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받아주기

2020. 6. 15. 13:39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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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수많은 이별과 눈물, 수많은 분노와 싸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선한 마음인데 왜 이별, 눈물, 분노, 싸움이 발생하는 것일까?

의식의 전면에 위치하던 상대에 대한 애정이 상대로 인해 감소하거나 사라진다 하여 과연 잘못은 상대에게 있는 것일까? 혹시 그 계기가 ‘상대는 사랑하지만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마음’, 즉 나의 기호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수많은 사랑의 맹세 중에 ‘영원히 너를 사랑해’보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 모두를 좋아할 거야’가 더 엄청난 맹세 임을 우리는 잘 모른다. 이유는 한 가지. 내가 사랑한 대상은 상대이지 상대의 기호는 아니었다. 어쩌면, 매우 슬픈 이야기이지만, 상대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상대가 ‘내 기호 내’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랑하는 감정이 전면에 있을 때, 내 기호에 맞지 않는 상대의 기호 중 ‘그래, 그래’라며 넘긴 것이 꽤 된다. ‘네가 좋다면 야’라며 호기심의 눈길로 들여다 보기도 한다. 아마도 이것은 사랑의 전반기거나 데이트 하고 따로 기거하는 동안은 아닐까? 내 기호에 들지 않는 일을 하거나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취한 마음을 헤어져 있는 동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든 그것이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이에 대한 반증은, 결혼 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함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때는 상대의 기호가 공동의 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니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해 거두어들인 수입 중 일부가 상대는 좋아해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개체에 투자되기 시작한다. 결혼 전에는 내가 먹는 음식을 잘도 따라 먹던 상대가 이제는 싫다고 도리질을 친다. ‘그거 먹지 말자’, ‘난 따로 먹으면 안 돼?’라는 멘트는 ‘애정이 식은 거야’로 곧장 향하기 때문은 아닐까?

기호의 충돌을 상당 기간 겪은 후, 연애기든 결혼기든, 결론을 내릴 순간이 온다.

반드시 고칠 거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전환시킬 거야
포기할래, 말리는 행동
더 이상은 안돼. ‘나야, 그거야?’

상기 언급된 범주 외에도 기호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피임 기구 사용을 불편해하는 경우, 함께 다니기 싫은 옷을 입는 경우, 아니 내가 싫은 스타일을 좋다고 유지하는 경우 등. 심오하게 들어간다면, ‘나이가 들면 그에 맞는 향기가 나야 한다’는 생각과 달리 평생 어린애에 머물러 있는 상대의 태도. 사소했던 일이 사소하지 않은 일로 번진다. 일상적인 이유로 커플은 헤어짐을 생각하게 된다.

관계 유지를 위한 최후의 마지노선은 ‘싫어하지 않기’다. 좋아할 수는 없다. 그러니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무신경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싫은 것이 눈앞에 있는데 이를 참고 넘기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제거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자신의 싫음을 무관심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넘지 못할 언덕을 만났을 때뿐이다.

‘내 주위에 그런 음식 먹는 사람은 없어’라는 생각은 ‘그러니 그런 음식을 먹는 것은 옳지 않아’로 연결되는 지도 모른다. ‘나하고 있을 때보다 더 행복해해’라며 무생물에 대해 질투를 느껴 부들부들 떠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일 좋다고 하다니, 이런 면이 있었나?’라며 마치 어제 처음 만난 사람처럼 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너무 좋아하네. 일단 시선을 돌리자’라며 자신은 심리적으로 나마 그 상황에서 벗어난다. 상대가 눈치를 챘다. ‘내가 좋아하는데 너도 좋아하면 안 돼?’라며 직접적으로 거론한다. ‘No Way!’를 입 밖에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얼굴은 편치 않다.

집에 돌아가 씻고 침대에 앉았는데 ‘이런 이유로...’라는 생각이 들며 해결책을 고민하게 된다. 문제는 간단하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나를 좋아하는 이가 눈치채고 하지 않으면 된다. 가장 큰 근거는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이다. 물론 상대는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내 기호는 내가 아닌 것이다. 그건 나도 그렇지 않나?

‘좋아하지 않았지만, 혹시 내가 알지 못한 내 기호는 아닐까? 일단 함께 해 볼까?’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영어 표현 중 ‘It is not big deal!’이 있다. 막상 해보면 생각만큼 끔찍한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해 보지도 않고 ‘싫어’라는 마음에 압도되어 투정을 부리는 것은 성인이 할 행동은 아니다. 적어도 ‘나를 사랑한다면 싫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있다면 ‘너를 사랑하니 싫지만 한 번 해 볼래’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려는 시도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해보지만 죽어도 안 되겠거든 상대에게 알린다. ‘잠깐만! 조금만 기다려 줘’, 혹은 ‘다음에 한 번 더 해볼게’ 정도는 어떤가? 도저히 내 성격과 기호를 이길 수 없다면, ‘나 없을 때 하면 안 될까?’ 혹은 ‘그냥 옆에 있어 줄게’도 좋은 하한선일 것이다.

사랑과 좋아함은 상대만 사랑하고 좋아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내 기호와 성격을 넘어 상대와 합의점에 이르는 행위도 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 나이가 몇이든 정말 쉽지 않다. 명백한 잘못이 아니라면 못 하게 할 명분은 없다. 서로의 감정과 관계를 원활히 지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일도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인가 보다.

이런 방법은 점점 자신의 기호가 형성되어 가는 아이들에게도 해당된다. 도저히 내가 낳은 것 같지 않은 기호가 튀어나올 때 호기심을 가지고 함께 하는 부모가 멋진 부모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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