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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탐구, 삶의 새로운 습관영화 이야기 2021. 7. 15. 00:00728x90반응형SMALL
과학적 탐구의 전제 조건은 “나는 모른다”이다. 이미 알고 있다, 혹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가 아니라, 대상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0(zero)’로 설정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기점으로 시작하는 것이 더 유리해 보일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관찰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그러나 이런 사전 정보는 관찰에 있어서 누락, 생략 등을 야기하며, ‘현재 상태’의 관찰이라는 목표에 부합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프로젝트 혹은 연구라고 칭하며 궁금한 점, 미지의 대상에 대한 사실 혹은 진리를 알기 위해 과학적 탐구를 활용한다. 관찰 과정은 꼼꼼히 메모가 되며, 글자로 쓴 부분, 그래프, 그림 등 관찰한 내용을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기록한다. 매우 실용적인 방법이다. 모든 관찰 내용을 글자로만 기록할 경우, 표현에 의해 원래의 의미가 왜곡된다. 따라서 그림이나 그래프, 정량적 기록이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주인공은 관찰과 숙고 과정에서 수없이 장애물을 만난다.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펭귄. 주인공이 알고 있는 펭귄의 서식 환경과 마을은 맞지 않는다. 주인공의 ‘펭귄 하이웨이’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이유다. 이 펭귄 하이웨이는 사실의 추적으로 일관한다. 펭귄은 어디에서 왔을까? 왜 왔을까?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기록된다. 그리고 매일 관찰된 사실을 검토하고 연결하여 쉼 없이 진리를 찾는다. 추적할수록 알 수 없는 사실들만 기록되고 원인도 이유도 찾지 못한다. 그러다가 치과병원 간호사 누나가 펭귄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목격한다. 이 역시 기록된 하나의 사실일 뿐이다. 기존 사실들과의 연결점이나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다. 펭귄이 마을을 벗어나자 펑 하고 사라진다. 간호사 누나가 마을을 떠나자 힘이 빠지고 전철 역사 바닥이 물결치며 괴물이 유영을 한다. 은빛 달이라 소문난 ‘바다’를 만난다. 의문만 쌓여간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훌륭한 조언자다. 주인공이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되면 초콜릿(상)을 준다. 사실만 쌓이고 연구가 난항에 부딪힐 때면, 유레카에 이르는 방법을 조언한다. 답을 알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결코 자신이 먼저 답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물고기를 주지 않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가르침의 방법을 본받고 싶다. 의문을 가지면 상을 준다. 장애에 부딪히면 지금까지 발견한 모든 사실을 한 장의 종이에 적고, 정상적인 일상을 보내고 잠 잘 자고 밥 잘 먹고 지내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유레카에 닿는다고 조언한다. 어른이라고 뭐든 알고 있다는 듯 섣부른 추측을 남발하지 않는다. 왜 그런 것에 관심을 갖느냐, 공부나 열심히 하라 면서 세상에 대해 의문을 가질 기회를 막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아버지에게 의지하지도 않는다. 끝까지 스스로 답을 찾으려 한다. 아버지가 조언자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 조언자의 조언을 기억하고 따른다. 조언을 따른다고 하여 순종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순종’의 관계인가? 주인공이 아버지의 조언을 신뢰하는 것은, 이미 조언의 유효성을 확인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했다. 조언을 들을 때는 확실히 이해할 수 없지만,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하나 둘 조언의 의미를 실감하며 이해한다. 아버지는 조언을 하면서도 아이를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한 조언대로 아이가 움직일지 확인하지 않는다. 언제나 경청하고, 과학적 사고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움을 해결할 길을 열어준다. 마치 언제든 힘들 때 기대어 쉴 수 있고,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든든한 벽이 되어 주는 것이다. 정말 본받고 싶은 부모의 모습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든 생각은, ‘우리는 삶에서 알지 못하는 것을 만났을 때,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답을 찾는 과정이 합리적인가? 합리적일 수 있도록 학습을 하는가?’였다. 암기식 교육을 받은 세대로서, 과학적 탐구는 먼 이야기다. 가장 효율적으로 답을 내는 훈련을 받았지만, 합리적이고 올바르게 생각하는 법을 16년 동안 연습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과학적 탐구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문제를 만나면 생각하고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결코 합리적이지도 올바르지도 않았다. 아니, 합리적인지 올바른지 파악도 하지 못했다. 혼자 할 수 없으면 옆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을 수 없거나 받더라도 해결되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주인공의 목표의식은 지금이라도 일상에 적용하고픈 삶의 태도다. 주인공은 혼자 노력하는 것 같지만, 학교 친구들과의 협업도 한다. 함께 찾고, 각자 알아낸 것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생각하지 못한 빈틈을 메운다.
앞으로의 일상의 자세를 과학적 탐구로 전환하면 어떨까? 살면서 만나는 문제들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정한다. 해결했을 때 궁금증이 풀리는 정도일 수 있고,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개선이란 결과를 낼 수 있다. 궁금증 해소든, 개선이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프로젝트로 지정한다. ‘나는 모른다’부터 시작한다.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한다. 기록한 사실을 숙고하고 연결한다. 목표 의식을 가지고 끈덕지게 매달린다. 다른 일상과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지혜도 발휘한다. 다른 문제로 시선을 돌리거나 다른 호기심꺼리에 한눈 팔지 않도록 제어력을 발휘한다. 생각하는 것이 이성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올바른 경로를 밟도록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성이 아닐까.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신을 올바르게 통제하고 제어하여 답을 찾아내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이성은 아닐까?
우리는 변명의 명수다. 지나간 일들 중에 답을 찾았다면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목표를 향해 중단 없이 나아가는 목표 의식을 고취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목표에 도달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올바른 길을 식별하도록 자신을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과학적 사고를 일상으로 가져와 작은 일부터 시작해, 몸에 익숙해지도록 자기 개발을 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다보면 자기 ‘계발’을 할 거리를 찾아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의 나가 어떤 모습일지 각자 다를 것이다. 각자가 가진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드시 삶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만들도록 살 필요나 당위성은 없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화자가 전하려는 중심 메시지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탐구’라는 삶의 태도가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24시간을 충실히 살게 한다는 점이다. 24시간을 충실히 살면, 적어도 잠자리에 누워 오늘을 후회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삶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4시간 중에 명상으로 자신을 추스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일에 화를 내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후회와 아쉬움으로 마음이 따가운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탐구가 모든 문제와 스트레스와 마음의 짐을 해결하지 못한다. 그러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탐구는 해결책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시험하며 올바른 삶의 길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 과학과 합리가 전하는 무미건조하고 자극 없는 생활이 되지 않을까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탐구가 오히려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으며 삶을 흥미롭게 하는 촉진제일 수 있다. 진위 여부는 직접 해 보면 알 수 있다. 목표를 올바른데 과정이 잘못되어 죽도록 고생만 하고 결과를 얻지 못한 사례가 있을 것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탐구는 자기애의 또 다른 방법일 수 있다. 자신과 자신의 삶에 충실해질 또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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