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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엿보고 싶은 진정한 나지난 글 2017. 3. 20. 14:25728x90반응형SMALL
위스키, 수첩, 신발, 가방, 책, 음악에 작가는 무엇을 담으려 했을까?
중국식 룰렛
K는 궁금했을까? 인간의 표정 뒤에 있는 속살이. 자신이 낸 답을 맞춘 사람들의 속살에 더욱더 큰 궁금증을 느꼈나?
초대된 사람들은 K가 낸 퀴즈에 정답을 맞힌 사람들이다. 이 게임은 마치, 뛰어난 사람도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확인하고자 하는 궁금함은 아닐까?
그들도 다를 바 없다는, ‘너도 인간이지!’ 하고 확인하고는, 안심하고 싶은. 나만 보통 인간이라 이런 어려움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는, 그 쓸쓸함을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 중 뛰어난 사람들도 있다는, 그런 위안을 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장미의 왕자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꽃을 피우고자 하지만, 꽃이 5월까지의 견딤과, 3월까지의 기다림을 거쳐 봉우리를 연다는 것을 항상 떠올리지 못하고, 견디지도 기다리지도 못한다.
그런 답답한 인간이, 다시 봉우리를 맺어 이를 활짝 피우게 됨을 알고 꽃잎 떨어지는 지금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꽃을 ‘똑’하고 꺾는다.
그리고 인간이 떠올리지 못하는 시간은, 자신의 꽃을 스스로 ‘똑’ 하고 꺾은 자신의 과거이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현실 때문에 당연히 자신의 꽃을 꺾으니, 기억하고 반성하여 다시는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꽃이 자신을 화려하게 해 줄 마법의 도구임을 알지도 못한다.
대용품
지금,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예전에 어찌어찌 잃어버린, 진정한 자신을 대신하는 대용품이라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쏟아 왔는데, 그렇게 진정한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에게 다가오는 생과 치열하게 싸워 왔는데, 내가 진정한 나를 지키지 못하고 한낱 대용품을 써서 살고 있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
불연속선
나는 진정한 나의 모습을 모른다. 그래서인지, 내가 뿌린 씨앗이 피우는 결과에 치여 떠밀리듯 살고 있다. 삶의 진정한 나침반을 갖지 못하고, 변해버린 내 외연을 출발점으로 다시 어딘가로 떠난다. 정말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을까? 내 외연은 단지 결과로 변한 껍질일 뿐이고, 진정한 나는 따로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 혹시 겁이 났나? 흔히들 말하는, 뒤틀리고 상처 입은 내가 다시 출발할, 그 진정한 내 모습이 긍정적이지 않을까 봐.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니, 그 진정한 나라는 출발점이 나으면 얼마나 나을까라고 폄하하고 있어서.
별의 동굴
스스로, 그 짧은 식견에 기대어 운명을 상상하고, 잘 안될 때마다 있지도 않은 운명에 살을 찌워 온 것은 아닌가?
스스로 살 찌운 자신의 운명에 눌려 있는 자신을, 누군가 그 두터운 살을 없애고 매몰된 진정한 나를 꺼내 주길 바라고 살지는 않나?
그리고 나를 구해준 사람이, 내가 애써 지금까지 유지한 삶의 역사를, 그 속에 담긴 내 진정한 땀을 알아주길 기대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노력해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어깨를 두드려 주며, 내가 한 노력만큼의 보상을 전해주길 바라지 않나? 또는, 비록 잘못된 방향성을 걸어왔지만, 그런 판단은 눈 감아 주고, 보상은 못 줘도 마음 따뜻해질 만큼의 위로를 주길 바라며, 그 바람의 힘으로 견디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정화된 밤
과거를 돌이킬 수 있나? 혹시 ‘아, 이러면 잘못에 대한 보상이 되겠구나’ 하며 그 행위로 과거는 정화된다 생각하는가?
아니면, 정화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을 하고 나면, 세상의 각박함과 따스하지 않음을 다시 떠올리게 되고, 그럼 내 마음은 더욱 추워질 것이 뻔하니,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나?
*은희경 '중국식 룰렛'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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