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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Avenue의 영장류지난 글 2017. 4. 11. 12:38728x90반응형SMALL
뉴욕에서의 2.5개월.
뉴욕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브루클린과 애틀랜타, 멀게는 보스턴까지.
6개월의 무급 휴직을 내고, 자동차까지 팔고 마련한 천만 원의 돈을 가지고 우리 부부는 비오는 6월 첫 날 뉴욕으로 향했다. 그리고 눈으로 샅샅이 뉴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집(스튜디오 렌트) 아래 카페에 책이나 노트북을 들고 앉아 있었고, 커피 맛이 진한 아이스 라테 벤티(우리나라 벤티는 미국 그란데 사이즈)를 앞에 놓고 노천 좌석에 앉아 있기도 했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차에 의존하던 서울 생활과 달리, 두 발로 열심히 걸어 다녔다. 집이 있던 이스트 빌리지 3rd Avenue에서 센트럴 파크까지 내 걸음으로 57분이 (편도 거리) 나왔다.
우리는 2.5개월 동안 뉴욕의 전부를 본 것이 아니다. 어쩌면, 뉴욕 전체를 이 잡듯이 돌아다녔다고는 하나, 이 책에서 분류하는 ‘아랫동네의 문화’를 경험하고 온 것이다. 그들과 같이 동네 글로서리에서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소호를 구경하고, 첼시 마켓을 구경하며, 보스턴의 레드 라인을 따라 걸었다. 하버드 설립자 조각의 발을 만지고, 보스턴 해산물로 배를 채웠다. 애틀랜타에서 게임도 경험했다. 뉴욕 아랫동네의 사람들 문화였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뉴욕에 사는, 상위 0.1%, 어쩌면 미국 전체 상위 0.1%일 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생활이 궁금해서.
작가는 6년간 어퍼이스트 세계 속에서 그곳 원주민의 생활을 살펴봤다.
책 말미에 이를 때까지, 작가는 시각적 이질감에 몸서리를 친다. 그리고 좀 더 내밀한 부분까지 알아보려 실제 원주민과 동일한 의상을 걸치고, 그들의 문화를 체득한다.
새로운 세계로의 진출에는 언제나 외로움이 동반된다.
알지 못하니 당황되고, 당황하고 있어도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내가 상식이라 알고 있는 범위를 넘는 현상과 반응들이 뇌 속에서 착각을 일으킨다. 알고 있던 것이 하나도 없는, 하얀 벽으로 둘러싸여, 집기가 하나도 없는 방 한 가운데에 홀로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기존의 내 색깔대로 새로운 세계 원주민들에게 다가가지만, 돌아오는 것은 'Who!?' 였다.
신입에게는 견디기 힘든 눈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 역시, 매일 같이 붙어 다니던 그룹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려 하면, 보자마자 '환영해!!!!' 라고 하지 않는다. 이유는 없다. 그 때 떠오르는 단어는 '왜?' 보다는 '누구?'일 것이다.
우리 그룹이 형성된 역사가 있고, 어떻게 모여 마음을 나누게 됐는지의 사연이 있었기 때문에, 공유한 사연도 역사도 없는 신입에게 우선 떠오르는 것은 '누구?'이지 않을까?
옷을 바꿔 입고, 버킨 백을 고생을 해가며 마련하고, Physique 57로 그들의 외모에 근접하도록 노력한다.
내 외모가 그들과 같으면, 동류라고 인식하지 않을까 라는 좁은 식견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 마치, 오리 사냥을 하기 위해, 머리에 오리 탈을 쓰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사냥꾼처럼. 사냥꾼은 오리는 아니다. 작가는 어쩌면 어퍼이스트 원주민에게는 사냥꾼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퍼이스트 문화를 알아내려는 정보 사냥꾼.
비슷한 외모를 가지면 동류라고 생각할 거라 누구나 생각하게 된다. 같은 의상, 액세서리와 더불어, 어퍼이스트에서는 몸매도 바싹 마르고 탄탄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상대들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크게 이성적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과 먼저 말을 트게 된다. 실제 작가가 접하려는 그룹은, 여왕벌들의 여왕이 중심인, 어퍼이스트의 핵심 그룹이었다. 그 곳에 속해야 자신이 쓰려는 글에 이 집단의 진정한 속내를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 부부는, 당시 나온 책, '파이 이야기'가 주민들과 소통을 연 매개가 되었다. 친구까지 발전시키려는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카페 옆자리의 남자가 '파이 이야기'를 읽던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나도 그 책 재미있게 읽었어.”
조금 확대 해석을 한다면, 동류의식을 만드는 것은, 외모보다는 내면인가 보다. 나와 같은 책을 집중해서 읽는 처음 본 사람, 나와 같은 음악에 영혼 가득 몸을 흔들고 있는 처음 본 사람, 같은 팀을 응원하는 옆자리 처음 본 사람.
작가가 어퍼이스트 원주민들과, 원하던 마음 담은 대화와 교류를 시작한 것은, 작가가 겪은, 그리고 그들도 겪은, 또 그들이 마음 아파하는 일을 겪은 순간부터였다.
여성 특유의 모성애도, 어머니로서의 동류의식도 그 사건으로 비롯되었다. '너도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라며 인식하는 순간. 그런 순간이 처음 만나자마자 나온다면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겠지. 이런 규범 아닌 규범은 신이 만들어 놓은 통과 의식이 아니다. 인간이 규정해 놓은 제도도 아니다. 단지, 모든 생물은 자신과 같다는 판단을 내린 후에야 가까워지는 것이다. 모든 생물은 사회적 생명체이므로.
이 책으로 어퍼이스트 상위 0.1%의 모든 면을 알 수는 없다. 너무도 이질적인 문화에 긍정보다는 부정적 시각이 부풀어 올라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형적으로 들어난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들이다. 그들의 집단 내에서 이루어지는 관계상의 외연은 조금 신선했다. 그러나 경제적 수준과는 다르게, 작가가 확인한 어퍼이스트 원주민의 일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업주부(‘업’이 붙는 것은 불만이지만)가 부자 남편에게 의존하는 생활, 아이의 신분 상승이나 능력이 자신의 정체성(동일성; identity)이 되는 모습. 돈 많은 유한부인을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경제권 내 영향력이 탑인 남편을 둔 아내, 상위 0.1% 성적과 탁월한 운동 능력으로 그룹 선두에 선 내 아이의 엄마가 그들이 추구하는 동일성으로 작가의 눈에 보였다.
그 글을 읽은 필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진 않았다. 어느 엄마가 자식이 뛰어나지 않길 바랄까? 어느 부인이 남편의 성공을 바라지 않을까? 그리고 남편과 아이의 성공에 자신의 기여도를 인정받고 싶어 하지 않는 부인도 엄마도 없다고 본다. 단지, 아랫동네는 하지 않는, 극한까지 치달아가는 그들의 속도와 힘에 작가는 그만 기가 눌린 것은 아닌가 짐작해 본다.
우리와, 상위 0.1%가 다른 부분은, 재력의 차이가 투자하는 시간의 종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내가 가성비를 따져 대형마트와 지역 상권을 왕복하는 사이에, 그들은 최고의 장인에게서 필요한 물건을 말 한 마디로 확보하거나, 계약에 따라 가져다 놓는다. 내가 마트를 돌아다니는 시간동안 어퍼이스트 부인들은 사회적 지위를 만드는데 노력하는 것이다. 그들이 유지하고자 하고 앞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다.
별장에 1,500병 이상의 와인 창고를 구축해서 자랑을 겸하는 그들과 달리, 우리는 '신의 물방울'에서 보여준, 저렴하지만 맛있는 와인을 찾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우리가 와인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마트 와인 코너에 오래도록 서있는 사이, 어퍼이스트 남자들은 사업을 하고 교류를 한다.
우리가 인터넷을 뒤져 해독 주스의 레시피를 구하고, 그에 따라 재료를 구해, 직접 주스를 만들어 마시는 동안, 그들은 경제 소식을 살펴보며 그런 그들 앞에 전문가가 해독 주스를 보기 좋게 담아 그들 앞에 둔다.
결국, 그들도 의식주가 필수적인 삶의 부분이며, 문화를 통해 일상을 구성한다. 단지, 재력이 시간 투자의 농밀함과 농도를 더 생산적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필자는 상위 0.1%를 이해한 것이 아니라, 현대 여성 심리의 언저리를 여행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들은 의상에, 헤어에, 뷰티에 많은 신경을 쓰는가? 정보를 모으고, 잘 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알려고 하나?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고 취할 수 있는 것을 취한다. 왜 그러는가?
왜 원활한 신진대사와 탄탄한 면역체계, 그리고 건강한 세포 유지가 아니라, 체지방 5% 미만의, 근육으로 팽팽해진 외모를 운동의 목표로 삼는지 엿본 것 같다.
필자 역시 그렇지만, 아이를 보다나은 교육 환경에 있게 하고, 그 교육 환경의 아이들과 친하게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
상대적 빈곤감이 들었다기보다, 그들도 우리와 다른 점이 없구나, 단지 그들은 재력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구나. 그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부럽구나. 나는, 적어도 나는,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살자. 외연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내가 가진 역량에서 피어나는 아우라를 만드는데 집중해 보자. 그런 소박한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을, 혹은 읽은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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