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1. 12:12ㆍ지난 글
우리들 부모는 너무도 많은 오류를 범한다. 그 오류의 규모는 우리가 아이들 앞에서 삶의 달인처럼 떠드는 규모를 훨씬 상회한다.
부모가 벼슬인가? 왜 부모들은 직접 경험하지도 않은 일을 다 아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 걸까? 아이들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왜 부모들은 그런 개인적인 시간까지 스스럼없이 침범하는가? 부모들은 마치 신처럼 행동한다. 왜 부모들은 자신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일들을 다 알고 있는 듯 해결책을 함부로 제시하는 걸까?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장 모르는 존재들이 부모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적어도 우리가 어렸을 때는 부모들의 말은 진리에 가까웠다. 그러나 21세기의 부모들은 아이들보다도 삶을 모르는 것 같다. 왜 그럴까?
1990년대 PC 통신이 상용화되면서 세상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1990년 이전의 질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1990년 이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을 나오면 대기업에 입사하여 혹은 고시에 합격하여 안정적인 길을 갈 수 있다는 말이 진실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때도 그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부모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거짓을 말했다. 왜 그 말이 거짓이 됐을까? 부모들의 말에서 100명의 고등학교 졸업자 중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대학 등록금과 학자금을 낼 수 있는 가구 중 상위 40% 이하만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담겨 있지 않았다. 즉, 그 누구도 열심히 공부해서는 대학에 들어갈 수 없다. 그것이 진실이다.
1990년대 PC 통신이 상용화되면서 컴퓨터 네트워크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누구는 소설을 써서 올렸고, 누구는 커뮤니티를 모아 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누구는 프로그래머가 됐고 누구는 정보를 제공하는 IP(Information Provider)가 됐다. 바로 그 대학을 나오지 않고서도 말이다.
세상은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이 직업이 되는 세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세리, 박찬호 등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자신의 재능과 노력으로 훨씬 더 큰 부를 이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가수, 배우 등 소수이긴 하지만 부모들이 제시한 정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은 이미 존재했다. 기업을 일으켜 대기업 총수가 된 사람들도 있고, 부동산 투자를 통해 막대한 부를 이룩한 사람도 있다. 시류를 읽어 사회에 필요한 것을 공급하면서 안정 이상의 생활 기반을 구축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도 일반인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 재능, 노력, 인맥, 기회 등을 통해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
21세기는 인터넷의 세상이다. 21세기 초기 컴퓨터 앞에서만 만나던 인터넷을 20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은 걸어 다니면서 인터넷과 접한다. 물론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가치를 끌어내어 성공의 반열에 오르는 사람은 소수이다. 누군가 성공한 경로에 올라선 사람들 중에도 실패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밤을 새워 공부해서 학교에서는 전교 10등 안에 들던 사람들이 재수에 삼수를 하는 것처럼, 사회는 더욱 혹독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신의 재능을 가치로 만들어내는 분야가 더 많이 우리 앞에 놓였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사회가 변하다 보니 부모의 말은 틀리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개인 시간까지 침범하며 오지랖을 사랑이라 오해하고 언제 어디서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오지랖을 사랑이라 이해하는 순간 ‘꼰대’가 탄생하여 오히려 아이들과 멀어지고 있다.
이집트 벽화인가, ‘요즘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부모는 과거를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미래를 제시한다. 앞을 보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소수이다. 그래서 현대의 부모는 진리를 모르는,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그런 거짓말쟁이가 포스트에 딸에게 남기는 말을 적고 있다. 굳이 내가 남긴 말을 진리로 알고 그대로 삶을 살아가라는 의도는 1도 없다. 다만, 아빠는 그렇게 삶을 살아왔고 포스트를 적는 지금은 이러한 가치관 혹은 사고방식을 가지게 됐다고 남기는 것이다.
선택은 나의 딸에게 있다. 그녀가 속한 환경, 그녀가 처한 시기, 그리고 그녀 주위의 사람들을 살펴보고, 거기에 아빠의 생각을 읽어본 후 자신의 경험을 더해 선택하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아빠는 나의 딸이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나는 경험을 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수도 경험이다. 모든 실수를 부모가 막을 수는 없다.
이젠 과거처럼 1년 전의 일이 올해에도 벌어지는 반복은 없다. 앞으로는 매일이 다를 것이다. 그러니 부모의 경험이나 판단이 결코 지침이 될 수 없다. 단지 우리 아이가 경험하는 타인의 인생 중 하나를 보여주려는 의도뿐이다.
나는 현대의 부모다. 그리고 아이를 도와주고 싶은 부모다. 그러나 잔소리와 강요를 통해 아이를 내 생각대로, 즉 내가 안심하기 위해 이끌고 싶지 않다. 실패도 성공도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가길 바랄 뿐이다.
무책임한 부모라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생각해 낸 부모로서의 거름 되기 운동이다. 비축한 재산도 인맥도 없다. 다만 내 경험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것이 아닌 아이들이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 할 고생에 눈물을 흘리는 부모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나의 인생은 아이의 기반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됐다. 이 책의 글은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이미지는 여기서: Photo by Mihai Surd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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