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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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을 모른다
‘저런 면이 좋아’ 그때 그때 참 많은 이유가 떠오른다. 상대를 사랑하게 될 이유가. 그러나 그것은 순간의 충동, 혹은 호르몬의 발현. 마치 위험한 상황에서 옆에 있는 이성에게 끌리는 것과 같은 상황. 상대의 매력에 불안정한 마음이 되고 그것이 마치 위험에 처한 상황과 동일해져 매력을 느낀 이성을 ‘저 사람만 있으면 돼’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일 수도. 결국, 나는 나를 모르고, 나를 알려고 하지도 않고, 따라서 나는 나의 반쪽을 알아볼 눈이 없다. 눈이 없으니 방황하게 되고 방황하니 상처만이 남는다. 외로운 하루하루, 나의 짝을 찾으려는 노력은 그 방향성이 잘못된 탓에 상처만 남겼다. 오히려 그들에게 쏟은 잠시의 정성이 그들의 마음을 흔드는 바람에 이별은 그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서로의 사랑을 나..
2018.03.25 -
부족하지만 매력적이야
겨울은 봄에 새로 태어날 것들을 위해 자리를 정리하는 계절이 아니다. 봄, 여름, 가을, 이 세 계절 동안 쉬지 못했던 모든 생명과 존재들이 쉬도록 강제로 집안에 묶어두는 계절이다. 신도 세상을 6일 동안 창조하고 7일째 쉬었다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인간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쉬고 싶을 때도 있었다. 분명 부족하다. 덜렁거리고 여성의 모성애와 따스함도 없다. 화장실만 여성용을 쓰지 천생 남자다. 성격은 한 마디로 칠랄라 팔랄라 한다. 타고난 부분도 크겠지만, 아무도 다듬지 않았나 보다. 아니, 결과론적인 말이지만 다듬는데 실패했을 것이다. 그런데 자꾸 눈이 간다. 행동 하나하나에 맘이 쓰인다. 떨어져 있기라도 하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서 각오를 한다. ‘내가 메워 주리라!’ 이리저리 손가락 ..
2018.03.06 -
'delete'
*토드 헤인스 / 캐롤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첫 눈에 반했다. 이것으로 상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내 전부를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이 타당한 의사결정인가? 첫 눈에 빠진 상대에게 다가가는 나의 모든 행동과 행위는 의사결정의 범주가 아니라 본능의 범주인가?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든 생각은 스토리가 평지를 달린다는 생각과, 군더더기가 없다는 두 가지 생각이다. 평지를 달린다는 것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같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이 평지 위에 냇물이 흐르듯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의미다. 물론 스토리 내부에는 위기도 절정도 존재한다. 아마도 내 상태가 평지 위에 냇물이 흐르듯, 그 위기와 절정에 동조하지 못했음일 것이다. 그렇다고 재미없었다거나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것은 아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
201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