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26. 15:19ㆍ지난 글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일이, 때로는 일들이. 맞다. 중요한 일 혹은 일들이 내 앞에 떨어지는 것을 보니, 그래 ‘난 중요한 사람’인가 보다. 물론 그 일이 내게 중요할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난 욕심쟁이다. 중요한 사람인데도 더 행복하고 싶으니까. 누군가는 말했다. 타인을 움직이기 전에 그를 먼저 인정하라고. 그가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라고.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이 평생 갈구하는 욕망 중 하나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렇게 중요하고 인정받는 사람이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자신이 중요한 것을 인식하고 인정받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다니. 혹시 내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중요한 일을 하고 인정받는 나는 반드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확신이다. 그래서 우선 문화의 품에 안겨 보려 했다. 책이나 공연이나 영화나 음악이나, ‘그래, 그래, 좋아, 좋아’하며 충전하고 다시 중요한 일을 하러 간다. 달콤한 잠시의 휴식. 이 이상 문화의 품에 빠져들면, 그것을 일이 되고, 그러기엔 나는 지금 너무나 중요한 일을 하는 인정받는 사람이다. 이미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일을 더 할 수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 이상 부담을 늘릴 수 없다.
그래서 ‘그래, 그래, 좋아, 좋아’까지만 하고 잠시 동안의 달콤한 휴식으로 재충전하였다. 시킨 일 얼른 끝내고, 술이야, 영화야, 데이트야, 춤이야 달려가자. 이러면 되지!!! 가끔 펑펑 울어버리면 된다. 술에 진탕 빠졌다가, 두통이 가실 때쯤이면 마음을 짓누르던 부담도 함께 휘발되겠지. 일부 휘발된 부담감으로 다시 중요한 일을 마주하면 전보다 부담이 덜 한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이성적 생각이 아니라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게 여겼다고 생각된 것이지만. 이렇게 현실과 일과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나는 이 거대한 일과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음을 확인하며, 목소리 높여 '어쩔 수 없잖아!’를 가족 앞에서 고성하고 주말 근무에 나간다.
자기 사업한다고 달라질까? 직장 생활의 장점이라면, 내가 맡은 일만 신경 써서 끝내면 된다. 하지만 내 사업을 하게 되면 1부터 10까지 온통 신경 써야 할 일이다. 직장 생활을 해도 자리를 잡으면 의외로 편해진다. 이번 승진에서 누락되지 않았다. 물론 팀장은 못 됐지만. 연봉도 올랐고. 연봉 오른만큼만 저축을 시작할까 생각할 정도로 여유도 생겼다. 자기 사업, 하고 싶지만 실패하면 땜질할 돈은 없다. 직원들 생활을 흔들기도 싫고.
확 뜯어고칠 수 있을까, 나를? 몇 번을 도전해 봤지만 일과는 내 계획보다 중요했다. 계획 수행을 하지 않아도 밥줄이 끊기거나 밥 먹기 힘들어지는 것은 아니니 작심삼일? 그런 거 쉽게 해주었다.
이리저리 기획해서 뜯어고친다고 내 삶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조직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것은, 내가 내린 결정으로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의미다. 인생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것은, 내가 내린 결정으로 내 주위 상황이 변한다는 의미다. 내가 'Yes'와 'No'를 선택할 수 있고, 내 답변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
조직 내에서 이런 위치에 올라가면 삶은 행복에 가까워진다. 물론 책임이 따르겠지만 그마저도 행복에 포함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승인 클릭 몇 번 하고 높은 연봉을 받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클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자기 사업에 성공해서 매출이 상승 곡선이고 이익도 더불어 상승 곡선이면 삶은 행복에 가까워진다. 물론 책임이 따르지만 그마저도 행복에 포함된다. 잘 될 때 더 준비하여, 안 되는 일이 없게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멋져 보인다. 그럼 행복한 기분이 든다.
내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을 멋지게 여기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도 된다.
. 뭐든 잘 해야 한다. 내가 잘 하는 항목이 주류인 곳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까지 노력은 마르지 않게 하지 않았나?
. 잘 하고 인정받는다. 잘 하는데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다. 잘 하면 인정받는 곳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 상승한다. 결과를 내면 어제보다 상승한다. 결과를 내면 어제보다 상승하는 곳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밖에, 이 방법밖에 라고 스스로 틀을 만들어 뒤집어쓰기 시작하면 불행은 시작된다.
옮기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다.
. 어디에 있든 잘 해야 한다. 그러면 편해지고 시간을 즐길 여유가 생긴다.
.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 주는 곳은 없다. 인정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일로 그들이 감탄해야 내가 인정받는다.
드라마 '와이 우먼 킬'에서 변호사 아내는 이렇게 외친다. "이 큰 집도 내가 돈을 내!” "2년째 작품이 팔리지 않아"라고 남편이 외친다. 그리고 또 다른 주부는 이렇게 외친다. "당신이 죽고 나면 살림만 하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대사 대로는 아니다. 이런 의미다.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하나의 가정을 함께 꾸려 나가는데 부부가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 잘 해야 한다. 예전처럼 전업주부, 요즘은 전업 남편이 인정받지 못한다. 그만큼 사회는 "돈, 돈, 돈"을 원하고 생활 유지를 위해서 벌어야 하며, 부부이므로 함께 벌어야 한다. 그러니 어디에 있든 잘 해야 한다.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 나를 뜯어고치든, 현실을 타개할 방법을 마련하든. 이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즐거운 일을 해서 행복해진다기 보다, 일을 잘 하면 행복해진다는 이야기였다. 부담은 됐겠지만, 가끔은 깨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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