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태가 이기는 법은 없다영화 이야기 2022. 3. 20. 20:40728x90반응형SMALL
판타지, 무협, 마법 작품은 주인공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인다. 주인공은 피를 철철 흘리며 기사회생한다.
작품에 나오는 악(惡)은 일상에서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다. 장애가 높고 정도가 심할수록 눈이 찢어지고 송곳니가 튀어나온 귀신 이상으로 보인다. 장르물은 장애에 부딪혀 포기하지 말고 이겨나가기 위해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대검(大劍)을 휘두르고 풀잎이나 수면을 디디고 점프(jumping)하는 등 놀라운(amazing) 기술과 역량으로 화면을 채운다. 판타지나 장르물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은 비 현실적인 속성에 고개를 휘휘 젖는다.
휙휙 날아가고 번쩍번쩍 이동하는 모든 것은 은유(metaphor)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무리들을 응징하는 주인공 등 권선징악의 전형적 스토리가 옷을 바꿔 입고 우리의 눈을 끈다. 선도 공격한 명분이 있고 악도 공격할 명분이 있다. 자, 누가 더 강한가?
혈귀와 구울. 인간을 포식한다. 혈귀는 벰파이어와 유사한 전이 경로와, 최초 혈귀가 피를 전해주는 경로로 인간을 벗어난다.
구울은 태생적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 구울의 주인공은 구울을 피해 도망가다가 사고를 당한다. 이상한 의사로 인해 함께 죽은 구울의 장기를 이식받는다. 구울의 장기와 인간의 장기가 조화를 이루면서 주인공은 반쪽짜리 구울이 된다. 구울의 특성을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물리적 역량은 절반만 발현 된다. 그럼에도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며 결론에 닿는다.
혈귀와 구울은 Level-up이란 공통점이 있다. 혈귀는 사냥해 섭취한 인간의 수만큼 강해진다. 구울 역시 이런 속성을 지녔지만, 훈련을 통해서도 레벨이 상승한다. 뱀파이어 영화에서는 완성된 뱀파이어의 싸움을 보여준다. 혈귀라도 구울이라도 성장하는 모습은 안타까움의 뒤를 따른다. 역량이 부족해 답답하던 캐릭터가 나날이 늘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다. 그만큼 문제를 해결한다.
주술회전은 음양사와 비교할 수 있다.
음양사와 주술사는 저주, 주령, 귀신에 대항하는 특수한 신체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저주, 주령, 귀신은 모두 인간을 해치는 존재이고, 주술사는 이를 물리쳐 인간을 구하는 사람이다.
음양사는 적인 귀신이 있지만 음양사와 협력하는 귀신도 있다.
주술사는 적인 혈귀가 있지만, 협력하는 혈귀가 있다.
귀신을 육안으로 본 목격자가 존재한다. 의식을 통해 귀신과 손을 잡고 귀신 점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나는 보지 못했지만 지구 상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귀신은 '육신은 놓았지만 놓지 못한 의지가 지구 위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여러 작품이 전하는 것처럼, 귀신은 물리적 공격 능력은 없을 것이다. 의지가 물리적 압력을 행할 수 있을 리 없다. 생존 시 육체를 통해 의지를 실현했지만, 사망 후엔 의지만 남아, '손발 없이 연산만 하는 인공지능'과 다를 바 없다. 또, 기억도 하지 못할 것이다. 기억은 뇌의 물리적 작용이다. 따라서 어떤 의지인지 모르지만 그 의지만 남을 것이다. 그 의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꺼워지고 실제 접촉할 능력을 갖게 되면 귀신이 된다. 귀신이 인간을 접촉하면 음양사나 주술사가 나타나 이를 퇴치한다.
이 4편의 작품에서 '우리 편'은 갖은 난관에 부딪힌다.
협력하고 역량을 키우며, 매일 다치는 일상을 거듭하지만, 생각을 놓치지 않는다, 패배하고 패배하지만 결국 승리한다.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라는 말장난이 아니다. 장르물은 항상 이런 철학 위에 선다. '진짜 패배는 포기'라고.
5미터가 넘는 공룡이 시속 70km로 쫓아온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
내게 초점을 맞춘 커다란 눈이 뒤룩거리며 나를 뒤쫓는다.
토끼인 줄 알았는데 내 발목을 자르고 손목을 물어뜯는다.
나의 모든 것을 알고, 내가 원하는 경로를 걷게 하지만, 목적지는 악의 아가리 속이다.
그런 현실에서 악이 없던 평화로 가기 위해 주인공은 오늘도 뛰고 구른다. 딱밤으로 이미가 터져나가는 데도 훈련을 그만두지 않는다.
청춘의 활기 있는 삶과, 행복의 안락하고 포근한 삶을 원하는 우리는 장애물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나?
밀당하며 오늘도 넘겼다고 안심하나?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과하다'라는 어중간한 인본주의가 자신의 발등을 찍고 있나?
주인공은 '니가 내 부모를 죽였지?'라며 당한 다음에 분연히 일어난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한 검찰 상위자는 이렇게 말한다. "왜 그들을 앞서지 못합니까?"
당한 다음 물리치는 작품이 넘쳐난다. 이러다가 우리도 당한 다음 덜렁거리는 팔을 반대편 손으로 들고 적을 물리치지 않을까? 그렇게 선은 버릇을 가지지 않을까?
선(善)은 당해야 정신을 차리는 공동체를 지칭하는 단어인가?
악은 근면하고 부지런하게 준비하여 사업을 벌이는 개미인가?
선은 선방을 허용하고 나서도 이길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것이 사실인가? 일상에서는 준비된 편에게 대부분 사멸하는데.
#영화 #귀멸의칼날 #주술회전 #도쿄구울 #음양사반응형LIST'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쟁에서 내가 지킬 것은 약점이 된다 (0) 2022.04.03 지구 밖 소년 소녀 (0) 2022.03.28 괜찮아요, 월터 (0) 2022.03.12 원하는 형수라는 권리가 있다 (0) 2022.02.25 사랑을 지킨다 (0)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