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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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소풍이 가능한 도시
소풍은 즐거운 시간이다. 나는 언제부터, 왜 소풍이 즐거워졌나? 소풍이란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은 초등학교 교실이다. 담임 선생님이 ‘다음 주 소풍을 간다’라고 하셨을 때는 ‘소풍?’이 내 반응이었다. 그다음 말씀은 준비물과 날짜, 모이는 시간, 가는 장소에 대한 안내였다. ‘소풍’이 무엇인지 설명을 들은 기억은 없다. 아마도 ‘소풍’은 고유 명사라 생각하셨나 보다. 당시엔 형제 자매 남매가 2명 이상인 집이 많은 시기였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은 우리가 어리지만 ‘소풍’을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셨나 보다. 두 살 위인 누나가 있었지만 누나가 소풍을 가는 것이 나와 상관없다 여긴 모양이다. 결국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물어보았다. “소풍이 뭐야?” “점심 도시락과 간식을 싸가지고 동물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
2018.06.12 -
지키기 위해서라면
구스타보 론 / My Bakery in New York 구스타보 론 감독의 영화 ‘My Bakery in New York’은 한참 뉴욕 여행기 쓰기에 빠져 있는 내가 ‘자기변호’용으로 선정한 영화다. 뉴욕에서 내가 ‘좋다’, ‘괜찮다’ 느꼈던 객체 혹은 사건을 소재로 글을 쓰다 보니 마치 내가 ‘뉴욕 빠’ 같다. 하지만 난 ‘보스턴 빠’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일로 ‘보스턴 바라기’가 됐다. 하버드 대학을 살펴보고 나와 인근 동네를 걸어다니다 만난, 여름 햇살 가득 받던 그 집. ‘아! 살고 싶다’란 생각이 들면서 보스턴 팬이 됐다. 물론 하버드 대 설립자 동상의 신발을 만지며,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은 우리 아이가 ‘하버드 대학에 다닌다면…’이라고 생각을 한 직후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동상의..
2018.05.13 -
은닉의 냄새, 뉴욕의 건물과 도로
무엇이 이국적이란 말인가? 왜 이 단어를 사용했나? 에티오피아 국제공항에 커피를 파는 자동판매기가 있다. 이 자동판매기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로 단돈 500원에 195ml 종이컵의 80%를 채운다. 국내에서 보지 못한, 혹은 앞으로도 볼 수 없을지도 모를 모습이니 이국적이지 않은가? 뉴욕의 식품 판매점(grocery store)에서 판매하는 식빵은, 2005년 6월 현재, 국내 어느 전문 빵 판매점보다 맛있다. 주식과 부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뉴욕의 라테와 일본 도쿄의 라테는 우유 맛보다 커피 맛이 더 진하게 난다. 뉴욕에서 마신 콜라의 맛도 탄산보다 원액이 진하게 느껴진다. 이국적이지 않은가? 어쩌면 나에게 ‘이국적’이란 단어는 국내에서 느낀 결핍에 대한 반향(反響) 인지도 모른다. 원한 모습을 ..
2018.05.11 -
다른 세상을 찾을 이유
무슨 생각으로 저질렀을까?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 나에게 다른 세상을 찾고 싶다 혹은 찾고야 말겠다 라는 갈망이나 욕망은 없었다. 단지 몇 십 년을 살던 세계가 지겨웠을 뿐이다.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고, 저녁에 앉아 있기 힘들었다. 주말은 휴식의 시간이라기 보다 부족한 수면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가족과는 별도의 생활권에 머물게 됐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회사에는 6개월 무급 휴직을 냈다. 6개월 정도면 내 몸에서 지금 세계의 모든 것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얽매고 있던 생각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다. 내가 처음 구매했던 자동차를 팔아 대부분의 자금을 마련했다. 저축 통장에 있던 저금도 전부 털어 냈다...
2017.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