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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보가 됐나
    영화 이야기 2021. 10. 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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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나를 놀린다. 중년의 호르몬 변화라든가, 주책이라든가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 보라.

    페루가 비비의 뺨을 세게 때린다. 비비는 공주이고 페루는 군인(장교)이다. 그의 상관은 '모가지'를 외치며 뛰어든다. 그런 상관을 왕이 말린다. 비비는 페루의 생일을 맞아 불꽃놀이 선물을 하고 싶었다. 이를 직접 만들고 싶었다. 선물은 DIY가 최고다. 곰손은 할 수 없지만. 화약은 무기고에 있다. 작은 폭발이 있었다. 수비병은 공주의 행위임을 알자 크게 나무라지도 못하고 곤란해한다. 비비는 자신의 실수에 평소처럼 미안하다며 헤실거린다. 그때 페루가 무표정하게 걸어온다. 마치 장난처럼 변명하는 공주의 뺨을 세차게 때린다.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거야!" 더하기 반말! 당연히 비비의 울음이 터진다. 페루가 표정을 풀고 그 앞에 꿇어앉아 조곤조곤 말을 시작한다. "장난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내가 이런 걱정을 들은 적이 언제였던가? 눈물이 핑 돌았다. 페루가 곁에 있었어도 내게 그렇게 했을까?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눈물이 맺힌 것이 처음은 아니다. 주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왜일까?

    같은 에피소드에서 또 한 번 눈물이 난 적이 있다. 원피스에서 유명한 장면 중 하나. 비비는 공주라는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여기에 힘을 합쳐 크로커다일 일당을 물리치고, 리틀가든에서 위기를 이겨내며 쌓이고 깊어진 동지애가 있다. 역할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만나기로 한 장소. 루피 일행은 섬을 봉쇄한 해군을 피해 도망가야 한다. 봉쿠레의 희생적 의(義)로 해군의 손길을 피해 약속 장소로 간다. 비비의 갈등이 드러난 고백. 그리고 묻는다. "자신이 영원히 앞으로도 동료가 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여기서 루피 일행이 인정하면 동조한 죄로 비비는 체포된다. 함께 갈 수 없음, 늦어지는 답변. 비비는 예의 울보로 변한다. 루피 일행은 모두 뒤돌아서서, 적의 변장에 대응하기 위해 표시한 왼팔 팔뚝의 동료 표시를 보인다. 모두 왼팔을 번쩍 들고 비비는 여전히, 앞으로도 동료라고 무언의 동의를 한다. 눈물이 핑 돌았다. 부럽다, 동료. 자신의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


    오후 2시, 원피스 동료 선언 이미지를 검색한다. 문뜩, 찾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구체적인 계기는 없다. 이런 행동의 시작도 이성 외 영역이 관여하는 모양이다. 검색을 시작하고 나서야 '다시 보고 싶다'라는 바람으로 이 행동이 초래된 것을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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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피, 조로, 나미, 우솝, 상디, 초파가 동료 표시가 된 왼팔을 번쩍 들고 있고, 비비와 카루가 이에 화답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따라 눈물에 닿은 과정은 재현되지 않지만 흐뭇한 광경이다. 현실에서, 아니 내 주위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어서 판타지일까?


    결핍이 눈물을 불렀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정리하면, 관심과 동료의 결핍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충족될 때 눈물에 닿는다. 물론 지금까지 관심도 동료애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설 하나, 부족했다? 부족하고, 지속 필요하면 채우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생각한다. 감정 측면에서, 충족될 시기에 충족되지 못한 감정은 나중에 충족하려 해도 대체재를 활용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관심과 동료애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러니 진한 장면에 눈물에 닿는 것일 것이다.

    가설 둘, 진정 바라는 바가 있다? 시기에 맞게 충족된 감정이라도 정말 원하는 것, 이성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도 진정 원하는 것으로 충족되어야 뚜껑을 닫아 마무리할 수 있다. 어중간한 것으로는 지속적인 원함이 발생하는 것 같다.


    아직, 진정 원하는 관심과 동료애를 만나지 못한 것일까?

    그래서 가상의 이야기 속 사건이라도 감동받고 눈물에 닿는 것일까? 작품을 보고 눈물에 닿는 이유가 결핍일지 진정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일지 모른다. 생각하지 못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상대는 진정으로 관심과 동료애를 보냈지만 내가 모르고 놓치거나 받고도 진정 원하던 것이라 느끼지 못했다는 판단은 기각하고 싶다. 판결이 피해자가 느낀 정도에 맞춰 내려져야 하듯, 수신자가 진정 원하던 것 혹은 진정성 있는 것이라고 느껴야 충족이 일어난다. 이렇게 수신자 중심의 사안이 세상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관심과 동료애 혹은 우정은 삶의 오아시스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어서 집단을 이루고 서로 협력을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관심과 동료애 혹은 우정은 이와는 다른 세계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대중 속 고독이라는 문구를 어떻게 생각하나? 주위에 사람은 많아도 혼자 있는 느낌 같은 것일 것이다. 언제 이런 느낌을 감각할까? 아마도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집단을 이루어 서로 협력한다는 발상은 지극히 회사원적 마인드다. 이는 일, 과제, 의무, 혹은 권력의 이야기일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주위에 소통하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은 늘 허전하고 삶의 생기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알던 사람이든 처음 본 사람이든 자신을 이해하고 이해한 바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만나면 눈물에 닿는 관심, 동료애, 혹은 우정을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원피스를 보며 눈물에 닿는 감동을 받는 이유는, 잔소리를 듣고 꿀밤을 먹어도 위기 속에 손을 내밀고 그 손을 망설이지 않고 잡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인생의 오아시스를 만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스트레스가 불타 없어지는 개운함을 느낀다.

    비비는 고래 라붐을 식량으로 잡으려다 루피 일행과 맞선 사람이다. 그러다가 비비가 바로크웍스의 킬러로 일하는 이유가 알라바스타의 문제 해결을 위한 잠입으로 알려지면서 루피 일행은 비비를 돕기로 한다. 이해가 선행되지 않아도 상대의 진정성 있는 마음에 반응하는 것이 선장 루피의 장점이니까. 멍텅하게 살아 동료의 걱정을 사는 선장이지만, 자신의 신념과 관련된 것, 동료와 관련된 것에는 진지해지는 루피라 동료 모두가 그를 선장으로 인정하는 것일 것이다. 잠시 적이었던 비비까지도 왼팔을 번쩍 든 루피 일행에 관심, 동료애를 진하게 느낀 것일 것이다. 니코 로빈이 진정한 루피 동료가 된 순간을 기억하는가?





    #공감 #충족 #이해 #애니메이션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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