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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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Unrealistic Expectations
톰프킨스 스퀘어 파크 Tompkins Square Park. 에단 호크, 기네스 펠트로, 앤 벤크로프트,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 영화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의 촬영지로 알려진 공원이다. 뉴욕의 아침, 특히 장기 체류를 시작한 우리에게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아침은 일상에서 마음만 먹었던 행동을 시도하는 시간이었다. 바로 아침 운동. 서울의 일상에서 아침 운동, 출근 시간을 고려하면 새벽 운동을 결심할 기회는 너무 많고 잦다. 어제보다 나아진 자신을 목도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나날이 일상에 소모만 되어 가는 내 몸에 신선한 공기와 청소하듯 혈류 속도를 높일 운동이 너무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아침형 인간’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있어 새벽..
2019.07.26 -
장기 체류 준비
소설 '샬롯의 거미줄'의 작가 E.B. 화이트는 ‘여기 뉴욕(Here is New York)’에서 뉴욕에 있는 사람들을 3 범주로 나누었다. 제1 카테고리는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뉴욕 토박이는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전 생애를 통해 뉴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제2 카테고리는 뉴욕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위 도시(the city)로 불리는 맨해튼을 중심으로 지하철, 승용차, 버스 등을 통해 들어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E. B. 화이트에 따르면 뉴욕의 모습을 가장 적게 보고 경험한 사람들이라 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이면 잠을 자러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외근이나 외부 미팅을 ..
2019.07.05 -
800m 내에 공원 두 곳
도착 첫날의 걷기는 아직 계속된다. 그 800m의 이야기. Union square Park.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남쪽 광장이다. 이곳은 1985년 당시 시장인 Edward I. Koch의 공원 개선 작업의 결과이다. 광장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둥그렇게 둘러서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 여기저기 자유로이 앉아 있는 사람들. 미국을 “자유”라는 키워드로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모습이 상징적인 장면일 것이다. 170년의 역사를 지닌 유니온 스퀘어 공원. 1839년 일반인에게 공개된 이후, 상거래, 오락, 노동 행사, 정치 행사 등의 모임 장소로 역할을 해왔다. 1842년 Croton Aqueduct(크로턴 송수로; Croton 뉴욕 주 남부에 위치한 강 이름) 개장을 위해 설치된 분수. 하지만 197..
2019.05.16 -
1 마일
뉴욕을 걸어보자. 건조한 여름엔 쉴 곳이 있다. 바람이 불거나 그늘 아래는 여름 아닌 시원함이 있다. 달아오른 도로 위를 걸어도 답답함이 없다. 냄새는 달랐다. 서양이라 해서 버터나 고기 구운 노린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표현을 생각할 시간 없이 후각 신경의 피로로 곧 사라져 버렸지만. 도착 첫날의 걷기는 체류 기간 중 가장 힘든 걷기였다. 공항에서 숙소에 도착하고 택시에서 짐을 내린 후 나의 첫 걷기가 시작됐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6층까지 총 50kg이 넘는 짐 옮기기. 가장 부피가 큰 이민 가방(32 kg). 쭈그려 앉아 가방에 등에 지고 60도 정도 허리를 숙인 후, 한 칸에 22개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백 팩과 작은 캐리어(약..
2019.04.24 -
NY Walking
미국이란, 아니 뉴욕이란 나에게 어떤 곳일까? 생애 처음 미국에 발을 들였고, 그곳이 뉴욕이라고 말했다. 왜 뉴욕일까 라는 질문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어떤 곳일까 라는 의문은 찬찬히 살펴보면 될 일이다. 상상도, 추측도 불허했다. 선입견, 혹은 넘겨 집기는 위험한 행위이다. 틀을 만들고 관찰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다. 이미 틀을 만들면서 정의하고 서사해 버렸는데, 그리고 남은 것은 머릿속에서 그린 장소를 눈으로 확인하는, 매우 재미없는 일만 남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라면 이미지 검색으로 어느 정도 충족된다. 찬찬히 살펴본다는 것은 걷겠다는 말이다. 점-대-점 이동으로, 목적지까지 휭 하니 차를 타고 이동해서 목적지 내부에서 챗바퀴를 돌고 다시 출발지를 향해 차를 타고 휭 하니 돌아오는 것은 ..
2019.04.11 -
이미 낡은 운동화를 챙겼다.
Street, NY (1) NY에서 많은 것을 보고 싶었다. 대학을 다니며, ‘유학’이 가고 싶었다. 꽤 강하게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열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갈망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유학’을 가지 못했다. 지금 기억에 TOEFL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하긴 했었다. 그러나 난 ‘유학’을 가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가지 않은 것이다. 어설픈 바람. 계획과 이행이 없는 ‘바람’은 부질없는 망상이다. 나의 유학 준비는 씨앗을 땅에 심고 물 한 번 주고 끝이 났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만들었었다. 내 탓은 별로 없는 이유들. 그렇게 끝이 났다. 아니 약간의 흔적은 남았다. 그 흔적이 이번 NY로의 장기 체류로 이어졌다. 그리고 생전 첫 미국 여행을 NY 장기 거주로 이행했다. 이 흔적은 다른 것..
2018.10.24