끝 광장이 생기고, 중앙 잔디가 설치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내게 남은 두 번째 인상, Farmers’ Market의 정식 명칭은 1976년에 시작된 Union Square Greenmarket으로 당시부터 꽃 시장, 신선한 음식을 거래해 왔다.
각종 모임과 Greenmarket. 내가 ‘자유’라는 키워드를 떠올린 것도 넘겨짚기 만은 아니었나 보다. Union Square Park가 주는 분위기와 인상에 이런 역사의 공기가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었나 보다.
아내에게 ‘다리미’을 닮았다는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뜬금없는 전개지만, 여행은 골목을 걸으며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구성요소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론의 시각을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이 삼각형 건물이 다리미를 닮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길 위에 서서 이 건물을 봤을 때, 그리고 설명을 듣지 전의 내 눈에는 거대한 모서리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내부 사무실은 마름몰까?’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나름 인상이 강렬했는지, 지금도 ‘New York’하면, Flat Iron Building과 Washington Square Park가 떠오른다. 전자는 강렬한 인상 때문에, 후자는 내 아침 시간 대부분을 보낸 곳이기 때문에.
건축가 Daniel H. Burnham 설계로 1902년 완공된 뉴욕 최초의 마천루(1909년까지 가장 높은 건물). 강철 골격이 최초로 사용된 건물로, 내가 바라본 모서리의 벌린 각도는 25도. 여기서 북쪽으로 몸을 돌리면 Empire State Building이 보인다.
‘행복한 탈출구’라는 별명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는 공원. 우연히 만난 청설모가, 다람쥐가 아니었기에 더 반가웠던 공원(실물을 자주 보기 힘들기 때문).
‘헌법의 아버지’라 불린, 미국 4대 대통령 James Madison의 이름을 딴 공원이다. 지금의 위치는 5번 애비뉴와 23번~26번 스트리트 사이에 위치했지만, 1879년 처음 생겼을 때는 매디슨 애비뉴와 26번 스트리트 사이에 있고, 1925년 철거되어 8번 애비뉴와 50번 스트리트로 옮겼었다.
요즘은 무료 Wi-Fi가 있어서 디지털 기기를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만, 2005년 6월의 그곳은 키 큰 나무와 푸른 잔디밭 사이에 놓인 조용한 벤치에 앉아 종이 책을 보거나, 셰이크 쉑 버거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기에 너무나 좋은 곳이었다.
이 날은 벤치에 앉지 않고 조용한 잔디밭 사이 길을 천천히 걸으며, ‘우리 집 옆에도 이런 곳이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만 크게 했다.
Flat Iron Building에서 보던 Empire State Building이 더 가까워 보인다.
이렇게 해 질 녘까지 걸은 다음 도착 첫날 임시 숙소인 St. Marks Hotel로 왔다. 하룻밤 $180이었던, 어처구니없던 숙소. 허리 높이의 침대와, 간접*간접*간접 조명인지 불을 켜도 어두운 실내, 약간 습한 실내 공기. 다행히 더운물은 잘 나와 15 시간의 비행과 5 시간 정도의 걷기에서 쌓인 피로를 풀기엔 좋았다. 그러나 잠이 들려는 순간, ‘뉴욕의 강아지만 한 쥐가 내 얼굴을 밟고 다니진 않겠지?’라는 불안감을 안고 잔 것도 사실이다. 성인 남자의 가운데 손가락 길이의 뉴욕 바퀴벌레가 날아다니지 않을지도 염려됐다.공원이란 무엇일까? 우리 나라에도, 우리 마을에도 공원은 있었다. 더욱이 당시 살던 집 근처에는 어린이 대공원이 위치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뉴욕의 인접한 두 곳의 공원에 대해 '자유'를 느낀다. 어린이 대공원에서는, 그 넓은 잔디밭이 있는 '대'공원에서는 왜 '자유'를 연상하지 못했을까?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 동안 소풍, 현장 학습, 사생 대회, 글짓기 대회 등의 주제로 어린이 대공원을 방문했다. 눈을 감고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그 곳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의 방문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린이 대공원의 넓은 잔디밭에 누워서도 '자유'를 연상한 기억이 없다.
사람들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하는 행동일까?
어린이 대공원의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선형적 행동을 보였다. 유니온 스퀘어와 메디슨 스퀘어의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선형적이지만 잠시 멈춤이 있었다. 때로는 길게 멈춤도 있었다. 후자의 공원 2 곳에서 사람들은 공원과는 분리되어 보였다. 아니, 공원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일률적인, 선형적 관광과, 그룹마다 주제가 다른 행동이 '자유' 연상 여부를 결정한 듯 싶다. 오늘 방문한 2 곳의 공원의 역사를 몰랐던 당시에, 공원이라는 공간을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목적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은 내가 '자유'를 연상하는 시발점이 됐다. 그런 각자, 각 그룹의 행동들에 대해 누구도 '당신(들)은 왜 각기 행동하나?'라는 의문의 시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만일 어린이 대공원에서 사람들이 동물원을 보고, 놀이동산을 이용하며 선형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면, 나는 20대 전에 '공원 = 자유'라는 연상을 했을까? 단지 나이가 어려서 연상이 안된 것일까? 아니면 선형적 관광 행위의 정형적 이미지를 당연한 듯 여겼기 때문일까?
공원은 공원이다. 어린이 대공원도 공원이고, 유니온 스퀘어도 공원이며, 메디슨 스퀘어도 공원이다. 단지, 어떤 공원에는 '적절한 무관심'이 존재했고, 어떤 공원에는 '보이지 않는 시선'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행동에 막힘이나 규제가 없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타인이 행하지 않은 '의문의 시선'을 상상하지 않고, 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 결정한 행동을 한다면, 그 장소는 '자유의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무관심의 존재 여부가 핵심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경험한, 타인의 '의문의 시선'을 연결하여 연상함으로써, '여기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행동'해야 함을 기준으로 삼게 되는 것이 내 질문의 핵심이지 않을까?
미국은 '꿈을 이루는 곳'이고 뉴욕은 온갖 인종과 민족이 뒤섞여 충돌과 조화를 무작위로 반복하는 땅이다. 나는 질서 정연한 선형적 환경에서 살았다. 그러나 나는 '자유'를 원하고 있었을까? 마치 뉴욕의 2 곳의 공원에서 자유를 연상한 이유가, 이미 인지 못하는 곳에 있던 '자유'가 2 곳의 공원 방문으로 활성화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을 걷던 나에게는 '자유에의 갈망'은 없었다. 뉴욕에 오기 전의 나에게는 자유가 절실하지 않았다. 힘들고 지쳤지만 그것이 내가 누릴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느낀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뉴욕에 오기 전에 큰 프로젝트 하나를 성공 시키고 난 다음이었다.
뉴욕 걷기 여행 첫 날, 단 하루 만으로는 '미국이란, 뉴욕이란 나에게 어떤 곳인가?'라는 의문의 답은 찾을 수 없다. 당연하다. 데이터 혹은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판단이 아니라 넘겨집기일 뿐이다. 단지 첫 날에 나는 2 곳의 공원을 방문하고 '자유'를 연상했을 뿐이다.반응형LIST'지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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