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0. 10:30ㆍ지난 글

생각해 보면, 여러 방법이 있었다. 시도와 실험은 나를 아는 방법이다.
환절기. 감기와 비염이 일상 대부분을 점유하는 계절의 틈새. 이 시기가 되면 어중간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꽃샘 추위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덕에 긴 팔 옷을 모두 정리하지 못한다. 낮과 아침의 기온 차가 커서 낮에는 반 팔 반 바지를 입는다. 다 정리 못하고 꼬리를 남겨 두어야 하는 잠시의 과도기. 이 깔끔하지 못한 기분은 잊는 것이 방법일까?
첫 시도는 신혼 살림을 시작하고 나서. 방을 옷 영역과 주거 영역으로 나누어 한쪽 벽에 행거를 만들고 그 앞에 커튼을 설치했다. 조립식 행거의 가격이 낮은 이유도 있다. 둘째 시도는 장롱 하나가 비어 입지 않는 옷은 모두 그 안에 보관했다. 티셔츠나 바지 등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옷은 잠금식 큰 옷 통을 구매해 넣고 장롱 바닥에 두었다. 코트나 양복 등 걸어 두어야 하는 것만 장롱 행거에 걸었다.
행거의 장점은 현재와 지난 시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점으로, 세탁소 비닐 봉지를 씌워 두기만 하면 구별이 됐다. 장롱의 장점은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장롱에 입지 않는 옷을 넣어 눈에 보이지 않는 점이다.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시고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줄였다. 태어나 지금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 집은 언제나 방이 5개 이상이었다. 형제들의 결혼과 분가, 사별 등으로 이제는 방 2개 공간에서 살고 있다. 도시화 된 현대는 모두 일을 하기 때문에 집에는 아버님만 계시고 잠만 자는 공간이다 보니 방2개가 부족한 줄 모른다.
옷 정리는 옷 통과 장롱을 병행했다. 장롱 안에는 현재와 상반된 계절의 옷으로 채웠고 장롱 밖 옷 통은 어제의 옷들을 넣었다. 벼룩시장, 중고시장, 기부 등으로 어느 정도 미니멀리즘, 미니멀 라이프를 병행하다 보니 보유 물품은 점점 줄어들었고 활용 공간도 점점 줄어들었다. 옷 통에 바퀴가 달려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위치를 옮기기 쉬웠다. 책상이 아니라 식탁용 테이블을 책상으로 사용하는 덕분에 그 밑에 놓기도 한다.
정리의 묘는 깔끔한 외관에 있다. 각이 잘 맞으면 보유 물품은 어수선해 보이지 않는다. 어떤 방법이든 주거 공간의 정리는 ‘내 기준’의 깔끔함 충족에 있다.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품도, 용도가 같은 중복 물품도 거의 사라졌다. 손님은 외부에서 만나고 친척이 왔을 때 사용할 식기는 잘 포장해서 수납장 깊은 곳에 두었다. 아직도 기부하거나 중고시장에 내놓을 물품이 많다. 정이 쌓인 물품이여서 천천히 안녕을 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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