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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 아지트 cafe agitpunkt
    지난 글 2017. 4. 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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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커피 아지트 cafe agitpunkt는 어딘가? 난 어떤 공간에 있을 때 안심이 되지?


    조건을 정리해보자

    • 커피는 다시 마시러 올 정도로 따스하고 포근해야 한다. 물보다도, 우유보다도 커피 espresso의 존재감이 명확해야겠지. 요즘은 에스프레소로도 마시고, 드립 형태로 마시니까(커피에 물 탄 거는 돈이 아까워지기 시작했거든) 메뉴에 에스프레소, 드립 커피, 카프치노 cappuccino는 반드시 필수.
    • 암체어 arm chair. 나 책 좀 보고, 패드나 폰으로 이북 eBook도 자주 보고, SNS 확인도 궁금할 때 하니까. 양 팔 턱 얹고, 기댈 때 등과 머리를 안정적으로 받아주는 의자를 선호한다. 커피 올려놓을 테이블은 있겠지.
    • 가끔 앉아 길거리를 바라볼 바 bar. 전면 유리창이 프레임 frame이 되고, 거리 모습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사진이 되고. 그렇게 멍한 순간이 없는, 항상 즐거운 삶이고 싶지만, 그래도 가끔은 멍하니 시선을 둘 곳이 필요해. 긴 내쉼과 함께.
    • 잡지는 문화 잡지와 여행 전문 잡지는 있었으면 싶어. 남자여서 기쁜 사람들과 여자여서 기쁜 사람들이 누릴 TO-BE 이미지는 왠지 빈 마음을 잊게 하거든.
    • 음악은, 내가 선택한 곡들을 이어폰 ear phone으로 듣는 일이 많으니, 주인어른 마음대로. 그래도 가끔은 한적한 저녁, cafe의 음악에 젖어드는 것도 좋은 청량제가 될 거야.
    • 인테리어 interior는 도시적이지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디자인이었으면 해. 드넓은 원두 농장 사진이 있는 목가적 꾸밈도 충분히 도시적이야.

     

    이런 아지트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했어.

    대학 때는 절친과 장소 약속 없이 항상 모이는 곳을 아지트라 생각했어.

    연애할 때도 , 6시 거기!’ 하면 되는 장소. 그때는 주인어른과 친하게 되면(단골이 되면) 더 좋았지.

    지금은, 혼자 가서 쉬는 장소가 됐어.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하거나 가득 찼다 느껴지면 비워낼 장소가 필요해지더라고. 되도록 아는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장소.


    예전, 간판이 출입문 옆에 작게 붙어 있는 바 bar를 하나 발견했었지. 주위는 서울의 번화가인데, 좁은 골목길 어귀에 있었지. 한동안 그곳을 출입했어. 위스키 언더 락 under-rock이 커피보다는 약효가 좋았었거든. 2~3잔 마시면 딱 기분 좋은 상태가 되더군. 그러다가 다시 커피. 스타벅스, 커피빈 등 현대 도시의 커피 문화를 만든 선구자들. 뉴욕보다 에스프레소 맛이 약하지만, 현실적인 선택으로는 괜찮은 정도. 가끔 직접 로스팅을 하는 카페의 커피를 즐기기도 했고.


    그러나 커피 마시는 습관도 시들해진 사이, 제주 녹차와 만났지. 오설록의 제주 녹차는 보성의 그것과는 다른 풍미를 가졌는데, 내 선호가 됐지. 근처에 제주 녹차를 잘 우려 주는 차집이 있었으면 싶기도 해. 커피와 차 양다리 걸치게.


    머리가 복잡하다든가, 가득 차서 비워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은, 조직 생활이나 사회생활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반증. 내가 바라보는 상대도, 상대가 바라보는 나도, 현재 모습이 최선의 모습인데. 서로 최선을 다해!’ 혹은 최선을 다하자!’ 해봤자 속에서 쓴 물만 나올 뿐 더 나아지지도 않아. 더구나 억지로 힘을 내게 되니, 결과를 받는 사람도 결과를 내는 사람도 서로 만족을 못하게 돼.


    설마, ‘나의 최선 my best’를 숨겨놓고 설렁설렁 일한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당장 그만두길 바라. 누구도 그렇지 않아.


    머리에 모든 체중이 실린 듯한 새벽 6. 전날 혹은 그날 새벽 몇 시에 잠자리에 들었어도 그 시간에 일어나야 지각하지 않아. 그럼에도 나와 같은 생각의 사람들로 지옥철이 되고 입석 버스가 되고 지난주 아낀 쌈짓돈은 택시비로 한방에 날아가기도 하고. 거의 매일 야근(오후 9시 전후까지 일하는 경우), 혹은 철야(오전 0시 전후까지 일하는 경우)를 해도,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지. 아무런 성과도 되지 않고, 팀장이 제대로 숙고하지도 않고 토스하듯 넘긴 일들. 자기 개발서에 30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라는데, 보고할 때마다 취향과 선호와 판단이 바뀌시는 통에 한 가지 일이 계속 맴을 돈다. 1-1, 1-2, 1-3... 절대 2로 넘어가지 않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 평가 시즌엔 원칙만이 난무하고, 1년간 윗사람 입맛에 맞은 소수의 사람들은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 윗사람하고의 관계가 좋고 나쁨에 따라 들어오는 정보의 질도 달라져 자연히 성과가 오르게 되어 있다. 그런 조직이 밝히지 않는 비밀들도 나를 힘들게 한다. 난 윗사람과 등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나름 노력해도 아무런 단초도 잡지 못한다.


    이렇게 맞지 않는 상황에서 아지트는 다시 팔 다리에 힘을 주기 위한 깊은 심호흡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방법을 생각한다.


    내 편을 만들자.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찾자. 우선 오늘 반려된 건부터! 이 일을 해봤거나 잘 아는 사람을 가능한 한 빨리 찾아보자. 모든 회사 일은 1년을 주기로 반복되니까. 소재와 내용만 다를 뿐 그 일은 항상(한 5년 주기? 최근엔 더 단축된 것 같기도 하고) 반복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팀장과 커피 한 잔 하는 거야. 이번에 시킨 일 꼭 해야 하냐고. 해야 하면 원하는 결과가 뭐냐고. 그리고 이 말은 숨기자. 난 돈 받으며 수수께끼 풀려고 입사한 것이 아니라고. 난 이 일이 좋아서 노력해서 입사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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