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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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체류 준비
소설 '샬롯의 거미줄'의 작가 E.B. 화이트는 ‘여기 뉴욕(Here is New York)’에서 뉴욕에 있는 사람들을 3 범주로 나누었다. 제1 카테고리는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뉴욕 토박이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전 생애를 통해 뉴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제2 카테고리는 뉴욕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위 도시(the city)로 불리는 맨해튼을 중심으로 지하철, 승용차, 버스 등을 통해 들어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E. B. 화이트에 따르면 뉴욕의 모습을 가장 적게 보고 경험한 사람들이라 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이면 잠을 자러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외근이나 외부 미팅을 ..
2019.07.05 -
살림
살림은 미리 준비하는 행위이다. 내일 아침 버터 토스트를 먹고 싶다. 그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냉장실 문에 넣어둔 버터를 꺼내 조리대 위에 올려놓는다. 아침에 냉장실에서 꺼낸 버터는 뚝뚝 부러져, 빵에 발리는 것이 아니라 얹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온에 버터를 꺼내 놓으면, 혹시 잊고 잤다면 일어나자마자라도 버터를 가장 따스한 곳에 놓아두고 씻으면, 버터를 꼼꼼하게 그리고 얇게 빵에 바를 수 있어서, 버터의 고소함이 적당히 느껴지는 버터 토스트를 '바삭'하고 맛볼 수 있다. 살림을 정의하기 위해, 상기 '버터 토스트'의 사례를 분해해 본다. 우선 계획 세우기: 내일 아침 메뉴는 버터 토스트. 그럼 필요한 식재료는 버터, 식빵, 커피(캡슐이든 드립이든 평일 아침이니까 캡슐!). 필요 도구는 토스터, 캡슐 ..
2018.09.08 -
커플이었는데, 일상적인 이유로 헤어졌어
'히구라시 키노코 /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을 읽으며 서로 좋아한다고, 좀 더 크게는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가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은, 고백의 순간이다. 누가 먼저든 고백을 하면, 상대는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함께 고백을 한다. '너의 사랑을 받아들일게'가 '나도 너를 좋아해(사랑해)'라는 의미는 명백히 아니다. 다만, 앞으로 서로 친구보다 가까운, 부부보다 먼 애인이라는 관계를, 그 세계를 시작해 보자는 의미다. 이런 고백의 순간에도 그때의 기분에 흥분해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다. 이것이 커플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 사항이다. 서로 이런 관계가 시작되면, 첫 단계는 배려의 단계다. "무슨 음식 좋아해?" "나는 간장맛 라멘을 좋아해" '윽, 난 라멘을 안 먹는데..
2018.01.29 -
해적왕이 되고 싶었다.
루피는 어릴 적 마을 식당을 방문하는 해적 샹크스를 존경한다. 샹크스는 포용력이 크고, 정의롭다. 산적들로부터 마을을 구하기도 하고, 바다 괴물로부터 루피를 구하며 자신의 팔을 루피 대신 먹이로 내놓는다. 원피스의 해적들은 어쩌면 순수한 사람들이다. 세상 전부라는 원피스를 찾고자 하는 꿈을 실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원피스란 보물을 갖는 것에는, 국가가 정한 규정도 없다. 해적의 보물이니 해적이 차지하는 것이다. 루피는 호기롭게 해적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준비를 한다. 해적은 얼굴에 흉터가 가득하다. 어린아이가 판단한 해적이 되는 조건은 시각적으로 발견된 부분이다. 그래서 칼로 자신의 눈 밑을 스스로 찌른다. 꿈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홀딱 벗고 뛰어든다고 손에 잡히는 호락호락한 보물이 아니다. ..
201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