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2020. 7. 13. 12:58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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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옵니다. 장마입니다. 눅눅하고 으슬으슬합니다.

 

장마의 순수 우리말은 오란비(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백문식; 1998년)라고 합니다. 1500년 이전에는 오란비로 불리다가 1500년 중반 이후 오란(오랜)의 한자어인 댱(長)과 비를 의미하는 마ㅎ(물의 옛말;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백문식; 1998년)를 합쳐 댱 마ㅎ로 표현되다가 쟝마, 이후 장마로 변한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장마 기간이 짧아졌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비가 오다가 그쳐 해가 났다가 다시 하루 종일 비가 오는 형태가 됐습니다. 기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6월 말부터 7월 초, 혹은 중순 전까지 거의 매일 비가 내렸습니다. 등교나 출근을 할 때 신발 앞이 젖고 양말이 젖어 걸을 때 비벼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때는 신발을 하나 가방에 넣고 가서 발을 닦아 건조하고 젖지 않은 신발을 신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방에 또 짐을 추가하기 싫었습니다. 점심시간 이후가 되면 얼추 마르기도 했습니다.

 

주간에는 그리고 집 밖에 있을 때는 비가 온다고 이런 음식을, 오지 않는다고 이런 음식을 먹는, 기후별 식사를 하진 않았습니다. 비와 무관하게 ‘오늘은 이것이, 어제는 저것이’ 생각나는 대로 메뉴를 정했습니다. 하지만 저녁이나 주말, 집에 있을 때는 ‘비가 오네. 그럼...’하고 메뉴를 정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가 오면 찾는 메뉴 혹은 음식에 대한 랭킹을 설정한 컨텐츠가 있었습니다. 2018년, 2019년, 그리고 올해의 순위를 비교해 놓기까지 했습니다. ‘세상에는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사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설마 일부러 그렇게 메뉴를 찾지는 않겠지요. 물어 보니 ’이런 음식을 먹었던 것‘이라는 응답을 정리한 것이 아닐까요? 굳이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저도 참 쉽지 않은 사람입니다.

 

살펴보니, 이렇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비가 오면 느껴지는 감각은 ‘으슬으슬’과 ‘눅눅’이 아닐까 합니다. 물이 하늘에서 내리면서 상승된 더운 공기의 온도를 낮추지 않나 싶습니다. 여름 햇살에 달궈진 대지 역시 하늘의 물로 젖으며 온도가 내려갈 것입니다. 기온이 내려가는 속도가 늦지 않으니 살갗에 닫는 온도가 내려가면서 ‘으슬으슬’ 추워질 것입니다.

 

하늘의 물이 내려오니 우리가 딛고 사는 땅의 습기 역시 상승될 것입니다. 당연히 공기 중 물의 밀도가 높아져 습기가 올라갈 것입니다. 거실 중간에 둔 습도계의 수치가 비가 오는 날에는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으슬으슬 추워지니 따스한 음식이 생각날 것입니다. 여기서 ‘따스한 음식’은 열에 끓인 음식  만을 의미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납니다. 몸의 온도가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더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맵지 않고 따스한 음식과 맵고 따스한 음식을 주로 찾나 봅니다. 주로 국물이 있는 음식들입니다. 뜨거운 건더기보다 뜨거운 국물이 몸을 따스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의 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물이기 때문일까요? 뜨겁게 구운 고기를 먹고 으슬으슬한 몸이 녹는다는 감각은 잘 상기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추가할 음식이 있습니다. 술과 차입니다. 술은 온도가 높지 않아도 알코올의 작용인지 몸이 뜨거워집니다. 혈액 순환이 빨라지기 때문일까요? 차는 주로 커피가 꼽힙니다. 녹차 같은 차를 마시는 분들도 있겠죠. 끓인 물을 드시는 분들도 계실까요? 모두 으슬으슬하다는 싫은 감각을 해소하는 방법인가 봅니다.

 

이제 눅눅함입니다. 치킨, 튀김, 전 등 씹으면 ‘바삭’ 소리가 나는 음식들이 많았습니다. 김치전이 대표적이겠죠? 치킨도 많은 분들이 답변 하셨나 봅니다. 치킨 외 튀김은 10위 안에서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요리 프로그램에 전을, 튀김을, 치킨을 바삭하게 튀기는 각종 팁도 제공됩니다.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은 재료에서 물을 증발 시킵니다. 그래서 ‘바삭’ 소리가 납니다. 팁 중에는, 전이나 튀김의 반죽에 식용유를 넣어, 뜨거운 기름에 넣었을 때 반죽의 기름이 녹아나오며 튀김옷이나 전의 반죽이 기름에 튀겨지면서 구멍이 생기도록 하여 바삭한 식감을 살리기도 합니다. 얼음을 넣어 반죽을 차갑게 식힌 후 170도 이상의 뜨거운 기름에 넣어 순간적으로 굳혀 바삭함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뜨거운 치킨, 전, 튀김을 후후 불어 씹는 순간은 눅눅함이 바삭함으로 해소되는 순간입니다.

 

건조한 곳, 저의 경험으로는 적도에 가까운 곳이나 뉴욕 같은 곳은 그늘에 들어가면 바람이 시원했습니다. 몸에 닿는 공기의 습도가 낮은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습도가 높아 여름에는 증기에 몸이 쪄지는 감각이 생깁니다. 눅눅한 장마에 바삭한 음식은, 건조한 장소의 그늘에 앉아 습기 없는 바람을 맞는 기분일까요?

 

우리는 노력합니다. 싫은 기분을 좋은 기분으로 바꾸기 위해서 말입니다. 으슬으슬하고 눅눅한 날에 따스하고 바삭한 음식을 먹는 일상도 평화롭습니다. 기분이 즐거워집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어른들이 말씀 하셨습니다. 누구도 좋은 기분을 싫은 기분으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행복하려고 즐거우려고 기쁘려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노력합니다. 그래서 나아진 기분은 오늘을 사는 원동력이 됩니다. 

 

오늘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떤 이유든 마음이 으슬으슬 춥고 눅눅한 상태에 젖어 침체되어 있지 말고 서둘러 따스하고 바삭한 상태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은 방법이 없어. 해도 안 되니까 이러고 있는 거지!’라고 합니다. 인간이 지금처럼 편해진 이유는 여러 명이 하나의 주제에 매달렸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안부라도 좋으니 친구를 찾아가 봅시다. 지금의 기분을 상담하듯 내뱉지 말고 그냥 어제 본 예능의 이야기부터 해봅시다. 혹시 압니까? 나아질지.

 

*플레이리스트: http://kko.to/O8_gjR4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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