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9. 10:57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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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briel's Oboe

잔 盞. 형성 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그릇명(皿☞그릇) 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戔(잔)이 합(合) 하여 이루어짐.

마음에 드는 잔이면 됐다. 내용물이 중요하지 담는 그릇은 새어 나오지 않으면 된다 생각했다.

덩달아 내 잔을 골랐다. 아마도 머그잔이 유행을 타던 시기였다. 시절은 겨울이었고. 커다란 머그잔을 식어버린 양손으로 잡고 데우며 후후 불어 몸도 녹이는 장면을 그대로 해 보고 싶었다. 뜨거워서 기다려야 했다. 손은 스르르 녹지 않고 뜨거워 놓았다 잡기를 반복하는 동안 손바닥만 열이 오른 정도였다. 이후 머그잔은 늘어난 커피 혹은 코코아 양을 채우는데 활용됐다. 320 ml의 양은 속이 데워질 만큼 마시지 좋은 양이었다.

나카모리 아키나의 뮤직비디오 중 유리그릇이 나온 편이 있었다.

입이 넓은 유리그릇, 김이 오르는 철제 주전자. 유리그릇에 더운물을 붓는 장면. 세라믹 제품은 불투명하다. 유리그릇은 투명하다. 내용물의 빛이 그릇의 빛이 됐다. 그때부터 유리그릇에 대한 바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쓰는 그릇 만이라도 유리그릇으로 바꾸는 것은 쉬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와 생각하면 그동안 번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하나씩이라도 사서 모았다면 지금쯤 이루었을 텐데. 당시의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구입 품이었나 보다.

식수 잔은 유리잔이다. 캡슐을 기계에 넣고 유리잔에 커피를 내린다. 크리머와 진한 커피색이 잔의 색이 됐다.

무엇이 변한 것일까? 무엇이 이루어진 것일까? 단지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는 몸이 달아오르지만 어느새 잊은 후에는 당시의 열망도 생각나지 않는 것일까? 무서워 찬장을 열지 못하겠다.

 

@ Gabriel's Ob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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