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 place do you say as 'a Park'?

2019. 11. 7. 23:55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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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금 ‘공원’이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나는 ‘공원’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긴 플라스틱 컵에 이슬이 맺힌 바닐라 라떼, 손에든 책 한 권 혹은 펼쳐진 e-book reader가 떠오른다. 물론 이런 상황은, 뉴욕의 공원을 즐긴 이후 발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시원한 바닐라 라떼와 책을 들고 집 주변 혹은 차를 타더라도 벤치나 잔디가 있는 공원으로 가지 않는다. 카페로 간다. 그 날 기분에 따라 백팩에는 종이짝 같은 노트북이 들어있을 때도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투자를 하여 거리에서, 공공장소에서 무료 Wi-Fi를 연결할 수 있다. 그러니 e-book이 종이책을 대신하기도 한다. 어차피 다운로드 받아 둔 것이므로 Wi-Fi 연결을 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지만.

결국, 최근 나에게 ‘공원’이란, ‘카페’인가? 어떤가! 난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곳은 나에게 ‘공원’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그리고 얼마 전에, 우리 가족은 아이의 자전거 뒷좌석을 잡고 있었다. 그러니 당시엔, 잠시, 공원은 자전거 연습장이었다. 하지만 사춘기에 들어선 딸아이에게 휴일 공원에 가서 자전거를 타자고 제안하기 어렵다. 이미 몇 주 동안의 일정이 꽉 짜여 있다.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나이가 되니 이젠 우리가 동서남북, 음으로 양으로 채우던 공간은 아이의 절친에게 내주어야 할 때가 됐다.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 ‘공원’은 ‘카페’이다.

내가 ‘공원 즐기기’를 좋아하게 된 계기, 뉴욕 워싱턴 스퀘어 파크(Washington Square Park)다. 지난 편에서 톰프킨스 스퀘어 파크의 일을 소개했다. 앞으로 센트럴 파크에서의 추억도 소개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뉴욕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곳곳에 있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원이 있는가 하면, 프라이빗 파크(private park)도 있다. 자물쇠로 굳게 닫힌 프라이빗 파크는, 장소는 더 좁지만 초록의 밀도는 더 높다. 인적이 드물어서 인지 더 차분하고 조용하다. 

프라이빗 파크를 지날 때 궁금했다. 이런 공원은 과연 누가(private) 이용할 수 있는 곳일까? 하지만 호기심이 선호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곳엔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가 없다. 

화이트 노이즈는 신기한 소음이다. 마치 여러 가지 소리들이 내 주위에 장막을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하는 일, 독서나 인터넷 서핑이나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다. 그 소음에 신경이 쓰여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는다. 주위는 웅성거리고 커피 찾아가라는 외침과, 잔을 테이블에 놓거나 출입문이 열리고 닫힌다. 또 카페의 BGM(Background Music)도 빈틈을 메우고 있다. 

예전, 라디오를 틀고 공부하는 나에게 ‘그게 뭐냐’고 일갈하신 어머니의 음성이 생각난다. ‘그래서 집중이 되냐’고 하시는 말도 기억이 난다. 당시엔 얼른 라디오를 끄거나 나가시면 이어폰을 꽂아 들었다. 

뉴욕의 공원은 화이트 소음이 탁 트인 하늘 속으로 빨려 올라간다. 카페가 갇힌 소음이 주위의 막을 만든다면, 공원은 하늘로 올라가는 소리의 길이 내 주위를 감싸 책에 집중하게 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와의 첫 만남은 장기 체류를 하면서 거주지 주위 운동(공원 주위를 몇 바퀴 도는 걷기. 약 5~6 km를 걸을 수 있다) 장소를 찾다가 선택한 공원이다. 이스트 빌리지 3th-4th 사이에 있던 거주지에서 3 블록 정도 걸어가면 있어서 적당한 주변 장소였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프랑스 개선문을 연상시키는 문이 있고, 공원 중앙에 분수가 있다. 그 주위에 조경이 된 나무들이 있다.

첫 날, 동쪽 입구(거주지에서 가면 공원 동쪽으로 들어간다)로 들어가다가, 여름 잎이 가득한 2~3 m 정도 높이의 나무 수풀 사이에 금발 머리 젊은이가 상의를 탈의하고 서 있었다. 곧이어 어디서 배웠는지 중국 무술의 기초 단련 동작들이 이어졌다. 지금도 관심이 많아 서림문화사의 무예 책을 아직도 소장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나치듯 보고 마음속에 ‘오호!’라는 소리가 흘렀다.

한 낮에는, 버스킹이 군데군데에서 벌어진다. 때로는 인도 사람들의 축제가, 언젠가는 히스패닉 사람들의 장이 선다. 사람들은 중앙 분수 주위에 앉아 한 낮의 여유를 즐긴다. 근처에 NYU가 있어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지만 매일 그런 것은 아니다. 개선문 같은 입구 앞으로 뉴욕의 5th가 이어진다. 장년층도 청년도 이 공원에 앉고 공원을 지나친다.

아침엔 사람이 많지 않다. 귀에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평소 걷는 속도로 걷지만, 허리와 가슴을 펴고 턱을 당기고, 몸에서 쓸데없는 힘은 빼고 걷는다. 공원을 3~4 바퀴 돌면 거리로는 5~6 km 걷게 된다. 그리고 땀을 닦으며 스트레칭을 잠시하고 거주지로 향한다. 거의 매일.

체류 3주차부터는, 아침 운동을 2 바퀴로 줄이고 개선문(?)을 통과해 센트럴 파크를 향해 걷는다. 나는 무급 장기 휴가를 내고 이곳에 있지만, 뉴요커들에게 평일은 출근하는 날들이다. 나는 걷기 운동을 하며 1시간 정도를 걸어 센트럴 파크 입구로 간다. 그들은 내 주위를 통과하며 회사로 간다. 센트럴 파크로 갈 때는 55분 정도, 다시 워싱턴 스퀘어 파크로 돌아올 때는 65분 정도 소요된다. 그들은 양복을 입고 바쁘게 걷는다. 옐로 캡에서 내려 빌딩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 비스킷과 커피를 들고 가는 사람들, 옆도 돌아보지 않고 걷는 사람들. 그 속을 나는 운동복에 이어폰을 끼고 휘적휘적 걷는다. 처음엔 ‘이겼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뉴욕에서 산다면 운동이 아니라 출근을 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돌아오는 아침 시간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기는 힘들다. 담장으로 둘러싸인 캠퍼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주변엔 F. I. T.도 있다. 주변 카페 안에도 학생들은 없다. 그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시간이 7시 전이라 그렇겠지만, 우리나라 대학교 앞 오전 7~8시는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보인다. 당연히 방식이 다르겠지만, ‘너무 조용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NYU 학생들은 그들의 길이 있고 우리 대학생들은 또 그들의 길이 있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 동쪽 출구 앞에는 전문 서점도 있고, 작은 카페도 있다. 거주지에 거의 다 도달하면, 금속 박스 안에서 히스패닉 분들이 토스트를 굽는다. 버거에 가깝다. 베이글도 있다. 진한 커피도 함께 판다. 어서 가서 아침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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