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0. 23:35ㆍ영화 이야기
리더가 아닌, 리더를 만든 자들. 그리고 그 정쟁 속에 살아가는 민중.
정치가 정쟁(政爭)이 되는 순간, 왕은 상징이 되고 싸움은 그의 곁에서 멀어진다.
리더가 아닌, 리더를 만든 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
그 아래에서 흔들리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는 그 전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리더를 만든 자들의 정쟁
리더라는 자리는 누가 만드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권력의 역사는 리더 개인의 능력보다 그를 둘러싼 세력들의 기획과 구축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러한 구조를 조명한 작품들:
더 포스트 (The Post, 2017)
• 미국 정부의 베트남전 은폐와 워싱턴 포스트의 내부 결단을 다룸.
• 언론과 정치권력 간의 갈등이 핵심.
링컨 (Lincoln, 2012)
• 노예 해방 선언을 둘러싼 링컨 대통령과 의회 간의 정치적 밀당.
킹메이커 (2022, 한국)
• 야당 정치인의 선거 참모로 활동했던 선거 전략가와 그 정치인의 권력 투쟁.
• 실존 인물 김대중과 엄창록(엄창석)을 모델로 한 허구적 재구성.
더 킹 (2017, 한국)
• 검사로서 권력의 중심에 다가가는 주인공과 그 속의 정계, 재계 커넥션 묘사.
밀양 (2007, 한국)
• 겉으론 정쟁 영화는 아니지만, 종교와 사회 시스템에 대한 정치적 은유가 많음.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2012)
• 오사마 빈 라덴 암살 작전을 둘러싼 미국 CIA 내부의 정치적 움직임.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s, 미국)
• 정치 드라마의 정점.
• 권력을 얻기 위한 무자비한 전략과 배신, 정치 게임의 끝을 보여줌.
웨스트 윙 (The West Wing, 미국)
• 백악관 내부의 대통령 보좌진들의 정치적 이상과 현실의 충돌.
서베일런스 (Surveillance, 중국)
• 고위 간부들 간의 권력 투쟁과 부패 문제를 다룬 정치 스릴러.
킹덤 (Kingdom, 한국)
• 좀비물이지만, 배경은 조선시대 정치 쿠데타.
• 전염병을 이용한 정권 찬탈의 이야기.
디그니티 (Dignity, 칠레/독일)
• 과거 독재 정권의 잔재와 그 후손들의 정치적 암투를 다룸.
체르노빌: The Lost Tapes (HBO)
• 단순한 원전 사고를 넘어서, 구 소련 정부의 은폐, 정쟁, 국제적 이미지 관리가 다뤄짐.
여기서 리더는 단독자가 아니라 구축되고 설계된 존재이며, 정쟁의 주도권은 그 주변에서 벌어진다.
리더를 소비하는 자들의 정쟁
겉으론 대의를 말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권력 확대를 위한 이인자들의 전쟁.
정당 내부, 전략가 간의 암투, 이념은 같지만 방법이 다른 자들의 분열..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 2020)
• 겉으로는 반전 시위 주도자들의 재판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시위 주도 세력 간의 이념 차이, 리더십 다툼, 배후 세력 간 갈등이 촘촘히 드러난다.
• 이념은 같지만 방법이 다른 자들이, 결국 정치적 입지를 두고 분열하는 모습.
체르노빌 (HBO, 2019)
• 원전 폭발이라는 초대형 사고보다, 이를 덮거나 이용하려는 소련 관료들 간의 내부 권력 싸움이 핵심.
• 진실 규명보다 중요한 건 “누가 실권을 쥘 것인가”였고, 한 명의 책임자를 희생양 삼아 체제를 유지하려는 정치 엘리트들의 정쟁 구조가 보인다.
왕좌의 게임 (Game of Thrones, HBO)
• 리더는 누구든 좋고, 문제는 왕의 곁에 누가 있느냐는 것.
• “후계자와 그를 보좌하는 집안 간의 정치력 싸움”, 심지어 왕이 약할수록 더 격화되는 ‘그들만의 전쟁’.
• 배신과 충성, 계파 갈등, 후계 구도는 현실 정치 그대로의 축소판.
킹덤 (한국, Netflix)
• 좀비보다 무서운 건 조정의 중신들.
• 왕세자를 보좌한다면서, 실은 자신의 가문이 권력을 장악할 기회를 노리는 조 씨 세력.
• 왕의 권위는 허울이고, 실권은 누가 인사권과 자금줄을 쥐느냐의 싸움.
킹메이커 (한국, 2022)
•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을 만들려는 전략가.
• 실질적 정쟁은 야당 내 각 계파와 전략 참모 간의 충돌로 벌어지며, “당신이 대통령이 돼야 내 계획도 완성됩니다”라는, 수단과 목적이 뒤섞인 게임이 펼쳐진다.
로마 (Rome, HBO)
• 줄리어스 시저나 안토니우스 같은 상징적 리더 뒤에서, 귀족 계급과 군 장교, 심지어 하급 병사까지도 자신의 입지 확보를 위한 정쟁에 뛰어든다.
• 제국이 아닌 ‘정치 참여자들의 생존과 권력 확대’를 다루는 드라마.
바비 케네디 포 프레지던트 (Netflix)
• 케네디가 아닌, 그를 따르는 민권 운동가들, 백악관 내부 세력, FBI, 민주당 핵심 인물들이 그를 어떻게 이용하거나 끌어내리려 했는지를 그린다.
• 민주주의의 겉모습 뒤에서 벌어지는 정쟁과 권력의 입찰.
정쟁은 ‘국가를 위한 싸움’이 아니라, 리더를 수단으로 삼는 권력자들의 이권 다툼이 된다.
리더의 곁에서 살아가는 자들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정치 스릴러 시리즈‘제로 데이(Zero Day)’.
1. 드 니로의 역할 – 리더 그 자체보다 ‘이용당하는 인물’
• 드 니로는 전직 대통령이자 상징적 인물로 다시 호출된다.
• 진짜 권력을 좌지우지하려는 건 그를 둘러싼 정보기관, 보좌관, 기업 세력, 정치인들이다.
• 리더는 전면에 있지만, 정쟁은 그 뒤에서 치열하게 진행된다.
2. 사이버 위기라는 틀을 활용한 ‘권력 다툼’
• 사이버 테러 이후 벌어지는 사건은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이 사건을 이용해 차기 권력을 움켜쥐려는 세력 간의 암투로 확대된다.
• 누구는 진실을 원하고, 누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 한다.
3. 리더를 ‘만든 자들’의 분열과 이해관계
• 과거 그를 권좌에 앉혔던 이들이 다시 그를 호출하며 벌어지는 갈등.
• 정책 결정권, 대외 이미지, 위기 관리 방식을 놓고 내부 분열이 격화된다.
• “이 사람이 리더인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누가 이 리더를 조종하느냐가 문제지.” — 이 느낌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한다.
조선 단종 시기의 정국은 “리더의 자리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권력 게임”,
“리더를 만든 자들의 정쟁”이라는 주제에 들어맞는 역사적 사례.
1. 핵심 구조: 어린 왕 vs 실질 권력자들
• 단종은 명분상의 리더지만, 실제 정국 운영은 대신들에게 맡겨졌다.
• 김종서, 황보인, 정분 등의 대신들은 문종의 유언(단종을 지키라)을 정치적 무기로 삼고 정국을 주도.
• 반면 수양대군(훗날 세조)은 이 ‘유지’를 넘어서 스스로 왕이 되려는 야망을 드러낸다.
즉, 정치의 실질적 무게중심은 어린 왕이 아닌 그 주변에 있었다.
2. 정쟁의 핵심은 ‘유지’가 아니라 ‘권력 분점’
• 문종의 유지를 지키자는 쪽도, 사실은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고자 한 것이었고
• 수양대군 측은 반대파 숙청을 통해 권력 자체를 독점하려는 정치 공작을 진행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왕이 누구냐?”보다 “누가 정국을 이끌 것인가?”가 중심 논쟁이었다는 점이다.
《관상》 (2013): 수양대군과 김종서, 단종 사이의 정치 구도에 관상을 빌려온 흥미로운 접근. 김종서를 지키려는 자와 왕이 되려는 자의 ‘사람 보는 싸움’.
KBS 드라마 《인수대비》, 《왕과 비》 등: 수양대군이 정난을 일으키고 권력을 잡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됨.
《세조대왕》 (1990년대 드라마): 수양대군이 결국 단종을 몰아내고 세조로 즉위하기까지의 권력투쟁을 중점적으로 다룸.
항목 | 단종 정국 | 제로 데이 |
상징적 리더 | 단종 | 전직 대통령 멀런 |
유지를 지키는 세력 | 김종서 계열 | 진실을 추구하는 보좌관/조사자들 |
권력 야망 세력 | 수양 대군 | 위기를 이용해 권력 확대를 노리는 내부 세력 |
정쟁의 본질 | 누가 실제로 통치하는가 | 누가 위기 속에서 국가를 이끄는가 |
유럽의 작품들은 어떨까?
《보르지아 가문 (Borgia, 2011~2014, 프랑스/독일)
• 15세기 말 교황청.
• 스페인 출신 로드리고 보르지아가 교황으로 선출되고, 그를 지지한 추기경들과 그의 자식들 간에 정권 분할을 두고 격돌.
• 교황은 명분이고, 진짜 싸움은 교황을 만든 자들의 리그.
• 형제, 사제, 귀족, 은행가 간에 벌어지는 정치+종교+금권의 정쟁.
《카디날 (Cardinal Richelieu 중심, 역사 다큐/드라마 다양)
• 실제 인물: 프랑스 루이 13세의 실세, 리슐리외 추기경.
• 리더는 루이지만, 정국은 리슐리외의 손에서 움직였고, 귀족들, 왕비, 군 사령관들 간의 권력 쟁탈이 이어짐.
《더 크라운 (The Crown, 영국)
• 표면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삶.
• 실질: 여왕은 상징일 뿐, 수상과 내각, 왕실 보좌관들 간의 정쟁이 중심.
• 특히 윈스턴 처칠과 엘리자베스 간의 긴장, 그를 둘러싼 각 계파 인물들의 대립 구도가 단종시대의 구조와 유사.
《버킹엄의 그림자들 (Shadows of Buckingham, 가상 작품 기반 프랑스 연극/극영화)
• 왕실 안의 서기관과 사서, 호위대장이 벌이는 그들만의 권력 정쟁.
• 군주와 귀족은 상징이고, 왕실 안 실무자들 간의 은밀한 정치 싸움이 핵심.
• 강조하는 테마: 명분, 충성, 그리고 그 너머의 욕망.
《가장 따뜻한 색 블루 (Blue Is the Warmest Color, 프랑스)
• 이 작품은 정치극은 아니지만, 두 인물 간의 관계 주도권을 둘러싼 ‘은폐된 정쟁’이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심리 정치극으로 보면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One Day in the Life of Ivan Denisovich, 러시아)
• 표면: 수용소의 하루.
• 내부: 누가 권력 있는 죄수인가, 누가 간부의 심기를 얻는가.
• 은유적 정쟁: 약자의 세계에서도 권력은 리더가 아닌 그 주변에 형성됨.
리더의 이름 뒤에서 벌어지는 싸움이야말로 진짜 정치의 무대다.
정쟁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권력의 중심에서 벌어지는 정쟁을, 그 파편에 흔들리는 이들의 시선으로 본 작품들:
체르노빌 (HBO, 2019)
• 위기의 정치 드라마이지만, 피폭 노동자, 시민, 의사, 소방관의 시선이 중심.
• “위에서 싸우는 동안, 밑에서는 죽어간다”는 국민 시점의 무력감과 분노를 직시함.
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
• 프랑스 혁명기 이후 권력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의 이야기.
• 장발장의 삶은 정치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 변화의 희생자 혹은 저항자로 존재.
킹덤 (Netflix, 한국)
• 겉은 좀비물이지만, 백성들은 정쟁과 좀비의 희생양.
• 왕이 누구든 배고픔, 병, 죽음은 늘 민중에게 먼저 닥친다는 시선을 견지.
• 특히 민초들이 왕보다 좀비보다도 더 위험한 정치인들에 맞서는 구조.
꽃잎 (1996, 한국)
• 광주민주화운동을 한 소녀의 시선으로 그린 작품.
• 정치적 변화와 군사 정권의 폭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줌.
• 정쟁은 없지만, “그 결과가 어디로 떨어지는가”를 보여주는 강력한 예.
진격의 거인 (Attack on Titan)
• 중후반부부터는 완전히 정치 이야기.
• 리더층 간 정쟁과 쿠데타, 전쟁이 벌어지지만, 작중 주인공들(병사, 민중)은 끊임없이 ‘왜 싸워야 하냐’고 되묻는 입장.
• 국민은 “벽 안에 사는 벌레”로 인식되며, 권력층은 “진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사람을 희생시킴.
헬싱 (Hellsing)
• 제2차 세계대전과 정치 이념, 종교의 대립 속에서 전투병들과 일반 시민의 고통을 다룸.
• 국가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폭력과 그 결과를 ‘현장에서 겪는 자’의 눈으로 묘사.
국경의 밤 (よるのこっきょう, 일본 만화)
• 작은 마을이 국가 간 분쟁과 이념 대립의 최전선에 놓이면서 주민들이 겪는 분단, 징용, 생존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린 작품.
• 권력의 전쟁은 국민에게 항상 이방인의 전쟁일 뿐이라는 시선.
아인 (Ajin, 애니메이션/만화)
• 정부의 실험체로 쫓기게 된 아인의 입장에서 본 국가 시스템.
• 권력은 아인을 통제하려 하고, 그 속에서 도망치거나 저항해야 하는 국민 시점 강조.
정쟁의 결과는 항상 민중에게 떨어진다.
정치는 바뀌지만, 고통은 그대로다.
이런 작품들이 주는 질문들
• 정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권력은 바뀌지만, 고통은 왜 그대로인가?
• 국민은 언제 주체가 되는가, 아니면 언제나 도구일 뿐인가?
우리는 누구의 시선을 갖고 있는가?
정쟁은 단지 정치인들 사이의 다툼이 아니다.
그 싸움의 중심은 종종 왕이 되려는 자가 아닌, 왕을 만든 자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그리고 그 싸움의 끝에서 무너지는 것은 왕도, 권력자도 아닌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이다.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존할 수 없는 (0) | 2025.04.01 |
---|---|
덩크라는 열정 (0) | 2025.03.06 |
조직의 발전, 능력주의 (1) | 2025.02.19 |
도량(度量)을 넓혀야 할 때 (0) | 2025.02.07 |
반도체 경쟁 시대 (0) | 2025.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