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0. 16:39ㆍ지난 글
생각과 말은 결코 내 삶의 변화 동인이 될 수 없다. 이는 입증된 사실이자 진리에 가깝다. 나는 자신을 세계 최고의 갑부, 최고의 기업인, 최고의 투자자, 최고의 기획자, 그리고 최고의 육체 보유자로 만든 지 오래다. 내가 그린 생각 속의, 말 속의 나는 정말 이상적 존재여서 불행이 침투할 수 없다. 불행에 대해 완벽한 면역을 구축한 존재이니까. 불행할 이유가 없으니까.
만일 수십 년 동안 세운 계획을 단 하루도 누락하지 않고 기대 행복 수준을 완전하게 구현했다 해도 생각 속의, 말 속의 나는 실현 됐을 리 없다. 아마도 이상적인 나에 가까운 인물은 됐을 것이다. 나는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나 홀로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나에게 영향을 미칠 요소가 가득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나비 효과가 거미줄처럼 얽힌 인과율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더 안타까운 점은, 나는 수립한 계획을 부정하지 않고 묵묵히 한 걸음씩 나가는 역량보다, 오히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사유를 만드는 역량이 더 뛰어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왜 계획대로 수행하면 안 되는가?”에 대해, 논리적이며 명확한 근거를 찾아내는 천부의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신이 인간을 제어하는 이유는, 그들이 신의 창조물인 자연을 파괴 해서가 아니라, 지능과 의지로 신의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행복해지기 위해 신의 계획, 소위 운명을 벗어나 보려 한다. 즉,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을 때 도달하는 곳이 내가 바라는 곳일지 여부를 예측하지 못하므로, 나의 미래를 예측 가능한 범위 내로 제한하고자 한다. 인간이 미래를 알 수 없는 점은 영향력 있는 변화 동인을 모두 알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래를 예측 가능한 곳이 아니라 범위로 제한한다는 방식이 변화 동인의 영향을 인정하는 대신 도달 지점을 특정 범위 내로 끌어 들이겠다는 생각이다. 가능한 지 여부는 생을 마감할 때나 알 수 있겠지만 재미있는 시도가 아닐까? 그 방법론으로 채택한 방식이 공정 설계이다.
공정 설계는, 특히 제조산업에서 주로 활용되는 최적화 접근법이다. 방법론의 차용은 언제나 대상 전체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부분을 추출해 이를 수정하여 맞춤화 하는 방식이다.
나는 먼저 현재의 나, AS-IS를 검토한다. 이 검토의 목표는 ‘행복한 나’를 찾는 것이다.
현재의 삶에서 행복하지 않은 부분은 어디이며 원인은 무엇인가?
어떤 삶이라면 ‘매일 행복한 나’를 느낄 수 있을까?
A. 현재의 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이기적일 만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경로를 밟지 않고 ‘힘듦’을 사유로 가지 않고 가성비만 체크한다. 최선의 경로는 밟지 않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길만 밟았다. 당연히 결과가 좋을 리 없고 여파가 생겼다.
B. 더 나아지려는 계획들은, 자기 개발 서적에서 ‘보기 좋았던’ 방법을 흉내 낸 계획이었다. 자기 개발 서적이 보여준 Before & After, 성공 사례가 너무 달콤해 보였다. 제시된 방법 모두를 채용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맞는 방법도 아니었다.
C. 가장 핵심은 목표를 명확히 하지 않고 막연하게 생각한 후 방법만 힘써 모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거를 상기하니, 나의 행복한 모습 TO-BE는 구체적이어야 했다. 실천을 전제로 한 공정을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고민이 없는 재정 상황을 가진다. 의식주에 대한 금전적 고민이 없을 경우 인간은 문화를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의식주에 관한 재무적 고민을 없애고 문화를 영위하는 삶을 행복이라고 정의한다.
질병에 관한 고민이 없는 건강 상태를 지속한다. 질병은 크던 작던 마지막을 상기하여 마음의 행복을 빼앗는다. 건강한 상태라면 인간은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다. 나는 질병에 관한 건강 고민을 최소화하여 활동적인 삶을 영위한다.
가족의 걱정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가족은 내 의지로 구성한 집단이다.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보좌하는데 나의 의무가 있다. 그들과 행복한 삶을 함께 영위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 그들과 대화하고 무엇이든 함께 할 시간을 보유해 가족이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여 함께 즐거운 삶을 영위한다.
3가지로 나의 행복한 모습을 정의했다. 과거에는 여러 방법론에 따라 사명서도 작성해 봤고 연간 목표로 수립해 봤으며 개선 대상 리스트로 작성해 봤다. 하지만 그러한 활동을 전개해서 어디에 도달할지 구체적이지 않았다. 또한 위 3가지 정리는 개선 과정에서 첨삭 되어 더욱 명확화 한다. 이를 피드백 feedback 과정이라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