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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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했던 물, 생기를 준 나그네
삶은 무척 짧다. 노년 인구가 증가하고 인간의 수명이 늘고 있다고 잊을 만하면 들린다. 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긴 수명’이다. 그러니 과거에 얽매여 있거나 미래의 불안에 휩쓸릴 새가 없다. 1초 전은 과거고 1초 후는 미래다. 그럼 우리의 현재는 지금밖에 없다. 그 ‘지금’이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현재는 단지 ‘찰라’다. 그렇게 짧다. 현재에 집중한다는 말의 의미는 1초 전에 얽매이지 않고 1초 후에 마음 졸이지 않고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한다는 말일 것이다. 시간이란 어쩌면 ‘전에’ 있었던 일을 추억하는데 필요한 지시자일 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집중할 현재를 원래부터 가지고 있지 못했는지 모른다. 그런 허망한 시간 속에서 바람을 가진 이가 있었다. 그가 나타나기 전 그녀는..
2021.04.21 -
내가 “괜찮다”하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곳
우리가 뉴욕으로 떠난 것은 6월 초. 뉴욕도 여름에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여름과 뉴욕의 여름이 다른 이유를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삼면이 바다이고 국토의 2/3가 산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습기가 많다. 그래서 끈적인다. 바람도 덥고 그늘도 더위에서 자유롭지 않다. 햇빛에 데워진 습기가 그늘로 여름을 피한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삼면이 바다 혹은 강인 뉴욕이다. 시 토지 곳곳에 수목이 울창한 공원들이 있다. 뉴욕의 허파 역할을 한다는 센트럴 파크의 면적은 3 제곱 킬로미터라고 한다. 북쪽에 커다란 저수지가 있어서 실제 공원 내 수목의 비율은 센트럴 파크의 50%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건조한 건가? 건조한 여름이 주는 장점은 그늘의 시원함이다. 햇살에 데워질 습기가 적은 관계로 그늘은 시원한 ..
2018.05.04 -
무관심은 존중이다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 한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지극한 관심에서 비롯되고 그에 기반해 성장한다. ‘關心’라 한자를 쓰는 관심은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행위, 마음이다. ‘觀心’라는 한자는 쓰는 관심은 마음을 바르게 살펴보는 행위다. 전자는 사랑의 시작이 될 것이고, 후자는 사랑의 성장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무관심’은 마음이 끌리지 않는 상태이고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행위다. 즉, 사랑을 시작하지도 성장시키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무엇인가를 말 또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은 ‘공유(share)’이다. 내 안에 담아두고 있는 생각, 마음을 말 또는 행동으로 상대 앞에 꺼내놓는 행위다. 하지만 우리가 자주 듣는 요즘의 ‘공유’는 일정 기간 보유하는 행위를 포괄한다. 따라..
2018.03.29 -
자유는 달고 책임은 쓰다
박찬욱 / 아가씨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변한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우리는 ‘인간’이라고도 ‘사람’이라고도 부른다. 동일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인간은 결코 습관의 변경이나 훈련으로 변하지 않으며, 습관의 변경이나 훈련으로 변화할 수 있는 존재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인간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으면 ‘사람’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사람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으면, ‘생각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다른 동물과의 구분), ‘어떤 지역이나 시기에 태어나거나 살고 있거나 살았던 자’,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을 갖춘 이, 비슷한 말 인간’, ‘인격에서 드러나는 됨됨이나 성질’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나는 혼란을 겪었다. 나는 왜 ‘인간’은 변할..
2017.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