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1. 09:41ㆍ지난 글
흔치 않은 일이긴 하다.
“호수 공원 갈까?”
작업을 핑계로 주말 가족 나들이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오래된 일이다. 실제로 작업은 두서가 없었다. 그런 진행 방식에 동의한 것이 나였다. 집에 있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생각할 것도 많았다.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지만, 마음 편한 상태라 여겼다. 대인 관계를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데.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대인 관계를 기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2~3 개월 전부터 탄수화물 섭취가 늘었다. 식사를 하고 나서도 단 것이 당겼다. 초콜릿, 파이, 튀긴 과자 등, 장을 볼 때는 으레 과자 코너로 발길이 향했다. 복부 비만을 없애려는 노력은 건강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허리 문제를 더해야 한다. 좌식 직업인 관계로, 거기에 바르지 않은 자세가 한몫을 더하여 디스크가 이탈해 버렸다. 복부 비만이 심해지면 허리에 통증을 느낀다. 잠에서 깨면 코어 강화 스트레칭과 요가를 매일 하며 견뎌왔지만 그것만으로 통증이 경감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걷기를 시작하려 한다. 걷기는 10년 전부터 나의 운동 방법이 됐다. 체중이 어느 정도 줄어들어야 달리기를 할 수 있으니 매일 3 Km 이상 걸었다. 효과는 좋았다. 이상하게도 운동을 하면 탄수화물 섭취가 줄어든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걷기 덕분에 무릎에 무리를 주는 달리기를 하지 않아도 체중은 안정권에 접어 들었다. 3년 이상 스트레칭과 요가만 하던 나는 늘어나는 복부 비만에 다시 걷기를 시작하려 한다.
호수 공원의 호수를 끼고 한 바퀴 걸으면 4~5 Km를 걸을 수 있다. 아이는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점점 실력이 느는 재미가 있는지 자전거를 타고 저 앞을 달려가고 있다. 나는 아내와 같이 각자의 속도에 맞춰 호수 주위를 걷는다. 주위 나들이 가족들도 좋은 광경이다. 평화롭게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그런데 오늘따라 여름 햇살이 눈부시다. 오래도록 실내에만 있어서인지 여름 햇살과 햇살이 반사되는 초록 잎이 그렇게 눈부실 줄은 예상 못했다. 그 모습이 생기 가득하다 느끼지 않고 눈부시다 느낀다. 왜일까?
벌써 49 번째 여름이다. 매일 거울을 봐도 나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시간을 헤아려 보면 벌써 그렇게 됐다. 아이가 커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고 철부지인 내가 아이를 낳고 육성하고 있는 모습이 놀랍다. 그러던 내가 이제 49 번째 여름을 맞이했다. 그래서일까? 혹시 여름 햇살과 그 햇살이 반사되어 빛나는 잎들이 눈부시다 느낀 것은?
부러워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나는 인생의 가을로 접어들고 있고 곧 겨울을 맞이할 것이다. 그 겨울을 슬기롭게 지나면, 만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 새싹이 돋는 봄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평소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는 나였다. 지금도 일을 하며 내 마음이 열정으로 가득한 것을 느낀다. 일을 제대로 해내겠다는 열정이 39 번째 여름만큼, 아니 29 번째 여름만큼 뜨겁다 느낀다. 지금의 전환기를 어떻게든 넘어 보려는 마음도 청년의 열정 그대로인 마음에 기댄 전진이다. 그런데 오늘 알아 버렸다. 올해가 내가 맞이하는 49 번째 여름이라는 것을. 인생의 가을에 맞이하는 여름 햇살이라는 것을. 그래서 녹음의 푸름도 생기 있다 느끼지 못하고 눈부시다 느낀 모양이다.
많이 변한 것은 시간뿐인가? 아직도 난 싫으면 곁에 가지 않는다. 만족스럽지 못하면 나아가는 발길을 멈추지 않는다. 많이 고려하는 만큼 전진하는 발길은 힘차다. 그 힘이 결코 시들지 않았다 느낀다. 그런데 오늘 푸르른 여름 햇살에, 양버들 잎 가득 내리쪼이는 햇살에 그만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 부러워해 버렸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야’라는 말이 용기를 북돋우는 어떤 금언보다도 강하게 마음을 때린다. 49 번째라는 숫자가 너무도 힘겹게 다가온다. 여전히 나는 홀로 앉아 있길 원하고 있고 차분히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가 이기지 못하는 타인의 말에서 벗어나려 한다. 시간은 49를 가리키지만 나는 결코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피한다고 능사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믿고 있다. 주말 여가도 밖으로 나가 힘차게 걷고, 아침 요가도 정확한 자세를 지키며 내 허리를 최대한 건강하게 만든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두려워 않고 나를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나이가 많으면 어떤가?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독자들이 늘고 내 글을 읽은 방문자가 늘고 있는데. 인간의 세포는 사용연한이 있어서 언젠가는 노화된다.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세포에 새겨진 사용연한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 그래도 바꿀 수 없는 어제에 연연하거나, 다가오지 않은 내일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지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현실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삶이 아닐까? 오늘 나아가지 않으면, 내일이 되어 변경할 수 없는 ‘오늘(어제)’를 후회할 것이다. 오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를 내일을 더 두려워할 것이다. 50 번째 여름도 지금의 나와 같을 수는 없다. 스스로 하지 않아 동일하다면 억울할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내 영향력이 미치는 영역에 집중하여 더 나은 방법으로 더 향상된 결과를 맞이하는 것이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방법은 아닐까? 하루를 보내고 되돌아볼 때 길게 한숨을 쉬지 않고 달성에 따른 고양감으로 잠이 오지 않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더 났지 않을까?
매일 매일 고양감에 잠 못 이루는 내 모습으로 49 번째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고 싶다.
- 격월간 그린에세이 V.30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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