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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Unrealistic Expectations
    지난 글 2019. 7. 2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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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프킨스 스퀘어 파크 Tompkins Square Park.

    에단 호크, 기네스 펠트로, 앤 벤크로프트,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 영화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의 촬영지로 알려진 공원이다.

    뉴욕의 아침, 특히 장기 체류를 시작한 우리에게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아침은 일상에서 마음만 먹었던 행동을 시도하는 시간이었다. 바로 아침 운동. 서울의 일상에서 아침 운동, 출근 시간을 고려하면 새벽 운동을 결심할 기회는 너무 많고 잦다. 어제보다 나아진 자신을 목도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나날이 일상에 소모만 되어 가는 내 몸에 신선한 공기와 청소하듯 혈류 속도를 높일 운동이 너무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아침형 인간’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있어 새벽 운동은 자신을 발전시키고 향상하겠다는 선언의 행동이다. 또한 새벽 운동은 뿌듯하고 달콤한 열매이다. ‘했다’ 혹은 ‘해냈다’라는 뿌듯함은 매일 세상에 패배하고 있다는 마음을 고양시키고, ‘내일 새벽도!’라는 희망을 피워 올린다. 

    서울에서 새벽 운동을 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일찍 자야 한다. 엄청난 great((정도, 양이 보통 이상으로) 대단한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 밤 10시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8시에는 현관을 통과해야 한다. 이동에 약 1시간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늦어도 7시에 퇴근을 해야 한다. 손이 매우 빨라져야 할 것이다.

    밤 12시에 귀가하고도 새벽 운동을 해내는 분들이 많다. 한강 고수부지, 뒷산 약수터, 동네 운동 시설, 피트니스 센터 등에는 많은 직장인들이 새벽 운동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런 말은 약한 소리일 뿐이다. 모든 인간의 의지가 동량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마도 부러움의 끝 머리일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일이 뉴욕의 아침에 가능해졌다. 출근에 쫓기고 퇴근에 마음 졸이지 않아서였다고 가능해진 원인을 이야기하겠다. 사람마다 하나의 행동을 하기 위해 갖춰져야 할 조건 혹은 환경이 있다. 나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몰두하려는 편이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없는 평일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운동하러 나가도 되었다. 오전 8시 전에만 나가도 아침 운동의 기분이 났다. 이런 조건 혹은 기분은 체류 기간 동안 계속됐고 아침 운동은 나의 일과가 됐다.

    그 첫 번째 아침 운동의 장소가 집 근처에서 2~3 블록 떨어져 있는 톰프킨스 스퀘어 파크였다. 아침 운동 종목을 정해서 나가지 않았다. 편안 옷에 편한 운동화를 신고 아침에 집을 나서 공원을 행해 걷고, 공원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아침 운동이 됐다. 제대로 된 시작, 제대로 된 활동. 이런 시작의 조건을 맞추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오히려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려 애썼다. ‘시작은 부담 없게’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싹을 틔웠다. 그 생각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덕분에 스트레스가 줄었다. 갖춰지지 않으면 시작하지 못했고, 갖추지 못하는 나 자신에 실망하는 일이 많이 줄자 마음은 편해졌고, 시작도 원활했다. 막상 그렇게 시작했어도 우려하던 엄청난 실패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만일 엄청난 실패를 만났다면 나는 다시 그 스트레스의 세계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해보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세상이 곁에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이 영화 ‘위대한 유산’의 촬영지라는 것은, 뉴욕에 오기 전에 상세한 조사와 2년 여의 어학연수 경험을 가진 아내를 통해 공원에 도착해서 알게 됐다. 뉴욕을 떠나오기 전, ‘미국이란, 뉴욕이란 나에게 무엇일까?’를 느끼기 위해 간다고 했던 나로서는 직무 유기다. 적어도 뉴욕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느끼고 얻어 가려했으니 흔한 가이드 한 권이라도 비행기에서 읽었어야 했다. 하지만 사전 지식이 선입관을 만들지 않을까 라는 이유도 귀찮음에 얹힌 것이 사실이다. 

    내가 하고 싶은 체험은 내 피부에 닿는 공기, 분위기, 눈에 보이는 시각적 요소, 내가 걷는 거리의 모습 등을 체험하고 느끼는 경험이다. 지금도 여행은 그렇게 한다. 대부분 현지 안내 및 가이드는 아내가 하고 나는 그 뒤를 쫓아 다닌다. 그러면서 오감으로 들어오는 데이터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한다. 나만의 여행 체험을 채워 나간다. 그렇게 해보니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된 많은 곳은 시각적 이국적임은 있어도 프로세스에 공통점이 많았다. 가게에 들어가면 주문을 하고 지불을 한다. 박물관에 가면 입장료를 내고 관람하고 나온다. 거리는 내 두 발로 걷는다. 사진을 찍어도 되는 곳은 금방 알 수 있다. 덕분에 사전 조사 없이 부딪히며 느끼는 여행은 힘을 받고 있다.

    첫 아침 운동장 톰프킨스 스퀘어 파크. 유명한 분수가 있었다. 내가 받은 인상은 ‘이것이 그 분수구나’가 전부긴 했다. ‘어, 그래?’ 정도가 아내에게 한 말이다. 더 이상 뭐가 있겠나?



    바로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태극권을 연습하는 중국 화교들. 무술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분수보다 이 광경이 더 시선을 끌었다. 동작은 머리로 알고 있었다. 멀리서 조금 따라 해 보았다. 머리로 안다고 바로 능숙하게 따라 하진 못했다. 그래서 평소 익혀 온 기체조로 아침 운동을 대신했다. 내가 하는 기체조는 중국 무술의 기공법이다. 당랑권 계열의 기공법으로 총 6가지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동작은 좌우 동일하게 동작한 것을 1회로 각 동작을 6회씩 한다. 몸을 열 때는 복식 호흡으로 들이마시고 몸을 닫을 때는 내쉰다. 처음에는 내가 그들을 쳐다보았지만, 이제는 그들이 나를 쳐다본다. 그들과 나 모두 느리고 천천히 움직인다. 일체감, 동질감 이런 느낌보다는 여전히 ‘나, 아침 운동 중!’이란 느낌이다.

    그러고 나서 공원 주위를 돌아봤다. 이국적인 장면이다. 반려 동물, 특히 개 혹은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별도의 장소가 공원에 있었다. 반려 동물과 함께 온 사람들은 그 공간에 함께 들어가거나 그 공간 밖 벤치에 앉아 있다. 간혹 대화도 나눈다. 우리나라 공원에서 반려 동물을 본 적이 없을뿐더러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도 처음 본다. 2005년 6월이니까 14년 전의 뉴욕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열풍은 지금 활활 타오르고 있고, 호수 공원 근처에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가 생긴 지 몇 년 되지 않았다. 이국적 체험이었다.

     


    이런 시설은 과연 반려동물을 위해 만들어졌을까?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을까? 물론 복합적인 목적 혹은 목표가 수립됐을 것이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간을 분리하여 인간의 편안함을 유지하고, 반려동물이 어느 정도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스트레스로 인해 인간에게 불편한 행동을 하지 않게 하고자 했을 것이다. 도시는 반려동물에게는 제한적인 공간이다. 마당이 점점 사라지는 지금, 아파트 정원 혹은 뜰도 몸에 줄을 매고 걸어 다녀야 할 테니 말이다. 60평 아파트를 뛰어다닌다고 충분하겠나? 그나마도 ‘하지 마’란 큰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는데. 이런 별도의 공간이 있다면, 잠시라도 줄에서 벗어나 뛸 수 있지 않겠나?

    공원 문화가 익숙하지 않던 나는 톰프킨스 스퀘어 파크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이 공간을 활용할지 지식 혹은 체험,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나 외 모든 주위의 환경과 사람들이 관람 대상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 와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보기’이지 않을까? 사람은 말로 익히지 못하고 보고 배우니 더욱 그렇다. 이 공간에 익숙한 사람들의 태도, 행동 방식 등을 잘 보고 이해해야 나 역시 임시 원주민으로 문제없이 지낼 수 있지 않겠나?

    여름의 초록이 무성한 공원이지만, 뒷산 약수터의 맑은 공기는 경험할 수 없었다. 하지만 건물 계곡 속에서 눈을 쉴 녹색이 많아 좋았다. 아침 시간, 공원에 있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좋았다. 비록 외견은 여유롭지만 그들은 뉴욕에서 일상을 보내는, 즉 일을 하여 수입을 마련해 생활을 하는 생활인들이다. 그러니 100% 여유로운 마음에 아침 운동을 한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을 위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서로 모여 태극권을 하는 그들의 일상은 부러운 일상임에 틀림없다. 떠나오기 전에도 자기 관리가 잘 되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이국의 공원에서도 부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나에게 아침 운동 1일 아닌가?’

    마음의 여유, 여백은 현금 10억 만큼이나 갖기 어려운 것일까? 하고 나면 세상의 모든 일은 ‘손바닥 뒤집기’라고 생각된다. 아직 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손에 닿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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