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 19:10ㆍ지난 글
인간 탄생에 있어서 지능은 태생의 배경에 좌우되지 않는다 생각한다. 배경이 부자이든 빈자 貧者이든 지능이 뛰어난 사람은 태어난다. 물론, 지능이 좋은 자가 지식 혹은 기술을 취득함과, 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음은 배경이 좌우할 수 있다. 하지만 부유한 환경에서만 지능이 뛰어난 자가 태어나지 않는다. 조선조 장영실은 노비였다. 이 사례만을 가지고 말함은 아니다.
아무리 지능이 뛰어나더라도 아무 것도 못할 때가 있으니, 외로울 때다.
고독은 스스로를 가둔다는 의미가 있으니 이 이야기에서 제외하려 한다.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려왔다. 잠은 낭비이자 나태라 여기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다. 보람도 성취감도 느꼈다. 열심히 한 대가도 획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난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손에 힘이 탁 풀리며 발이 멈춘다. ‘이제 무엇을 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미치면 공허가 밀려온다.
외로움은 이렇게 정의되고 있다. ‘홀로 되어 쓸쓸한 느낌이나 마음.’ 하지만 필자가 이야기하는 외로움은 ‘할 것이 없는 상태’이다. 일이 사라졌거나 활동할 이유가 소멸한 것은 아니다. 머리가 텅 비어버린 상태를 말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일이 소멸한 상태나 머리가 텅 비어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태는 동일한 상황일지 모른다. 아무리 지능이 뛰어나도 이 상황에서 혜안을 내기 어렵다.
혹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것은 아닐까? 지쳤는데 이를 해소할 방법을 못 찾은 것은 아닐까? 이러하다고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니다. 언제나 창의적이고 제대로 된 방법으로 일을 해결해 왔다. 매번 칭찬을 받는 것은 아니나 회의에서 주위 동료들의 신뢰도 얻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눈앞도 머릿속도 하얗게 되고 말았다. 그냥 공허해졌다.
심리학자들은 외로움이 오히려 타인과의 협력을 촉진한다고 말한다. 외로움이 친구를 찾거나 사람을 만나는 원동력이 된다고도 한다. 하지만 필자의 이야기는 그런 외로움은 아니다. 이것저것 건드려 보지만 딱히 손이 가는 점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림을 못 그린다. 잘 그리지 못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못 그린다. 물론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즐기며 집중하지 못하는 분야이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봤다. 사람은 졸라맨(하얀 동그라미는 머리, 나머지 신체는 선), 주위 환경이나 대상(물건 등)은 아웃라인만 구분이 되는 정도다. 비어버린 머리가, 죽은 듯 아무 것도 떠올리지 못한 머리가 조금씩 살아난다. 기억나는 것만 그렸지만 이제는 백지 상태가 아니다.
일과를 도식화 한다. 큰 동그라미에 최근 활동을 생각나는 대로 그린다. 그리고 일과의 흐름대로 활동을 화살표로 연결한다. 장면 단위로 그린 그림에 이어 좀 더 명확히 나의 최근 상황이 눈에 보인다.
다음 장으로 넘겨 최근 즐거웠던 일들을 텍스트로 혹은 그림으로 그린다. 물론 순서나 구분 기준은 없다.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이 즐거움을 증폭할 방법을 끼적이듯 메모한다. 우수 사원 상을 받은 기억도 좋다. 회의에서 발표한 의견에 동료들이 찬성하는 장면도 좋다. 가족과 즐거운 저녁 식사 시간도 좋다. 즐거웠던 기억은 무엇이든 기록하고 왜 즐거웠는지를 생각하고 이를 증폭할 방법을 찾는다. 나를 즐겁게 할 방법을 찾는다. 외로움을 즐거움으로 대체하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결정을 내린다. 아니 기준을 정한다. 일과의 속도를 줄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앞으로 나아간다. 내 손이 도움이 될 동료가 있을 것이다. 잠시 아이를 안아주고 출근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 속에 여백을 만들고 중간 휴식 지점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면서 커피를 들이키지 않고 탕비실 창가에 앉아 10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일보다 미래를 밝힌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로 회복이 됐다면, 새로운 것을 찾아본다. 주위 환경, 사람, 물건, 습관 등 마음을 다시 세울 새로운 것을 찾아본다. 아니, 1주일 휴가를 내놓고 인수인계를 한 후 차를 몰고 동쪽 바다로 무작정 떠나는 것도 좋겠다. 숙소를 정해두지만 첫 도착지는 숙소가 아니고 바다여도 좋겠다. 당연히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걷어 올린 바지, 종아리 중간에 닿는 아직 차가운 바닷물. 모래가 잔뜩 묻은 발을 해변 수돗가에서 씻고, 명소 찾지 말고 처음 만나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겠다. 당연히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자신을 느끼면 외로움은 어느 새 사라지고 나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무기력 lethargy에 대해 썼다고 생각하지 말자. 외로움에 관해 썼다. 주위를 일로 채워도 외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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