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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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혹은 빛
조명 혹은 빛의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 그들은 항상 대기하고 있다. 항상 기다리고 있다. 사용자가 스위치를 켤 때까지. 태양이 하늘에 있을 때 그들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그들은 대기하고 있다. 태양이 있더라도 구름 뒤에 섰을 때를 대비하여. 태양이 졌을 때야 말로 그들의 시간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때도 그들은 대기하고 있다. 천정 조명이 대부분의 시간을 점유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기하는 이유는 특정 상황 때문이다. 작업을 할 때 내 시선이 닿는 곳은 매우 밝아야 한다. 나름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긴 하지만. 혹은 사용자가 잠자리에 누울 때다. 그제야 천정 조명은 꺼지고 그들의 시간이 다가온다. 졸음이 몰려오기 전까지 이것저것 할 일도 있고 무엇보다 어두운 것이 싫으니까. 세상에서 어쩌면 가..
2018.07.17 -
부족하지만 매력적이야
겨울은 봄에 새로 태어날 것들을 위해 자리를 정리하는 계절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이 세 계절 동안 쉬지 못했던 모든 생명과 존재들이 쉬도록 강제로 집안에 묶어두는 계절이다. 신도 세상을 6일 동안 창조하고 7일째 쉬었다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인간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쉬고 싶을 때도 있었다. 분명 부족하다. 덜렁거리고 여성의 모성애와 따스함도 없다. 화장실만 여성용을 쓰지 천생 남자다. 성격은 한 마디로 칠랄라 팔랄라 한다. 타고난 부분도 크겠지만, 아무도 다듬지 않았나 보다. 아니,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다듬는데 실패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꾸 눈이 간다. 행동 하나하나에 맘이 쓰인다. 떨어져 있기라도 하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서 각오를 한다. ‘내가 메워 주리라!’ 이리저리 손가락 ..
2018.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