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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샬롯의 거미줄'의 작가 E.B. 화이트는 ‘여기 뉴욕(Here is New York)’에서 뉴욕에 있는 사람들을 3 범주로 나누었다.
제1 카테고리는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뉴욕 토박이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전 생애를 통해 뉴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제2 카테고리는 뉴욕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위 도시(the city)로 불리는 맨해튼을 중심으로 지하철, 승용차, 버스 등을 통해 들어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E. B. 화이트에 따르면 뉴욕의 모습을 가장 적게 보고 경험한 사람들이라 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이면 잠을 자러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외근이나 외부 미팅을 가는 길에 뉴욕의 일부를 느낄 수는 있겠지만.
제3 카테고리는 ‘꿈’을 마음에 담고 뉴욕에 정착한 사람들이다. ‘아메리칸드림’ 혹은 ‘창작의 성공’ 혹은 ‘자유로운 날갯짓’을 위해 뉴욕으로 날아온 사람들일 것이다. 제3 카테고리의 사람들은 이민, 유학 등의 형태로 시작을 할 것이다. 뉴욕에는 들어가고 싶은 학교들이 있다. 콜롬비아 대학교, FIT, 파슨스 디자인 스쿨. 이 외에도 뉴욕은 예술, 금융,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눈독 드릴 만한 분야들이 있다.
그렇다면, 뉴욕을 통해 생애 처음 미국 여행을 하며 ‘미국이란, 뉴욕이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품은 나의 정체성 Identity는 무엇이라 해야 할까? 이방인? 방랑자? 적어도 마음에 품은 목적이 있으니 방랑자는 사양하겠다. 이방인? 타인의 시선에 의한 정체성의 판단도 사양한다. 그렇다면 나는 탐험가인가?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두고 내면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려는 탐험가. 어느 정도 부합된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는 뉴욕의 제4 카테고리인가? 스스로 그렇게 정의해도 무리가 없다 판단이 된다. 그렇다면 기존 계획을 하나씩 실현해야 하겠지? 장기 체류를 하기로 했으니 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숙소. 2019년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뉴욕의 거주민들은 우리나라의 수도세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록펠러 가문이 뉴욕시 전체의 수도 사용 비용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록펠러의 유언 덕분이라고 한다. 60세 이후 사업에서 손을 놓고 자선 사업에 뛰어든 록펠러. 상수도 사용 비용 외에도 현 뉴욕 유엔본부 자리도 그가 기증한 땅이라고 한다. 그 혜택을 2005년 6월의 나도 입었다. 탕 가득 물을 받고 입욕제라는 것을 써서 소위 ‘탕 목욕’을 매일 해도 부담이 없다. 전기세는 집세 포함이었다. 소위 유틸리티 Utility 비용이 한 달 집세에 모두 포함되고, 사용한 만큼 내는 구조가 아니다. 이전에 글을 통해 밝혔지만,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에어컨을 24시간 돌려도 집세가 오르지 않는다. 물론 24시간 내내 튼 기억은 없지만, 밤새도록 켜고 잘 수 있었다. 유틸리티 비용과 집세, 관리비 등을 정액제로 내는 집을 구했다. 예산 계산이 간편했다. 우리가 거주한 이스트 빌리지 스튜디오는 한국 유학생이 여름 방학 동안 귀국을 하고, 귀국한 사이에 집세만 내기 그렇다고 유학생 사이트에 임대를 올린 곳을 운 좋게 구했다. 결코 저렴하다 할 수 없는 집세였다. 허드슨 강 건너 뉴저지의 동일 면적의 월세는 그 절반이었다. 그러나 저녁이면 쫓기듯 귀가하는 것이 싫었고, 뉴욕 맨해튼을 왕복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매우 비싸다고도 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 장기 체류에 필요한 의식주 중 주는 이렇게 마련했다.
이 편에서는 주로 주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한국 시간 2005년 6월 1일 비행기에 올라 6월 2일(이후 모두 한국 시간) 뉴욕에 도착했다. 2일 저녁을 모텔에서 보내고 6월 3일부터 거주를 시작했다. 수리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 우리 부부는 근처 마트로 향했다. 2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 영화 ‘위대한 유산’의 촬영지 톰프킨스 스퀘어 파크가 있다. 마트는 그 옆에 위치했다. 여기 외에도 숙소에서 북쪽으로 한 블록 거리에 그로서리(식품점)가 있다. 또 유니언 스퀘어 파크 앞에는 홀 푸드 마켓이 있다. St. Marks 거리에는 K마트도 있다. 34 번가 코리안 스트리트에는 한국 음식이나 식재료, 서적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도 있다. 소호에 가면 딘 & 델루카가 있고, 군데군데 마트 혹은 상점이 있다. 그래서 트레이도 마련했다. 3~4 블록 정도의 거리에 있는 마트에 갈 때 트레이를 끌고 간다. 이유는 식수 때문이다. 뉴욕은 수돗물을 마신다지만, 아무래도 정수물을 선호하므로 큰 병으로 한 박스, 작은 병으로 한 박스(1~2주일 기준) 구입한다. 그러니 트레이를 끌고 가는 것이 걸어 다니기에 편했다. 이렇게 주위에 마트들의 위치를 며칠에 걸려 파악했다.
마트라고 해서 우리나라 이마트나 홈플러스 등 대형 매장을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거의 단층이고, 일부 의류 등 종합 쇼핑몰일 경우엔 복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식주 중 식은 우리나라 대형 슈퍼마켓 규모의 마트나 식료품점을 주로 이용했다. 그리고 소모품은 99C 샵을 이용한다. 키친타월이나 화장실 휴지, 식수 작은 병 등 소모품들은 다이소 같은 99C 샵에서 샀다. 커피를 거의 매일 마시는 우리 부부는, 맥스웰 하우스 분쇄커피나 폴저스 분쇄 원두커피를 주로 구매했다. 첼시 마켓에 갔을 때는 다른 커피를 사 오기도 했다. 걷는 도중에는 스타벅스나 머드 등 지역 카페를 이용했다. 머드 등 뉴욕의 지역 카페들의 커피는 내 입맛을 기준으로 매우 뛰어나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선호하던 입맛이 뉴욕에서는 다양한 카페에서 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즐거웠다.
장기 거주를 위해서는 청소 용구도 필요하고, 식기도 필요하다. 주방에 그릇과 냄비, 주전자, 수저 등 기본적인 것이 갖추어져 있었지만, 뉴욕 체류 기념의 의미도 담아 소호 입구의 도자기 샵에서 뉴욕을 기억할 수 있는 식기를 구매하기도 했다. 청소 용구는 물티슈를 끼워 사용할 수 있는 대걸레, 행주, 걸레 등을 구매했다. 기존 숙소에 있던 책상은 노트북 등의 충전 및 사용에 사용되므로, 두 사람이 큰 접시 하나에 온갖 음식을 모두 담고 식사할 작은 테이블도 구매했다.
가장 중요한 침구. 에어 매트를 선택했다. 모터를 충전해 공기를 넣는 방식의 에어 매트는, 공기를 주입할 때 기성을 지르는 모터이긴 하지만, 주입 완료 후엔 훌륭한 쿠션을 제공한다. 빵빵해서 스프링 방식의 매트리스 이상의 반탄력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그 위에서 뛰고 구르진 않았다. 가격은 3~4 만원 대였다. 모터는 4시간 정도 충전해서 30분 정도면 완전히 공기가 들어있지 않은 매트를 부풀릴 수 있다. 한 번 충전하면 공기가 잘 빠지지 않아, 1개월 반 후 의자를 나르다가 터뜨리기 전까지 공기 주입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무료 셔틀을 타고 IKEA로 이동해서 러그나 이불 등을 사기 전까지 한국에서 압축해서 가져온 침대보와 이불을 사용했다. 배게는 6월 3일 장을 보면서 구입했다.
마트의 위치를 파악하고, 침구를 마련하고, 식기와 청소도구를 갖췄다. 이만하면 장기 체류할 기본적인 준비는 완료한 것이다. 그러나 뉴욕에 살기 위해 추가해야 할 용품들이 있다. 콘센트에 꽂으면 초음파를 발생시켜 성인 가운데 손가락 만한 바퀴벌레와 작은 강아지 크기의 뉴욕 쥐를 쫓는 장치이다. 손가락 2개, 각각 2 마디를 붙인 크기 만하다. 그리고 구석에 바퀴벌레용 끈끈이도 놓아두었다. 바퀴벌레와 쥐의 크기는 보면 입이 딱 버러질 정도다.
아, 한 가지 더. 당시엔 CATV를 신청하면 케이블 모뎀의 초고속 인터넷이 함께 설치된다. 건물 벽에 유선방송 케이블 꽂이가 있어서 10개 미만의 채널은 볼 수 있지만, 인터넷 사용을 목적으로 신청하게 됐다. 당시 비용으로는 매우 저렴했던 기억이 있다. 영어로 하는 방송 등이 자막 없이 24시간 방송된다. 어떻게든 알아들으려고 가능한 주위에서 한국어는 멀리 했다. 2개월 반 동안 과연 늘었나 라고 묻는다면 즉답은 못한다. 하지만 노력의 시간이었다는 것만은 말할 수 있다. 사실, 인터넷 덕분에, 당시 인기 드라마인 ‘내 이름은 김삼순’도 보긴 했다. 그리 빠르진 않았지만 안정적인 속도로 기억한다.
자, 집도 갖추었고, 내부 용품도 갖추었다. 이젠 걸으며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느끼는 일만 남았다.반응형LIST'지난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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