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 마음이 함께 하고 있나?

2021. 5. 4. 14:58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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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Benjamin Wedemeyer on Unsplash

 

사람이 주위에 있어도 산책길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나의 마음도 산책하고 있나?

 

내가 선택한 운동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수행하는 스트레칭 + 요가 혼합 동작이고, 다른 하나는 걷기다. 스트레칭-요가 혼합 동작은 동작들이 원활하게 연결되도록 구성했다. 순서는 이렇다. 잠이 깨면 몸을 바로 펴고 등을 대고 눕는다. 눈은 감은 채로 유지한다. 모든 정신을 배꼽에서 가운데 손가락 두 마디 아래 부분(단전)에 집중한다. 집중한다는 것은 단전 한 점만 느끼도록 주의를 집중한다는 의미다. 몸의 모든 감각이 단전만을 향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 다음 온몸의 힘을 뺀다. 정확히 말하면 사지와 온몸의 힘이 계곡물 흐르듯 단전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복식 호흡을 한다. 명상과 요가의 호흡법은 간단하다. 코로 배가 불룩해질 때까지 공기를 흡입하고 5~10초(개인에 따라 다르다) 멈춘 후 입으로 배가 홀쭉해질 때까지 숨을 내뱉는다. 호흡을 중간에 멈추는 이유는 이렇다. 단전호흡처럼 의도적 호흡을 정기적으로 하면 체내 산소 용존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몸이 산소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야 한다. 즉, 산소를 배 가득 담은 다음 호흡을 멈추면 체내 공기를 내뱉고 싶어진다. 그 때 천천히 입으로 내뱉는 것이다. 이렇게 5~10분 정도 지속한다.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고 앉아 등을 안쪽으로 오목하게 하면서 숨을 코로 들이쉰다. 그리고 잠시 멈춘 후 다시 배가 홀쭉해질 정도로 배를 오목하게 만들며 숨을 내쉰다. 이를 5회 정도 반복한다. 단전호흡의 또 하나의 기능은 내장 마사지다. 이렇게 배를 강제로(단전호흡할 때는 호흡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를 내고 배를 들이민다) 배를 움직이면 내장이 마사지 되듯 주물러진다.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내장을 의도적으로 움직이게 하여 대사와 내장 기능을 향상할 수 있다. 모든 동작이 완료되면 척추 주위의 근육이 자극을 받도록 스트레칭 및 요가 동작을 한다.

 

걷기는 계획적 걷기와 무계획적 걷기 두 가지를 수행하고 있다. 계획적 걷기는 시간을 정해서 수행한다. 새벽에 일어나 3km(화자 걸음으로는 30분~40분)를 걷는 것이 계획적 걷기다. 무계획적 걷기는 산책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지면 집을 나서 동네 주위를 걷거나 아침 걷기의 장소인 탄천을 걷는다. 혹은 주말에 근처 호수 공원 주위를 천천히 걷는다. 턱을 당기고 허리를 펴고, 무릎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세에 신경을 쓴다. 3km 정도 걸으면 흔들리는 손에 피가 몰리는 느낌이 감각된다. 그럼 두 팔을 머리 위로 쭉 뻗으며 두 손을 높이든 채 걷기를 지속한다. 1~2분 후 손이 부은 느낌이 줄어들면 손을 내리고 걷기를 지속한다. 호수 공원은 넓어서 6km 정도 걷게 된다.

 

걷기를 선택한 이유는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화자가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선택한 종목이다. 또한 천천히 걷기는 명상과 유사하다. 생각이 많고 복잡하면 산책을 나선다. 주말이면 호수 공원으로, 주중이면 저녁 먹은 후 근처 탄천으로 가서 걷는다. 생각을 멈추고 주위를 눈, 코, 귀, 피부로 느낀다. 오리들이 탄천에 앉아 밤을 보낼 준비를 하는 듯하다. 이번 비로 풀이 자랐다. 탄천을 흐르는 물의 수량도 늘었다. 밤 기온이 점점 올라간다. 얼마 전 꽃샘추위 때는 바람막이만으로는 부족해 후드를 입었다. 사람들의 옷도 가벼워지고 있다. 생각보다는 주위 돌아보기에 집중한다. 그러다가 다리에 자극이 오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오늘, 오가와 요코의 '걷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산문집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발견 했다.

 

 

산책을 할 때, 몸은 당연히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기분도 같이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 남곤 한다. 오히려 기분은 한 점에 머물러 몸이 지나치는 흔적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있다. 몸과 기분은 맞춤한 속도로 분리되고, 웅성거리는 마음속 어둠에도 시선이 닿는다.

 

의문이 들었다. '내 마음은 산책하고 있는가?'

 

산책은 생각이 많고 복잡해질 때만 수행하지는 않는다. 주말 걷기의 일환으로 수행하기도 한다. 계획적 걷기는 긴장감이 높지만, 무계획적 걷기는 긴장감이 낮다. 인위적으로 긴장감을 낮추려고 노력한다. 그러니 마음이 산책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충격이었다. 책을 읽다가 자각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차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귀를 읽다보니 과연 마음도 산책했나 싶다.

 

몸의 산책은 천천히 걸으며 어느 정도 근육을 이완한 상태로 편안해 걷는 것이다. 마음의 산책은 몸속 이산화탄소 등 탁한 공기를 내뱉고 신선한 공기를 몸속에 넣는 것 외의 수행내용이 있을 것이다. 평소 생각을 멈추고 산책하는 동안 가능한 머리를 비운 채 유지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잠시 멈춘 생각은 산책 종료라는 신호 후 다시 파도같이 몰려왔다. 요즘 넷플렉스에서 '헤드스페이스 명상이 필요할 때'를 시청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명상이란 생각을 멈추는 행위가 아니다. 화자는 이 시리즈의 내용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오히려 내게 가장 중요한 생각, 즉 해결하면 내 일상이나 일이 개선되는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복잡한 생각을 해소하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마음의 산책은, 아픈 부위에 진통제를 투여해 통증을 멈춘 것이었다. 진통제는 치료제가 아니다. 그러니 산책을 할 때 화자의 마음은 산책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마음이 산책하도록 하자. 

 

화자가 생각한 마음의 산책 방법은 이렇다. 산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주제에 집중하자. 책상머리 앞에 앉아서는 도저히 생각의 진전이 없을 때, 주위 환경을 공원이나 탄천처럼 마음을 홀로 둘 수 있는 곳으로 변경한다. 가장 중요한 주제에 집중한다. 주제에 집중한다는 것은 발생 결과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세상은 인과관계에 지배를 받고 있다. 다라서 모든 결과에는 이를 일으킨 원인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든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 

 

마음 산책 중에는 가능한 파악 가능한 원인, 즉 지금의 결과를 일으키는데 핵심 역할을 한 원인을 내 기억에서 찾는다.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불안해하지 말자. 회상의 과정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힌트를 얻으면 생각의 진전을 이룰 수 있다. 힌트를 중심으로 자리에 돌아와 관련 물리적 자료를 다시 조회한다. 카톡 기록, 회의록, 메모, 다이어리 기록 등등 물리적으로 남긴 흔적을 다시 살펴보면, 기억으로는 찾을 수 없던 원인의 윤곽이 들어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힌트조차 손에 잡히지 않았다면, 다음날 출근을 해서, 일상의 문제라면 가족들과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이런 대화에서 힌트가 잡히기도 한다. 그 힌트나 원인에 기반을 두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의 기록의 내용을 개선할 필요를 느꼈다. 상황을 파악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기록하는 것이 올바른 기록 방법일 것이다. 원인, 당시 정황, 기억할 내용 등을 기록한다. 지금까지는 다음 수행에 포함할 내용 위주로 기록했다. 그러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지 못했다. 기록은 피드백이 가능하게 작성하는 것이 올바른 기록법 같다.

 

마음의 산책을 문제 해결 과정으로만 해석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 얽매여 있다면 이를 버리는 것도 마음의 산책일 것이다. 대화도 일종의 마음의 산책일 것이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 특히 현재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상황 속에 함께든 사람들 중 선정해 두고 관계를 맺는 것도 마음의 산책인 대화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평소 접촉도 없다가 마음의 산책을 한다고 갑자기 말을 걸 수는 없다. 오히려 방어적 자세로 대하는 상대방으로 인해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없을 테니까. 도저히 옆에 가기 싫은데 상황의 중심부에 있다고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인간의 고난은 인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말은 없고 주력 세력에 있지 않지만 모든 회의에 들어가는, 마음을 연결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관계를 맺는 처음이 쉬울 수만은 없지만, 대화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생기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마음의 산책은 준비 기간도 필요한가 보다. 이렇듯 타인의 관여가 마땅하다 여겨지지 않는다면 기록의 질을 높여 보자. 그래서 몸만 산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산책할 수 있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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