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미니멀리즘 방법론

2020. 3. 18. 21:51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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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철학적 자기 고찰의 필요성

이 챕터를 기술해 나가기 전에 필자는 철학적 접근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단지 새로운 미니멀리즘(neo-Minimalism)을 이야기 하면서 너무 거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유는 앞에서 이미 밝혔다. 새로운 미니멀리즘은 ‘과연 내가 누구인가?’라는 자신의 본질을 찾고, 그것에 최적화된 동선을 설계하며, 동선에 가장 적절한 자원과 도구를 배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제할 사항은, 우리는 ‘인간의 본질’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본질’을 찾는다는 점이다.

본질을 철학적으로 정의하자면, ‘그것을 빼면 더 이상 그것이 아닌 것’ 혹은 ‘그것의 불변하는 동일성(identity)’이라 말할 수 있다. 당신의 본질이란 당신의 본질을 빼면 더 이상 당신이 아닌 것 혹은 당신의 불변하는 동일성이 바로 당신의 본질이다.

당신의 핵심은 무엇일까? 당신에게서 무엇을 빼면 당신이 아닌 것인가? 당신의 변하지 않는 동일성은 무엇인가? 동일성은 자기 동일성(self-identity)라 할 수 있고 이는 헤켈이 말한 용어이다. 즉, 시간과 장소가 변하더라도 자신에게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쓰면서 필자 스스로를 대입하고 있지만 필자 역시 찾지 못했다. 그럼 방법을 바꾸어 보자. 최근 철학에서는 인간의 본질이 정신적 실체에 있다고 한다. 정신적 실체란 당신의 생각, 의식, 행동, 관계와 같은 현상을 통해 나타나는 기체이다. 여기서 유추해보면, 당신의 생각, 의식, 행동, 관계의 현상에서 시간 장소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당신의 본질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자문해 보자.

○ 나는 요즘 접하는 외부 사건 및 대상에 대해 주로 어떤 생각을 하지?
○ 나는 요즘 접하는 외부 사건 및 대상에 대해 주로 무엇을 의식하지?
○ 나는 요즘 접하는 외부 사건 및 대상에 대해 주로 어떤 행동을 하지?
○ 나는 요즘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로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지?

이러한 것들을 살펴봄으로써 자신의 본질을 서서히 파악하게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자기 고찰적 태도이다. 그러나 반드시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평소에도 자문해 보아야 할 자기 고찰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미니멀리즘은 생활방식에 국한된다. 그러나 서두에 이렇게 진지하게 심오하게도 보이는 철학적 자기 고찰을 권하는 이유는 그 ‘생활’과 ‘방식’이 바로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후술될 ‘현재보다 나은 자신’을 생각할 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II. 생활방식에 국한한 자신 파악

첫째, 당신의 주 수입은 어떤 활동에서 나오나?
당신은 회사원, 공무원, 파트 타이머 등 조직에 속해 일하여 주 수입을 획득하고 있나? 아니면 당신은 스스로를 보스로 삼은 일을 하나? 즉, 프리랜서, 자영업, 장사, 기업체의 소유자 등 직 간접적으로 일을 하여 주 수입을 획득하고 있나?

처음으로 주 수입을 자문하라는 것은, 도시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수입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대자연 속에 파묻혀 직접 자원을 수렵 채집하며 사는 존재라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매월 급여 혹은 수입을 금전으로 정산 받고 이를 기반으로 ‘생활’이라는 것을 영위한다. 직접 수렵 채집 농사를 통해 자급자족하지 않는 경우, 화폐는 모든 것의 근간이 되며, 화폐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자신이 정해진 시간에 묶여 일을 하는 조직원인지, 스스로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 일하는 보스인지에 따라 생활의 중심이 달라진다.

전자를 피고용자라고 하고 후자를 고용자라고 칭해보자. 

피고용자는 출퇴근을 중심으로 일상이 움직인다. 오전 9시까지(일하는 곳에 따라 다르지만) 출근해서 오후 6시까지 일을 한다. 일에 따라 철야나 야근을 하게 된다. 

피고용자와 고용자의 공통점은 일상 중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는 장소에서 보낸다는 점이다.

1주일을 주간과 주말로 나눈다. 주간 24시간을 일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으로 구분한다. 일하는 시간은 외부 영업직이 아니면 주로 사무실 안에 위치할 것이다. 외부 영업직은 고객사-길 위-사무실을 반복적으로 왕래할 것이다. 주말에 쉴 수 있다면 주말은 집안 혹은 집밖에서 주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3요소인 의, 식, 주 측면에서 봤을 때, 일을 할 때와 일을 하지 않을 때 필요한 의, 식, 주를 검토해 보자. 주말이라도 라면이나 데워서 먹는 음식 외에는 직접 조리를 하지 않고 외식으로 해결하는가? 취미가 아웃도어라서 주말엔 주로 외부에서 조리하는가? 일할 때 입는 옷과 일하지 않을 때 입는 옷은 얼마나 필요한가? 옷의 구입 원인은 무엇인가, 유행인가 더 이상 입지 못할 때인가? 일하는 장소에서 일 장비와 일 이외의 장비 중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현재(AS-IS)를 정리해 보자. 

그리고 성취하길 바라는, 일과 일 외의 시간의 자신의 모습(TO-BE)을 그려보자. 여기서 주의할 점은 현재의 직업과 바라는 직업이 달라도 상관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회사가 바뀐다고 해서 AS-IS와 TO-BE에 차이는 크지 않다. 일을 하는 시간과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구분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회사가 달라지며 수입에 차이가 나서 일하는 공간에서 필요한 물품과 일하지 않는 공간에서 필요한 물품이 고급화되거나 다른 분야의 물품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일하는 공간에서 필요한 도구/자원과 일하지 않는 공간에서 필요한 도구/자원이라는 구분은 변하지 않는다.


성취하길 바라는 모습(TO-BE)을 정의하라는 이유는, 인간은 더 나아지고자 하는, 현재를 개선 혹은 향상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성취를 위해서는, 현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원/도구와, 개선 및 향상하는데 필요한 자원/도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은 누구 혹은 무엇인가?
일 외에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는 바로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일 것이다. 그 대상이 인간일 수도 사물일 수도 있겠다. 바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필요한 도구/자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과의 관계를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자원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존재를 ‘생활’이라는 범위로 국한해 정의하는데 기준이 되는 요소는 바로 ‘일’과 ‘가장 중요한 대상’일 것이다. 나머지는 가변적인 부분일 것이다. 가변적이라 해도 우선순위에서 5위 내에 드는 대상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챕터의 주제인 ‘자신의 본질 파악’이라는 측면에서는 ‘일’과 ‘가장 중요한 대상’이 핵심이 될 것이다.

이 시점까지는 ‘일’과 ‘가장 중요한 대상’ 부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자원/도구 리스트와, 시즌별로 필수 여부가 좌우되는 자원/도구 리스트, 그리고 개선하는데 필요한 자원/도구 리스트가 나오면 본 과정의 산출물 작성을 완료한 셈이다.

그리고 이 정도 만으로 네오-미니멀리즘의 전개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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