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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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것
인간이 생존하는데 반드시 있어야 할 3 가지는 무엇일까? 의, 식, 그리고 주이다. 생명을 기준으로 한다면, 식, 의, 그러고 나서 주일 것이다. 현대에는 여기에 문화를 삽입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반대다. 문화 혹은 문명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즐겁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말을 나는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식은 정말 생명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의와 주가 부실해도 식이 없다면 인간은 생존할 수 없다. 의식동원(醫食同源)이란 중국의 사상까지 검토한다면, 식은 더욱 중요해진다. 약과 식의 원천이 같으니 잘 갖춰 먹으면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이러니 생존을 위해서라면 양식, 한식을 구별하겠는가? 21세기가 17년 반 이상이 지났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나? 여전히 생..
2018.07.23 -
다채로운 소풍이 가능한 도시
소풍은 즐거운 시간이다. 나는 언제부터, 왜 소풍이 즐거워졌나? 소풍이란 단어를 처음 들은 것은 초등학교 교실이다. 담임 선생님이 ‘다음 주 소풍을 간다’라고 하셨을 때는 ‘소풍?’이 내 반응이었다. 그다음 말씀은 준비물과 날짜, 모이는 시간, 가는 장소에 대한 안내였다. ‘소풍’이 무엇인지 설명을 들은 기억은 없다. 아마도 ‘소풍’은 고유 명사라 생각하셨나 보다. 당시엔 형제 자매 남매가 2명 이상인 집이 많은 시기였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은 우리가 어리지만 ‘소풍’을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셨나 보다. 두 살 위인 누나가 있었지만 누나가 소풍을 가는 것이 나와 상관없다 여긴 모양이다. 결국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물어보았다. “소풍이 뭐야?” “점심 도시락과 간식을 싸가지고 동물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
2018.06.12 -
지키기 위해서라면
구스타보 론 / My Bakery in New York 구스타보 론 감독의 영화 ‘My Bakery in New York’은 한참 뉴욕 여행기 쓰기에 빠져 있는 내가 ‘자기변호’용으로 선정한 영화다. 뉴욕에서 내가 ‘좋다’, ‘괜찮다’ 느꼈던 객체 혹은 사건을 소재로 글을 쓰다 보니 마치 내가 ‘뉴욕 빠’ 같다. 하지만 난 ‘보스턴 빠’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일로 ‘보스턴 바라기’가 됐다. 하버드 대학을 살펴보고 나와 인근 동네를 걸어다니다 만난, 여름 햇살 가득 받던 그 집. ‘아! 살고 싶다’란 생각이 들면서 보스턴 팬이 됐다. 물론 하버드 대 설립자 동상의 신발을 만지며,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은 우리 아이가 ‘하버드 대학에 다닌다면…’이라고 생각을 한 직후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동상의..
2018.05.13 -
은닉의 냄새, 뉴욕의 건물과 도로
무엇이 이국적이란 말인가? 왜 이 단어를 사용했나? 에티오피아 국제공항에 커피를 파는 자동판매기가 있다. 이 자동판매기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커피로 단돈 500원에 195ml 종이컵의 80%를 채운다. 국내에서 보지 못한, 혹은 앞으로도 볼 수 없을지도 모를 모습이니 이국적이지 않은가? 뉴욕의 식품 판매점(grocery store)에서 판매하는 식빵은, 2005년 6월 현재, 국내 어느 전문 빵 판매점보다 맛있다. 주식과 부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뉴욕의 라테와 일본 도쿄의 라테는 우유 맛보다 커피 맛이 더 진하게 난다. 뉴욕에서 마신 콜라의 맛도 탄산보다 원액이 진하게 느껴진다. 이국적이지 않은가? 어쩌면 나에게 ‘이국적’이란 단어는 국내에서 느낀 결핍에 대한 반향(反響) 인지도 모른다. 원한 모습을 ..
2018.05.11 -
내가 “괜찮다”하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곳
우리가 뉴욕으로 떠난 것은 6월 초. 뉴욕도 여름에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여름과 뉴욕의 여름이 다른 이유를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삼면이 바다이고 국토의 2/3가 산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습기가 많다. 그래서 끈적인다. 바람도 덥고 그늘도 더위에서 자유롭지 않다. 햇빛에 데워진 습기가 그늘로 여름을 피한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삼면이 바다 혹은 강인 뉴욕이다. 시 토지 곳곳에 수목이 울창한 공원들이 있다. 뉴욕의 허파 역할을 한다는 센트럴 파크의 면적은 3 제곱 킬로미터라고 한다. 북쪽에 커다란 저수지가 있어서 실제 공원 내 수목의 비율은 센트럴 파크의 50%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건조한 건가? 건조한 여름이 주는 장점은 그늘의 시원함이다. 햇살에 데워질 습기가 적은 관계로 그늘은 시원한 ..
2018.05.04 -
분가는 처음이었다 (1)
분가는 처음이었다. 분가는 바라던 바였었다. 왜 과거 완료형일까? 20대에 들어서면서 분가의 꿈을 가졌었다. 그 전에 이야기할 것은, 2000년 여름의 일본 여행이다. 대학 1학년, 누나를 따라 동네 제일교포 할머니에게 3개월 간 일어를 배웠다. 선생님의 교육 방식은 이랬다. 히라가나와 가다가나를 외운다. 정말 오래된 교재였지만, 챕터별로 수업이 진행됐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난다. ‘이것은 책상입니다(これはつくえです.)’. 띄어쓰기가 없는 언어는 처음이었다. 영어는 알다시피 12년 간 배웠고 제2외국어가 독일어였다. 모두 단어 사이에 공백이 있었다. 그러나 일어는 단어 간 공백이 없다. 한 챕터에는 20개 정도의 문장이 있었다. 그 문장을 외운다. 그리고 다음 날 선생님 앞에서 구두로 외운다...
2018.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