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수용

2020. 8. 4. 18:09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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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나 벌도 많은 숫자가 모여 함께 일하는 능력이 있지만, 이들의 일하는 방식은 경직되어 있으며 그것도 가까운 친척들하고만 함께한다. 늑대와 침팬지의 협력은 개미보다는 훨씬 더 유연하지만, 협동 상대는 친밀하게 지내는 소수의 개체들뿐이다. 사피엔스는 수없이 많은 이방인들과 매우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다. 개미는 우리가 남긴 것이나 먹고 침팬지는 동물원이나 실험실에 갇혀 있는 데 비해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 유발하라리 '사피엔스' 중에서

 

옛 몽골 제국(혹은 몽고 제국)의 수도에는 다양한 종교가 모여 있었다고 한다. 몽고의 황제도 이방인의 문화에 수용적이었다고 한다. 동아시아부터 서유럽에 이르는 광대한 제국을 경영하기 위해 이들이 행한 것이 타 문화 수용은 아니었을까?

 

이 두 단락에 미루어 생각해 볼 때, ''는 이방인 혹은 타 문화에 대해 얼마나 수용적인가? 혹시 한 줌도 안 되는 ''를 지키기 위해 수용은커녕 강하게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 삶에 주도적인 위치를 점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 주위에 높고 두터운 성벽을 쌓고 조막만 한 문 하나 달고 고릴라만 한 자물쇠를 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근하는 타 문화 혹은 이방인과 내 삶을 어떻게 조화롭게 어울리게 할 것인 가에 집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의 유연성은 철인들이 성공의 태도로 자주 꼽는 화두다.

 

유연하려면 인대와 근육이 쭉쭉 늘어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늘어난 인대와 근육으로 자세를 유지할 힘도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강하지 않으면 유연할 수 없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팔굽혀 펴기, 앉았다 일어나기, 윗몸 일으키기, 10 km 달리기를 3년 동안 매일 100회씩 해서 머리카락이 온통 빠지는 것이 아니라,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정보가 필요하다. 타인이 나에게 다가올 때 그들의 의도를 아는 것은 점을 치듯 알아맞히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고 끊이지 않는 정보 입수와 검토를 통해 가능해진다. 또한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정보가 많아지면, 비록 해당 대상에 대한 정보는 없어도, 인근 정보를 통해 유추 해석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유교 중심의 국가에 유일신 종교가 사민평등을 주장하며 유입 됐다. 위아래가 없고 세상 모든 이들이 평등하다는 생각이 유입되면, 그 동안 신분제로 하대 및 학대 받던 사람들이 귀족들과 대등하게 지내려 할 것이고, 이는 질서를 망가지게 할 것이라고 유교 겁쟁이들은 넘겨짚었다. 유일신 종교의 유입을 막기 위해 이 겁쟁이들은 유일신 종교의 뿌리까지 파내어 바수어 버린다.

 

이들에게는 신뢰가 있었다. 유교 국가가 제대로 되면 세상은 좋아질 것이라는 신념에 가까운 신뢰. 그러나 이들은 눈 닫고 귀 접고 머릿속에 새겨진 원칙만 바라보고 있었다. 유교가 발생되고 전파되어 국가 철학으로 삼은 중국마저 우리나라와의 외교의 장에서, 그들의 정치의 장에서 유교의 냄새는 사라지고 법가의 싸늘한 바람만 쌩쌩 불었다. 유교 겁쟁이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일까 외면한 것일까?

 

유교는 인간이 정리한 철학. 결코 시대의 변화에 필요한 모든 응답을 낼 수 없다. 더구나 그 추종자들은 외우기만 했는데. 일부 이해한 사람들은 제도권이 아니었고. 유일신 종교와 유교 모두 어울려 잘 살기 위한 철학임을 파악조차 하지 않고 수박 겉만 보고 놀라, 마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를 그대로 재현해 냈다.

 

나는 어떤가? 얼마나 세상에 대해 수용적인가? 얼마나 세상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나? , 얼마나 강한 사람인가?

 

나는 유교 겁쟁이와 같이, 무수히 많은 순간에 넘겨짚었고, 그 와중에 여러 번 넘겨짚은 팔이 부러 졌었다. 나와 정반대의 의견을 제대로 검토한 적은 극히 희박하다. 오히려 내 생각을 논증하기 위한 근거 모으는데 모든 시간을 사용하고 말았다.

 

나는 겁쟁이였다. 새로운 것이 손에 살짝만 닿아도 세상 무너진 듯 소리를 질러 댔다. 세상에서 본 것 중 미지의 것(내 머릿속에 정보가 없는 객체)이 더 많았다. 알고 있는 것만 반복해서 가까이 하며 '이것이 마음의 평화'라고 생각했다. 이러다가 남이 남긴 것을 먹고 동물원이나 실험실에 갇혀 살게 되지 않을지...

 

*이미지: https://pictures.abebooks.com/ROYALBOOKS/1483930657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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