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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장을 꿈꾼다. 여기서 ‘누구나’는 모두(all)을 의미한다. ‘나는 아니야’, ‘난 현실 유지를 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변화의 파도 속에 휩쓸리는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현실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하면 현상 유지는 가능해’라고 하지만, 어제와 다른 현실 속에 만난 과제를 실수 없이 처리하려면 그만큼의 역량 향상, 즉, 성장은 필수다.
우리는 사람이다. 영원은 없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나의 하루는 대결이나 경쟁, 대회 참여, 오디션 응모가 아니다. 그러하니 나의 삶에 승자도 패자도 없다. 다만 내가 존재할 뿐이다. 어제도 나고, 오늘도 나다.
아침에 일어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저녁에 잠든다. 그 일상이 지금 나의 발등에 떨어진, 가장 뜨거운 불이다. 실수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갑자기 내 옆구리를 들이박지 않더라도, ‘현실’이라는 하한선 아래로 내려간다. 언제나 성장하고 상승하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전월에도 이번 달에도 영업 1등을 하는 사람은 항상 성장하고 상승하며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라는 일면만 보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성과가 부럽기만 해서이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가 이번 달 1등에 이른 처절한 행보가 보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1등’을 목표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이들도 노력하고, 그들이 이번 달에 얼마나 벌어들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1등’이 목표로 설정될 수 있을까?
성장 호르몬이 필요하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성장’이 아니라 ‘호르몬’이다. 즉, 호르몬은 알약처럼 밖에 있는 것을 삼키는 것이 아니다. 몸 안에서 분비되는 물질이다.
성장을 막는 요소는 여러가지다. 동일한 경로를 걷는 사람이라도 각자 다른 장애물을 만난다.
첫째, 망설임. 먼저, 망설임의 반대말은 행동이다. 최종훈 교수의 인생 교훈은 아래와 같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이 교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해석은 독자에게 맡길 일이다. 망설임의 반대말을 행동이라고 했다. ‘하지 않음’도 행동이다. 망설임이 생기는 이유는, 관련된 생각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고개를 들기 때문이 아니다. 선택했을 때와 선택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를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험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도움이 되지만, 성격 급한 현대인에게 이는 사치일 것이다. A길과 B길이 있을 때 망설여지면, ‘가지 않는 것’도 행동이다. 어쩌면 외관은 달라도, A, B 모두 돌아올 수 없는 늪의 입구일 수 있다.
둘째, ‘승패보다 노력했음에 의미가 있다’는 말. 아니다. 승패보다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음에 의미가 있다. 노력은 과정이고 달성이 결과다. 노력과 달성 사이에, 그 어중간한 지점에 주저앉아 자위하고 타협하지 말자.
셋째, 랭킹 혹은 순위라는 것은 이해를 위한 지표일 뿐이다. 상벌을 하기 위한 지표다. 즉, 목표로 설정할 대상이 아니라 결과의 산물이다. 따라서 집중할 부분은 ‘내가 세운 목표를 달성했나?’이다. 지난 달 혹은 지난 해, 생각한 만큼 디자인이 표현되지 않아 결국 동료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면, 이번 달, 올해 목표는 ‘생각한 만큼 표현’하는 것이다. 디자인 분야가 아닌 사람이 듣기에 막연해 보이지만, 아는 사람은 이해하는 말이다. 생각한 바를 표현해 냈을 때, 내가 팀 톱이 될지 여부는 관심 밖이다. 그렇게 달성하면 내가 나아질 목표를 하나, 둘 달성해 가는 것이 성장이다. 보통 목표는 수평 위치에 놓인 점들을 모아오는 것이 아니라, 계단 위의 점들을 하나씩 밟아 나가도록 설정하기 때문이다.
엑셀은 어느 정도 다룰 줄 안다. 함수도 사용하고, 문서 편집도 가능하다. 하지만 VBA나 매크로를 쓰면 생산성이 올라가는데, 다른 이에게 부탁하며 기다려야 했다. 그럼 VBA나 매크로를 학습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팀 제일의 엑셀러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지로의 꿈은 ‘어제보다 나은 스시’를 만드는 것이다. 일식의 폭은 없으나, 그는 스시 하나에 집중한다. 연휴가 길어 싫을 정도로 스시에 집중한다. 지로는 ‘장인’이다. 장인(匠人)은 Expert와 다르다. 장인은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사람이다. 전문가(Expert)는 연구하거나 종사하여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장인은 예술가로 분류되고 명인이라고도 한다. 명인(名人)은 기예가 뛰어나 유명한 사람이다.
https://youtu.be/0VB_DrsHDQ0
히나타 쇼요는 170cm의 키로 전국 제패의 주역이 된 ‘작은 거인’에 홀딱 빠져, 배구의 길로 들어선다. ‘하이큐!!’는 고등학교 배구부원들의 성장과 좌절의 드라마다. 츠키시마는 ‘학교 부활동일 뿐인 배구인데…’라고 말한다. 누군가 ‘자신의 능력이 120% 발휘되는 순간의 쾌감’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꿈’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한 번 더’라고 외치라고 절규한다. 고등학교 배구 선수이고, 그들 사이의 역량 차이는 명확하다. 하지만 그들이 배구에 무엇인가를 걸고 배구만 바라보고 나아가는 모습이 부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웬 이유가 그렇게 많았을까?
https://youtu.be/uxck3k1usqs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성장’과 ‘집중’이라고 본다. 지로는 스시에, 히나타 쇼요는 배구에. 지로는 어제보다 맛있는 스시에, 히나타 쇼요는 팀 협력 스포츠에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해내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시리즈 뒷부분에서는 또 다른 성장의 목표를 가지지만.
지로가 이기려는 대상은 자신이고, 히나타 쇼요가 이기려는 대상은 블로킹을 이기는 스파이크다. 지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누어 진행하는 일(준비)를 가르친다. 그는 그 과정을 모두 거쳤고 자신의 철학과 방법을 만들어 왔다. 장인에게 배우기 위해서는, 머리를 비우고, 장인이 지금까지 재배해 온 방법과 결과를 배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방법과 철학을 만들어간다. 그 누구의 기술도 100% 동일하게 배우거나 실현하지 못한다. 결과가 같을 뿐이다. 장인의 뒤를 잇는다는 것이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이다. 히나타 쇼요는 중학교 때 전국대회 예선까지 나가지만, 도와주러 온 친구들과 1차전에서 패배한다. 리시브도 부족하고 스파이크도 부족하다. 하지만 꾸준히 해 온 훈련으로 놀랄 만한 탄력과 반사신경을 가지고 있다. 타고난 역량도 있겠지만, 쉬지 않고 자신을 훈련해 왔다. 카케야마를 만나 훌륭한 미끼가 되지만, 히나타는 ‘팀에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해내는 나’로 역할을 정하고 다시 훈련한다. 팀 훈련 후에도, 카케야마, 신규 매니저의 도움을 받아 훈련한다. 배구는 드리블이 없다. 슬램덩크와 드라마적 결이 비슷한 하이큐!!가 신드롬까지 이르지 못한 것은 드리블이 없어서 일 것이다. 농구는 혼자 코스프레가 가능하다. 드리블, 슛이라는. 농구도 팀 협력이 중요하지만, 내구는 더 하다. 누군가 공을 올려주지 않으면 공을 만질 수도 없다. 개인 훈련도 있지만, 토스해주지 않으면 스파이크 연습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지로는 초밥왕을 연상시킨다. 초밥왕에는 전국 최고의 스시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는 전문가, 명인, 장인들이 수두룩하다. 스시는 장인이나 명인 쌀 가게 주인, 생선 가게 주인, 야채 가게 주인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은 ‘지로의 꿈’을 보든 ‘초밥왕’을 보든 만나게 된다.
그나저나, 하이큐!!는 왜 슬램덩크만큼 신드롬을 일으키지 못했을까? 홀로 정상에 서는 플레이를 할 수 없어서? 우시지마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이지, 포지션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 중 톱은 아니다. 개인의 정상에 서고 싶은 ‘욕망’을 충족하긴 어려운 스포츠 종목이긴 하다. 띄워주고 띄우는 일을 하지 않으면, 공이 바닥에 떨어지고 경기에 지고 만다.
나의 성장이란 무엇인가?
나는 개발자, 사원이다. 대리가 되는 것이 성장일까? 설계에 빠진 예외 사항을 보충하고, 정책을 제안하며, 운영 중인 시스템의 에러를 해결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나의 성장은 아닐까?
나는 영업부 대리다. 전월보다 많이 파는 것이 성장일까? 고객이 나를 믿고 다시 찾는 것이 나의 성장은 아닐까?
나는 기획부 과장이다. 결국, 이사가 되기 위해서 부장이 되는 것은 필수 과정이다. ‘월반’할 기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 명확한 기획안으로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절감하고, 사용자가 쉽게 신제품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이 나의 성장은 아닐까?
나는 무직이다. 직업이란 돈을 받고 결과를 내는 활동이다. 나에게 돈을 낼 이유를 만드는 것이 성장이 아닐까?
지로나 히나타 쇼요의 삶 만이 성장의 길은 아니다. 100인 100색. 나의 길은 따로 있다. 집중하고, 생각하고, 개선하다 보면 나의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집중하여, 생각하고, 개선하는 일 외에 눈을 돌릴 곳도, 이유도 없다.
#영화 #성장 #집중 #지로의꿈 #하이큐반응형LIST'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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