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할게

2020. 8. 1. 16:37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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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게

 

내가 뭐라고

달라지는 건 없어

이렇게 아무 영향 없는 줄 알았다면

진작 할 것을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어

부글부글

화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어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 그런 마음에

 

그 때 용서했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거라고?

그 때 용서했으면 서로 마음이 편했겠지만 달라지는 건 없어

 

적어도 악의 연결 고리는 끊었을 거라고?

내가 널 미워하고

그로 인해 네가 날 미워하고

그런 네가 이해가 가지 않아 내가 널 미워하고

이런 악의 연결 고리가 진작 끊어졌을 거라고?

 

내가 용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듯

네가 사과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는데

네가 먼저 사과하지 그랬어?

네가 먼저 사과해도 변하는 건 없잖아!

 

마음이 부글거려

다시 미워질 것 같아

 

아니

난 너를 용서했어

네가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너보다 큰 사람이란 의미는 아니야

말했지만 내가 너를 용서하는 일은

숨 쉬는 것 같은 거야

식사하는 것 같은 거야

아침이면 커피부터 내리는 것 같은 거야

큰 의미가 없어

 

일부러 지금 용서하는 건 아냐

그 때는 용서할 수 없었어

 

지금은,

너를 외면하고 우리를 외면하고 우리 관계에서 

마음의 발을 뺀 지금

내가 너를 용서하는 거야

큰 의미는 없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내가 뭐라고

 

용서는

오늘 비처럼

억수 같이 내린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을 내보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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