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

2020. 4. 11. 13:23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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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하수상할 때는 몸을 사리는 것이 현명하다.”

필자가 자녀에게 얼마 전 한 이야기다. 개학이 연기되고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답답해한다. 부모 된 입장에서 집 밖에 아이를 내놓기에 용기가 필요하다. 부모라고 해서 그 뒷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필자 가족은 여행을 다닌다. 

뉴스에서 여행업계의 불황이 빈번하게 전해진다. 여행은 실내에서 실내로 이동한다 라기 보다, 집에서 밖으로 이동하는 행위다. 도착하기만 하면 숙소 밖을 돌아다닐 텐데 도착할 때까지 닫힌 공간에서 몇 시간을 보내야 한다. 당연히 버스, 기차, 비행기 이용을 기피한다. 여행의 발길은 중단된다. 해외여행의 경우 입국 금지된 국가도 있다. 뉴스에서 동양인이라고 폭행을 당한 사실이 전해진다. 모니터를 통한 가상 여행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필자의 가족은 여행을 다닌다.

필자는 출퇴근 또는 마트 구입품 수송이 주된 용도인 자동차라면 경차여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경차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예전에 이 경차로 남도 여행을 한 적도 있다. 필자 가족은 이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여행을 다닌다. 타인과 닫힌 공간에 머물지 않아도 된다.

필자 가족 여행은 집에서 야외까지다. 인근에 호수 공원이 있다.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면 10 km 정도를 걷게 된다.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호수 주위를 가족과 함께 걷는다. 계절은 봄에 접어 들었다. 아직 새 싹을 틔운 정도이지만 봄이 왔음을 느낀다. 얼마 전 동네 벚꽃이 활짝 피었다. 지금은 한 그루 한 그루 꽃이 지고 있다. 이제 꽃샘추위도 지나갈 터이다.

필자 동네 분들도 여행을 다닌다. 동네 근처 탄천이 있고 산보길이 마련되어 있다. 짧게는 왕복 총 3 km, 연결된 개천 갓길을 계속 걸아가면 왕복 6 km 정도를 걷는다. 이 길을 걷는 분들도 꽤 많다. 이들도 근교 여행을 다닌다. 점점 자외선 양이 많아진다. 걸으며 일광욕하기 좋다. 물론 마스크는 착용하고 있다.

필자 가족은 집에서 5 km 정도 떨어진 곳의 카페로 드라이브를 간다. 선택 기준은 카페 밖 좌석이 있는가 이다. 우리 가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옥외 좌석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케이크도 먹는다. 외부인 출입금지가 아니었다면 경희대 캠퍼스 진입로의 벚꽃을 즐겼을 지도 모른다. 즐겼으면 좋았겠다 정도의 마음이었다.

시장 보는 방법은 전자상거래로 전환한 지 꽤 됐다. 그럼에도 가끔은 마스크를 쓰고 10분 정도 내에 야채를 지역 중소규모 마트에서 구입한다. 저렴한 가격, 정해진 구입품, 앞 사람에게서 2 미터 정도 떨어져 계산 순서를 기다린다.

집 밖으로 나가 어딘가에 머무는 것을 여행이라 한다면 필자 가족은 여행을 하고 있다. 매주 장소를 바꿔가며 여행을 다닌다. 걷기도 하고 일광욕도 하고 가족 대화도 하고 계절 변화도 구경한다. 

시절이 하수상하여 몸을 사려야 하는 이 시기, 잠시 이 말에서 일탈한다. 일탈은 언제나 즐겁다. 뒷감당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긴장감 있는 일탈은 짜릿하다. 정상에서 벗어난 것 같다. 변명을 하자면, 창과 출입문을 활짝 열고 환기하는 것만으로 기분 전환이 되지 않았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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