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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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장보기로 돌아갈 거야
보일 때마다 메모하긴 하지만, 매주 목요일은 재고 관리 날이다. 항상 쓰는 물품 중 보충해야 할 것, 주간 메뉴에 필요한 식재료를 살펴보고, 재고 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문뜩 떠오른 물품을 적는다. 주간 메뉴를 운용하면 식재료가 모자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원래 계획 외 메뉴가 생각나거나 원하는 경우엔 다른 메뉴를 조리한다. 덕분에 다음날 조리할 재료가 모자란 상황이 발생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메모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목록대로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메모에 적힌 물품은 메모를 할 때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한 물품이다. 며칠이 지나고 주말 장을 볼 때 필요 물품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원함'이란 그런 것이다. 마트에 도착해 매장에 들어가기 전, 전단지를 먼저 집는다. '오늘의 할인 품목 중..
2021.04.14 -
걸을 때 들을 음악
https://music.bugs.co.kr/musicpd/albumview/9021 걷는 것도 잊은 채 빠져든 음악들 / WildSky 이어폰을 끼우고 재생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자유롭게 흘러다니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려 줍니다. 멜로디와 리듬감이 당신의 기분을 슬프게도 기쁘게도 심각하게도 합니다. 지금 운전 중 music.bugs.co.kr #음악 #음악추천 #음악듣기 #걷기 #걷기다이어트후기 #걸을때들을음악 아마도 2014년 6월, 걷기를 하며 이 음악들을 들었을 때, 걷는 것보다 음악에 더 집중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기억이 됩니다. 물론 이 때만의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걸을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고, 볼륨은 높았습니다. 스피커를 통해 듣는 것과 이어폰을 통해 듣는 것은 스마트폰 스..
2021.02.22 -
휴식
김찬의 '휴식 수업'에서 황제내경의 일부를 인용한다. 아래는 책 내용의 요약이다. 황제가 기백에게 묻기를 '옛 사람들은 100세가 넘도록 건강했으나 요즘 사람은 50세만 되어도 병이 드는 이유'를 묻는다. 기백은 이렇게 답변한다. '음양의 법을 구체적으로 실천했다. 함부로 먹지 않고 신체 활동이 신중해 지나치게 애쓰며 자신을 착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사람은 술을 아무렇게나 마셔대고, 술에 취한 채로 성관계를 맺고, 욕심으로 정기를 마구 낭비하여 고갈 시키고 있다. 피상적 즐거움을 탐닉하여 참되게 사는 즐거움에 반하여 절도가 없기 때문에 50세만 되어도 쉽게 병들고 늙어버린다'. '황제내경'은 2,000년 이상 중의학의 근본 자료로 취급된 고대 중국 의학서(https://ko.wikipedia.org..
2020.02.28 -
장기 체류 Stay
단기 여행 대신 장기 체류를 선호하게 된 것은, 천천히 보기의 체험 때문이다. 지금 뉴욕 체류기를 간간히 올리고 있는데, 그 2.5 개월의 시간이 여행을 정의하는 시각을 이렇게 바꿔놨다. 서울 중구 면적의 뉴욕을 동서남북으로 걸으며 '아! 여행이란!'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여행을 다녀와 소모된 부분은, 돈만이 아니라 운동화여야 한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서는 국내든 해외든 1주일 이내의 여행에는 관심이 떨어졌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단기라도, 다른 공기 속에서, 스스로를 재생하기 위해서다. 이런 의미라면 단기 여행은 보고 느끼려는 여행이 아니라 숨을 쉬는 시간이 된다. 받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어딘가를 보며 느끼려면 장기 체류를 기대한다. 엔진에 기반한 교통 수단을 최대한 자제하고 운동..
2020.01.30 -
800m 내에 공원 두 곳
도착 첫날의 걷기는 아직 계속된다. 그 800m의 이야기. Union square Park.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남쪽 광장이다. 이곳은 1985년 당시 시장인 Edward I. Koch의 공원 개선 작업의 결과이다. 광장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둥그렇게 둘러서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 여기저기 자유로이 앉아 있는 사람들. 미국을 “자유”라는 키워드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모습이 상징적인 장면일 것이다. 170년의 역사를 지닌 유니온 스퀘어 공원. 1839년 일반인에게 공개된 이후, 상거래, 오락, 노동 행사, 정치 행사 등의 모임 장소로 역할을 해왔다. 1842년 Croton Aqueduct(크로턴 송수로; Croton 뉴욕 주 남부에 위치한 강 이름) 개장을 위해 설치된 분수. 하지만 197..
2019.05.16 -
1 마일
뉴욕을 걸어보자. 건조한 여름엔 쉴 곳이 있다. 바람이 불거나 그늘 아래는 여름 아닌 시원함이 있다. 달아오른 도로 위를 걸어도 답답함이 없다. 냄새는 달랐다. 서양이라 해서 버터나 고기 구운 노린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표현을 생각할 시간 없이 후각 신경의 피로로 곧 사라져 버렸지만. 도착 첫날의 걷기는 체류 기간 중 가장 힘든 걷기였다. 공항에서 숙소에 도착하고 택시에서 짐을 내린 후 나의 첫 걷기가 시작됐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6층까지 총 50kg이 넘는 짐 옮기기. 가장 부피가 큰 이민 가방(32 kg). 쭈그려 앉아 가방에 등에 지고 60도 정도 허리를 숙인 후, 한 칸에 22개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백 팩과 작은 캐리어(약..
2019.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