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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적왕이 되고 싶었다.
    지난 글 2017. 4. 2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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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피는 어릴 적 마을 식당을 방문하는 해적 샹크스를 존경한다. 

    샹크스는 포용력이 크고, 정의롭다. 산적들로부터 마을을 구하기도 하고, 바다 괴물로부터 루피를 구하며 자신의 팔을 루피 대신 먹이로 내놓는다.   

    원피스의 해적들은 어쩌면 순수한 사람들이다. 세상 전부라는 원피스를 찾고자 하는 꿈을 실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원피스란 보물을 갖는 것에는, 국가가 정한 규정도 없다. 해적의 보물이니 해적이 차지하는 것이다. 


    루피는 호기롭게 해적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준비를 한다. 해적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다. 어린아이가 판단한 해적이 되는 조건은 시각적으로 발견된 부분이다. 그래서 칼로 자신의 눈 밑을 스스로 찌른다. 꿈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홀딱 벗고 뛰어든다고 손에 잡히는 호락호락한 보물이 아니다. 멋대로 사는 것과, 자유로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다른 방법이다. 


    두 번째 준비는 더 황당하다. 

    나비 효과란,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의 원인이 된다는 설인데, 달리 해석하면, 세상의 일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다른 결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디서 들은 소문인지, 악마의 열매를 먹는다. 타인을 능가하는 능력이 필요할 거란, 조금은 형이상학적 판단에서 나온 행동이다. 그러나 바다에서 생활하는 해적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말았다. 악마의 열매를 먹고 타인을 능가하는 슈퍼 능력을 갖게 되는 대신, 수영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연결되어, 바다에 빠지고 수영을 못해 허우적거리다 바다 괴물에 걸려 꼼짝없이 죽게 되는 위기를 맞는다. 덕분에 샹크스는 팔을 대신 내놓게 된다. 


    자신으로 인해, 존경하던 인물이 외팔이 해적이 되어 버렸다. 깨달음은 꼭 큰 사건을 통해 얻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사건이 어린 루피를 깨어나게 했다. 악마의 열매를 훔쳐낸 것은, 떠나기 전에 샹크스들과 함께 바다로 나가기 위해서였다. 마음이 급했고, 빠른 방법을 원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비쌌다. 우리 눈에 성공한 사람들은 참 쉽게도 이런 방법을 성큼 사용한다. 그들은, 부릴 수 있는 부하도 있었고, 뒷배도 있으며, 하다못해 입을 막을 두툼한 봉투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의 인생. 아무것도 없는 루피는 어떡할 것인가? 


    루피는 떠나는 샹크스들을 눈물로 배웅하며, 한 사람(a person)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결심한다. 그리고 성장한 루피는, 절도로 획득한 슈퍼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누군가에겐 이길 수 없고, 악마의 열매가 천상천하 유일무이한 절대 능력은 아니다. 그 열매를 먹은 그 많은 해적이나 해군들이 모두 누군가에게 졌다. 그러나 그런 천상의 능력 만으로가 아니라, 온전히 한 사람으로 준비된 사람들은 지지 않았다. 죽는 순간까지도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으니.  


    홀딱 벗은 채 들어갈 수 있는 세계는 목욕탕 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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