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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사회 기여에 대한 대가지난 글 2017. 7. 12. 15:42728x90반응형SMALL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보고
우리가 히어로를 걱정할 일이 있을까? 스파이더맨은 냇가 앞을 기고 있는 1살박이 어린 아기 같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 초능력이 있기 때문에? 아니다. 문제는 그런 종류가 아니다. 그는 내일 먹을 양식을 구할 수 있을까가 바로 내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아는 히어로 중에, 얼마 전에 새로이 등장한 원더우먼은 잠시 접어 두기로 하고, 배트맨과 아이언맨이 우리가 그들이 세상을 구하는 일에 걱정 없이 바라볼 수 있는 히어로다. 아! 토르도.
슈퍼맨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괴팍하고 상식 범위 내에 들지 않는 편집장은 있지만, 그는 거대 매체의 기자이다. 그러니 잘리기 전까지 급여는 계속 나올 것이다. 더구나 그는 태양 에너지가 주식이므로, 태양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그가 배를 줄일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어떤가? 공부? 굉장히 잘 했다. 그런데 신문사에 스파이더맨 사진을 제공하는 알바 생활을 했다. 이번 ‘홈커밍’ 버전에서는 고등학생으로 나온다. 부양 받는 가족인 것이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의 고등학생.
물론, 우리는 헐크도 걱정해야 한다. 헐크는 도망 다니기 일 수이고, 단기 정착을 위해 현지 공장에서도 일하는 등, 이 분도 내일의 양식을 걱정해야 할 존재이다. 이분은 박사다. 공부 굉장히 많이 한 분이다.
우수한 학력이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는 우리의 상식을 간단히 뛰어넘은 스파이더맨과 헐크.
다행히 스파이더맨은 그동안의 궁핍에서 이번 ‘홈커밍’ 버전에서는 벗어나는 듯싶었다. 스파크 그룹의 인턴으로 뽑혔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나온 스파이더맨 버전들 중 가장 마음이 놓이는 버전이었다. 그러나 이걸 발로 찼다. 스타크가 자신을 떠보는 줄 알고. 스파이더맨이 헐크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눈치가 박치라는 점이다. 적어도 은퇴 나이까지(초능력 히어로가 은퇴할 정도로 쇠약해질까 싶긴 하지만) 버티려면 눈치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더구나 스파이더맨은 고집도 세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우연히 얻은 초능력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노블레스 오빌리주) 과감히 현실을 등진다. 진짜 히어로의 모습이지만, 배고프기 딱 맞는 인간형이기도 하다.
히어로를 굳이 여기서 재 정의를 해본다. ‘투철한 윤리관’ 위에 ‘보유한 초능력’을 구사하여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며’ 절대 ‘사리사욕을 위해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자’.
이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생계 수단은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 적어도, 의식주를 갖추고자 하는 히어로라면.
스파이더맨의 경우, 이과생이다. 과학고등학교를 다니는 천재 소년이다. 초능력을 얻기 전에도 그는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 그렇다면, 이과적 재능을 활용하여, 그리고 명석한 두뇌로 하루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생계도 유지하며 세상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세상 구하기는 직장 생활과 같아서, 언제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다. 초능력의 대부분이 미래 예측 능력이 없고, 현실 대응 능력 중심이다 보니 생계유지에 필요한 절대적 시간을 확보하는데 많은 장애를 만든다.
스파이더맨의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그는 단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세상 구하기 때문에 그렇게 궁핍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영화 ‘리미트리스’를 보면, 약을 통해 지능은 진보했지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집안 정리 정돈과 청소였다. 스파이더맨은 세상 구하기만 바라보는, 세상으로만 눈이 향하도록 되어 있는, 편자 낀 남자는 아닐까? 도저히 안심이 되지 않는 캐릭터이다.
이런 그를 구하여, 그 명석한 두뇌를 통해 생계를 안정되도록 하게 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메리 제인이 시도해 봤지만, 결국, 그의 매력에 그녀의 현실 감각이 함락되어 버린다. 마치 히어로 중에 스파이더맨은 세상을 구하고 자투리 시간에 먹고 살 활동(피자 배달 등등)을 하는 인물이라 정의하려는 것 같다. 프리터보다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캐릭터이나,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간다는 면에서는, 그 불안한 경제 활동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기 어렵다. 차라리, 정부 기관에 소속되어, 그들과 함께 세상을 구하는 대가로 안정적 급여를 확보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은 아닐까? 아니면, 아마도 피터 파커는 엔지니어적 측면이 강한 캐릭터이니, 학구적 환경에서 연구를 거듭하며, 세상도 구하는 방식은 어떨까?
그러나 지금까지의 스파이더맨을 보면, 그리고 스파이더맨의 적들을 보면, 그렇게 해서는 물리칠 수 없는 상대들이었다. 아~ 스파이더맨에게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는 너무도 고생하며 자라야 한다.
준비 안된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고난들을 스파이더맨이 범할 것 같다.
만일, 불법 거래 현장을 급습한 후, 악당들의 거래 자금을 확보한다면, 이는 히어로의 정의 중 윤리관에 반하는 일일까?
그렇다면 윤리란 무엇인가? 아니, 정직이란 무엇인가? 여기서는 사회적 정의를 고민해야 하나?
악당들의 돈은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돈과 관련된 윤리관은, 적절한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이 윤리관을 벗어나지 않는, 정당한 수입이다. 바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확보된 혹은 전달받은 돈 역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윤리관을 벗어나지 않는 수입이다.
그렇다면, 악당들을, 경찰을 대신해 물리치고, 그러한 공헌 혹은 경찰을 대신한 대가를 정부로부터 받아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통학 버스가 교통사고로 인해 강물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 자신이 보유한 초능력으로 20여 명의 학생들의 목숨과 안전을 지켰다. 그것도 혼자서. 경찰, 소방관 등 대중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은, 집단을 구성해 협력 및 협업을 바탕으로 대중의 안전과 목숨을 지킨다. 정부 입장에서는, 히어로들의 자발적 사회 기여에 대가를 지불하기엔, 마음에 꺼려진다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행 기관 및 조직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아니면 오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할 사건을 히어로 혼자서 처리했으니, 비용으로 처리될 금액 중 일부를 히어로에게 지급해도 되는 것 아닌가?
혹시, 이런 의견을, ‘그러면 그 돈을 바라고 너도 나도 세상을 구했다고 나설 수 있으니, 돈을 관여시킬 수 없다’고 정부는 의견을 내세울까? 그렇게 사회적 안전 유지의 역할에서 독점권을 주장할까? 히어로를 정부의 소속으로 하여, 결과적으로 정부의 안전 유지 활동의 독점권을 유지할까?
스파이더맨 입장에서 보면, 소속이 되든 대가를 받던 생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는 긍정적 도움이 된다. 물론 소속이 된다면, 자유롭게, 즉, 자신이 원할 때 기여를 할 수 있는 형태는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정부향 보고서를 쓰는데 휴식 시간을 점유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생계는 알아서 하겠다. 염려해 주어 감사하다’고 거미줄을 뿜어 휙 날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입장에서는, 히어로가 생계 걱정 없이, 지금까지와 같이,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길 원한다. 사실, 히어로든, 정부 기관이든, 우리의 안전이 확보만 된다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가리겠는가? 그러나 히어로가 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우리를 안전하게 해주므로, 유지 보수는 정부가 세금으로 하고, 프로젝트성은 히어로가 얼른 해결해 주길 우리는 바랄 지도 모른다. 그래서 히어로에 대한 정부의 대가 지불에 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 한 가지는 생각해야 한다. 자발적 사회 기여에는 대가가 지불되어야 한다는 것.
Photo by Zachary Bedrosi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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